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0년 찰스 굿하트 런던정치경제대(LSE) 명예교수는 “통화정책이 아니라 인구 구조에서 물가 상승의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고령화는 20여 년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굿하트 교수는 영국중앙은행(BOE) 수석고문 및 BOE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을 지낸 통화이론 전문가다. 팬데믹 초기인 2020년 발표한 책 <인구대역전>을 통해 그는 이듬해인 2021년 인플레이션이 5~10%대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적 인플레 바탕엔 中 저출산·고령화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등 다른 돌발 요인도 있었지만, 그의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5%를 넘겼던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1990년대 이후 2~3%대로 떨어졌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제로(0)금리 수준의 초저금리가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물가는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영원할 것 같던 ‘디플레이션 시대’는 2020년 찾아온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막을 내렸다. 각국 중앙은행이 빠르게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물가는 아직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굿하트 교수는 물가 변동의 요인을 인구 변동과 세계화에서 찾는다. “이제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무한히 공급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중국은 빠르게 늙어가고 있다. 유엔이 지난 7월 발표한 ‘세계 인구전망’에 따르면 지난해 14억50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중국의 인구는 2040년 13억7800만 명으로 감소하고, 2070년엔 10억8500만 명으로 줄어든다.

원인은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이다. 1970년대 가임여성 1명당 6.09명에 달하던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올해 1.18명으로 낮아졌다. 1992년 출산율 2명 선이 깨진 뒤 20년째 1명대 출산율이 이어지고 있다. 자연히 인구 구조도 급속도로 악화하고 있다. 올해 69%에 달하는 중국 전체 인구 중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2070년 53.5%로 줄어든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 비중은 13.7%에서 36.9%로 약 세 배로 뛴다. 이 기간 중국의 생산가능인구는 9억8000만 명에서 5억8000만 명으로 줄어든다.

굿하트 교수는 “노동력이 부족해지면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이 임금을 올려줘야 하고 이는 인플레이션을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2000년 월 781위안(당시 기준 약 94달러)으로 한국 근로자 월평균 임금(173만원, 약 1330달러)의 14분의 1에 불과하던 중국 도시 근로자 평균 임금(민간기업)은 2021년 5240위안(약 750달러)으로 높아졌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