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올해 최고 매니저의 내년 전망…"반도체 2차전지는 피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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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급격한 금리 인상과 풀리지 않는 중국의 봉쇄,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올해 시장은 대부분의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형 펀드(공모주펀드 제외)가 있다.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마이다스 거북이펀드 시리즈다. 거북이펀드 시리즈의 모체가 되는 모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5.83%(1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3년 수익률도 48.96%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경 마켓PRO는 거북이펀드 시리즈를 운용하는 엄찬식 주식운용본부 부장(사진)과 인터뷰를 했다. 엄 부장은 "최근의 안도랠리는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박스권 시장이 오래간다고 보고 롱쇼트 종목을 철저하게 골라내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켓PRO는 지난달 29일 마이다스운용 본사에서 엄 부장과 만나 내년의 시장상황과 유망한 종목, 피해야 할 종목 등에 대해 물었다.
▶먼저 거북이 펀드 시리즈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거북이 펀드는 주식형 모펀드와 채권형 모펀드를 위험성향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담아서 운용됩니다. 예를들어 거북이90펀드는 주식형 모펀드 비중이 90%로 위험성향이 높습니다. 제가 운용하는 주식형 모펀드는 주식을 60% 이상 편입하고 있고, 공매도(쇼트) 비중도 40~50% 정도 됩니다. 같은 업종 내에서 고평가 된 종목을 팔고, 저평가 된 종목을 사는 게 원칙이라 실제 시장에 노출된 포지션은 0~20% 입니다. 저는 주식형 모펀드를 1년 이상 맡아 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벌써 한 달 남았습니다. 올해 시장을 어떻게 회고하십니까?
"저는 성장주 위주의 시장 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포지션을 올해 자주 잡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내내 성장주들의 일시적인 반등이 수없이 많이 나오면서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진행됐던 성장주 강세 패턴에 투자자들이 젖어있다 보니 조금만 하락 해도 저점 매수가 이뤄지며 다시 강세를 띄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포지션을 유지했고 그것이 높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불안하셨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데이터에 집중했습니다. 무역통계나 수입자금 등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데이터 흐름 대로 주가가 형성되더군요."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에선 유독 '셀 온 뉴스(호재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가 많았습니다. 데이터대로 움직이지 않는 종목도 많았을 텐데요?
"실적의 지속성 여부가 문제가 된 기업일 겁니다. 예를들어 백화점주의 경우 올해 실적은 좋았는데 실적의 지속성이 담보가 되지 않아 보니 주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시장의 관심이 없는데, 데이터 흐름 상 일종의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이 보이는 종목을 많이 담았습니다."
▶어떤 종목이 가장 수익률에 도움이 됐나요?
"방산, 전력기기, 건설기계 업종이 그랬습니다. 주가가 바닥이었던 구간에도 데이터 흐름이 괜찮았던 종목들이고요. 방산주를 예를들면 저는 방산과 민수사업에서 매출이 절반씩 나오는 한국항공우주에 주목했었습니다. 민항기 부품을 제조하는 사업이 리오프닝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서 데이터도 좋아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후 우크라이나 테마까지 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얻어 걸린 측면도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했을 때 데이터를 보고 매수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돌아온 것이지요."
▶반대로 수익을 깎아먹은 종목은 무엇인가요?
"롱으론 게임 업종이 그랬습니다. 절대수익을 내는 펀드를 운용하다 보니 매크로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게임 업종을 선호하는 편인데, 올해는 게임 업종 주가가 비트코인 시세와 연동돼 움직이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매도로는 2차전지가 수익률을 깎아먹었습니다. 소비침체로 자동차가 안팔리면 2차전지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장은 실적이 잘 나오면서 주가도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매크로에만 집중하다 보면 틀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지금도 2차전지를 살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기 때문에 업사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은 매크로 이슈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많습니다. 향후 거시경제 환경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물가 하락에 따른 금리 인하를 전망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중국의 리오프닝과 물가 둔화가 결국 다시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업률도 덜 하락할 테고 중국의 원자재가격도 다시 오를 테니까요. 그래서 시장이 바라는 금리 하락은 생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가장 눈여겨 보는 지표가 있다면요?
"저는 미국의 유동성지표(M2)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M2 증가율의 몇 개월 후행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지금 M2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 시장도 V자 반등은 어려울 것 같고 박스권이 오래갈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2년 강세를 띄면 10년은 박스권을 유지하는 속성을 보인다고 하더군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면서 안도랠리가 나오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안도랠리엔 쇼트커버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공매도 잔고가 실제로 감소하기도 했고요. 쇼트커버가 한 번 유발되면 공매도 투자자의 로스컷이 나오면서 계속적으로 쇼트커버가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도 일단락 됐고 변동성 지표도 하단에 있어서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강세장의 추억에 젖어서 못 빠져 나오고 있는 개인 자금이 여전히 많습니다. 박스권이 이어지다 보면 해당 자금들의 유출도 일어날 수 있어서 시장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망하다고 생각하시는 업종이 있다면요?
"음식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4년 화장품 섹터의 상승과 같은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당시 화장품업종은 내수가 안좋다 보니 실적도 안좋고 주가도 부진했지만, 수출만큼은 2~3년 이상 지속적으로 좋았었거든요. 지속성이 쌓이다 보면 어느순간 티핑포인트가 확 발생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음식료업종은 가공식품 수출이 몇 년 이상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실적은 곡물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좋지 않지만 곧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받아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업종이 있으십니까?
