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은 연금뿐인데 종부세 폭탄…집 한채 가진게 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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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고지서 들고 세무서 찾은 납세자들 '분통'
임대주택 '합산배제' 사라지자
"180만원 내던 세금이 5배나 폭증"
"집값 떨어지는데 세금 되레 늘어
정치권 말만 믿다 날벼락 맞았다"
임대주택 '합산배제' 사라지자
"180만원 내던 세금이 5배나 폭증"
"집값 떨어지는데 세금 되레 늘어
정치권 말만 믿다 날벼락 맞았다"

증조부의 선의는 90여 년 뒤 증손자에게 종합부동산세 폭탄으로 돌아왔다. 서울에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있었던 민씨는 올해 2200만원의 종부세를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주택이 아니라 부속토지만 보유해도 주택을 소유한 것으로 보는 ‘황당 세법’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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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없는 80대가 무슨 돈으로 내나”
올해 종부세 납부 기간(12월 1~15일) 첫날인 1일 서울 시내 주요 세무서는 최저기온이 영하 9도로 떨어진 추운 날씨에도 민원인들로 붐볐다. 서울의 대표적 종부세 부과 지역을 관할하는 세무서 세 곳이 한 건물에 입주해 있는 서울 역삼동 삼성·역삼·서초세무서도 종부세 고지액이 너무 많다며 항의하러 온 시민들로 가득했다.역삼세무서 7층 재산세과 앞에서 만난 80대 노부부는 격앙돼 있었다. 베트남전 참전용사 출신이라는 남편(84)은 “우리 같은 노인네들이야 정부가 칼자루(종합부동산세)로 모가지를 내려치면 어쩔 수 없지. 그런데 이렇게 크게 칼자루를 휘두르면 어떡하느냐”고 했다. 110만원이 찍힌 종부세 고지서를 들고 있던 그는 “소득이라고는 연금밖에 없는데 무슨 돈으로 세금을 내느냐”며 “베트남에서도 살아 돌아왔는데 종부세로 내 모가지가 날아갈 판”이라고 토로했다. 세무공무원이 종부세 부과 방식을 설명하며 “제대로 부과된 것”이라고 하자 “우리 같은 노인들이 알 길이 있나…”라며 아내의 손목을 잡아끌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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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하소연도
임대주택 정책 변화로 세부담이 급증한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 용산세무서 2층 재산세과에서 만난 양모씨는 이촌동 주택과 서초동 임대주택에 대한 종부세로 약 1126만원을 부과받았다. 작년까지는 임대주택이 종부세 산정 때 합산에서 배제됐는데 혜택이 종료돼 올해는 세금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양씨는 “종부세가 작년 180만원에서 다섯 배가량 늘었다”며 “살려달라”고 호소했다.마포세무서를 찾은 한 70대 여성은 “집 하나에 평생 살면서 판 적도 없는데 집값 올랐다고 세금만 올려대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고 화를 냈다. 또 다른 60대 후반 여성은 “집값은 떨어지고 있는데 공시가격이라는 정체 모를 기준이 올랐다는 이유로 세금이 늘어나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의진/강진규 기자 just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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