국내 양대 액화석유가스(LPG) 수입업체인 E1과 SK가스가 12월 LPG 공급가격을 전달보다 20원(㎏당) 인하했다. 국내 LPG 가격은 지난 4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8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LPG 가격(CP)은 계속 오르고 있지만 서민물가 상승을 우려하는 정부를 의식해 가격을 묶어두는 모양새다.

1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E1은 이달 가정·상업용 프로판 공급가격을 ㎏당 1345.8원, 산업용은 1352.4원, 부탄은 1592.68원으로 책정했다. E1 관계자는 “CP 인상으로 가격 인상 요인이 발생했으나 할당관세 인하분을 반영하고 소비자 부담 경감 등을 고려해 ㎏당 20원 가격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SK가스도 E1과 마찬가지로 프로판과 부탄 가격을 일제히 ㎏당 20원씩 하향 조정했다.

SK가스와 E1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석유회사인 아람코로부터 통보받은 CP를 기준으로 매월 말일 국내 공급 가격을 정한다. 중동에서 국내까지 운송 시간을 고려해 전월 CP 기준으로 당월 국내 가격을 결정한다. 아람코는 11월 CP 가격을 전월 대비 50원(부탄 기준) 오른 t당 610달러로 책정했다. 국내 공급가격을 전월 대비 인상하거나 최소한 동결할 여지가 컸다는 뜻이다.

당초 SK가스는 지난달 30일 오후 6시45분께 이달 LPG 가격을 전월 대비 동결한다고 거래처에 통보했다. 하지만 30분 뒤인 오후 7시15분께 E1은 20원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SK가스는 20여 분 뒤인 오후 7시40분께 20원 인하하겠다고 다시 통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E1이 손해를 무릅쓰고 인하를 통보하자 SK가스가 서둘러 내부 회의를 거쳐 가격을 내리기로 방침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부탄 공급가격 기준으로 E1은 ㎏당 1592.68원이고, SK가스는 1591.68원이다. 두 업체 간 가격 차이는 매달 ㎏당 1원 차이에 불과하다. 경쟁업체 대비 섣불리 가격을 올렸다가 거래처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가격이 바뀌는 휘발유 경유와 달리 LPG는 한 달에 한 번 기준가격이 정해진다. 국제 가격이 가파르게 오를 때 이를 국내 가격에 반영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특히 LPG는 대표적인 서민 연료라는 인식이 강하다. 휘발유, 경유 및 LNG 등에 비해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LPG는 프로판과 부탄으로 나뉜다. 프로판은 LNG 배관이 설치되지 않은 지역에서 가정·상업용 및 산업용 연료로 활용된다. 부탄은 택시 및 1t 트럭 등 수송용 연료로 쓰인다.

다음달에도 가격 인상 요인이 크다. 아람코는 12월 CP를 프로판과 부탄 모두 t당 40달러 인상했다. 이 국제가격은 국내에 다음달 반영된다. 두 회사 관계자는 “아직 다음달 국내 공급가격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소비자 부담 경감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