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6개월간 선진국 증시 부진
내년 연착륙 가능성 거의 없어
변동성 커져 '바벨 전략' 중요
유럽 정유사 실적대비 저평가
장기적으로 의료 관련株 유망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30일(현지시간) 발간한 내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진단했다. “새로운 시대엔 새로운 투자 교본이 필요하다”며 “경기순환주와 경기방어주에 나눠 탄력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짜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인 투자 분야로는 에너지와 헬스케어, 단기 국채와 투자등급 채권을 눈여겨보라고 조언했다.
○“포트폴리오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장 보뱅 블랙록투자연구소(BII) 헤드는 보고서에서 “내년 연착륙은 가능하지 않다고 본다”며 “치솟는 물가를 둔화시키려면 경제침체가 필요하다”고 분석했다.앞으로 6~12개월간 선진국 주식시장은 부진할 것으로 보고 ‘비중 축소’를 권고했다. 기업 실적이 침체 우려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비중 확대’ 의견을 냈다. 향후 10년간 주식의 수익률이 채권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다.
토니 드스피리토 블랙록 수석포트폴리오매니저는 “연초보다 전체적으로 하락한 지금이 투자하기가 좋은 시점이지만 각국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침체가 올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했다. 그는 ‘바벨 투자 전략’을 세우라고 했다. 경기에 민감한 섹터와 안정적인 섹터로 나눠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라는 조언이다.
변동성이 커진 만큼 투자자들은 필요할 때마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경계심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블랙록은 조언했다. 웨이 리 블랙록 글로벌최고투자전략가는 “거시경제 변동성은 물론 시장의 변동성도 커진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며 “과거보다 훨씬 더 민첩하게, 더 자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손에는 에너지, 다른 손엔 헬스케어
블랙록은 경기민감주 중 에너지 섹터를 눈여겨보라고 했다. 에너지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과 친환경 전환 등이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드스피리토 매니저는 “유럽 정유회사들이 매력적”이라며 “미국 정유회사들은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이 10~12배인데 유럽 주요 석유회사들은 절반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력, 바이오가스에 투자하는 등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기업들도 관심을 가질 만하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글로벌 정유기업 셸은 덴마크의 바이오메탄 생산 업체 네이처에너지를 20억달러에 인수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도 최대 재생가능천연가스(RNG) 생산기업 아키아에너지를 약 41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들어 이날까지 S&P500 에너지 지수는 64.24% 상승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는 14.39% 하락했다.
경기방어주 가운데서는 헬스케어 관련주를 유망주로 꼽았다. 고령층이 늘어 수요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드스피리토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헬스케어 관련 지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고 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