"반도체 업종입니다. 최근 다들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지 않습니까? 반도체 업황을 최근 5년으로 봤을 때 PBR 1배에서 사면 실패한 적이 별로 없으니까요. 내년 2분기에 디램 가격이 오를 테니 반 년 선행해서 사면 된다고 쉽게들 얘기하고 있죠. 그런데 굉장히 긴 시계열로 반도체를 봐 온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5년으로 보면 저점일 수 있으나 20년 사이클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도 얘기합니다. 실제 IT버블 이후 수요불황이 굉장히 장기적으로 왔다는 것이죠. 특히 지금은 SK하이닉스의 재무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인한 불황이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은 좋게 보는데 엄 부장님은 안좋게 보는 업종이 있다면요?
"2차전지 업종의 경우 시장과 달리 부정적으로 전망합니다. 과거 한국 기업을 보면 중국과의 경쟁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돈을 잘 벌었던 기업이 없습니다. LCD와 폴리실리콘이 대표적 예죠. 물론 중국과의 경쟁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를 떠나 일단 2차전지 마진 자체가 너무 낮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만 보더라도 3분기 매출 서프라이즈가 10% 났는데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도 10%밖에 안났습니다. 반도체라면 매출 서프라이즈가 10% 나면 영업이익은 100%씩 나거든요. 설비투자를 마구 확대해서 리스크를 질 정도의 산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주목하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시는 업종은 있으신가요?
"헬스케어입니다. 헬스케어의 경우 인구구조상 구조적 성장에 놓여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이슈가 없어 상대적으로 선호됩니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크게 빠져있는 업종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내년을 바라봤을 때 바이오시밀러 회사나 미용기기 회사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 오리지널 의약품들의 특허만료가 많아서 바이오 시밀러의 2차상승 사이클이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마침 해외 경쟁사들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것도 한국 기업엔 긍정적입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
오픈 인터뷰 급격한 금리 인상과 풀리지 않는 중국의 봉쇄,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올해 시장은 대부분의 국내 액티브 주식형 공모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만만치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유일하게 플러스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형 펀드(공모주펀드 제외)가 있다. 롱쇼트 전략을 구사하는 마이다스 거북이펀드 시리즈다. 거북이펀드 시리즈의 모체가 되는 모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5.83%(1일 기준)을 기록 중이다. 3년 수익률도 48.96%로 양호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한경 마켓PRO는 거북이펀드 시리즈를 운용하는 엄찬식 주식운용본부 부장(사진)과 인터뷰를 했다. 엄 부장은 "최근의 안도랠리는 일시적으로 끝날 것"이라며 "박스권 시장이 오래간다고 보고 롱쇼트 종목을 철저하게 골라내 대응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켓PRO는 지난달 29일 마이다스운용 본사에서 엄 부장과 만나 내년의 시장상황과 유망한 종목, 피해야 할 종목 등에 대해 물었다.
▶먼저 거북이 펀드 시리즈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거북이 펀드는 주식형 모펀드와 채권형 모펀드를 위험성향에 따라 비율을 다르게 담아서 운용됩니다. 예를들어 거북이90펀드는 주식형 모펀드 비중이 90%로 위험성향이 높습니다. 제가 운용하는 주식형 모펀드는 주식을 60% 이상 편입하고 있고, 공매도(쇼트) 비중도 40~50% 정도 됩니다. 같은 업종 내에서 고평가 된 종목을 팔고, 저평가 된 종목을 사는 게 원칙이라 실제 시장에 노출된 포지션은 0~20% 입니다. 저는 주식형 모펀드를 1년 이상 맡아 운용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벌써 한 달 남았습니다. 올해 시장을 어떻게 회고하십니까?
"저는 성장주 위주의 시장 트렌드와 반대로 가는 포지션을 올해 자주 잡았습니다. 그런데 올해 내내 성장주들의 일시적인 반등이 수없이 많이 나오면서 포지션에 대한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진행됐던 성장주 강세 패턴에 투자자들이 젖어있다 보니 조금만 하락 해도 저점 매수가 이뤄지며 다시 강세를 띄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제 포지션을 유지했고 그것이 높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포지션을 유지하는 게 불안하셨을 텐데 어떻게 견디셨습니까?
"데이터에 집중했습니다. 무역통계나 수입자금 등에 집중하다 보면 결국 데이터 흐름 대로 주가가 형성되더군요."
▶하지만 올해 주식시장에선 유독 '셀 온 뉴스(호재에 주가가 하락하는 것)'가 많았습니다. 데이터대로 움직이지 않는 종목도 많았을 텐데요?
"실적의 지속성 여부가 문제가 된 기업일 겁니다. 예를들어 백화점주의 경우 올해 실적은 좋았는데 실적의 지속성이 담보가 되지 않아 보니 주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 시장의 관심이 없는데, 데이터 흐름 상 일종의 트렌드가 형성되는 것이 보이는 종목을 많이 담았습니다."
▶어떤 종목이 가장 수익률에 도움이 됐나요?
"방산, 전력기기, 건설기계 업종이 그랬습니다. 주가가 바닥이었던 구간에도 데이터 흐름이 괜찮았던 종목들이고요. 방산주를 예를들면 저는 방산과 민수사업에서 매출이 절반씩 나오는 한국항공우주에 주목했었습니다. 민항기 부품을 제조하는 사업이 리오프닝 이후 업황이 개선되면서 데이터도 좋아지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후 우크라이나 테마까지 타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얻어 걸린 측면도 있지만 결국 시장에서 외면당했을 때 데이터를 보고 매수했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돌아온 것이지요."
▶반대로 수익을 깎아먹은 종목은 무엇인가요?
"롱으론 게임 업종이 그랬습니다. 절대수익을 내는 펀드를 운용하다 보니 매크로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게임 업종을 선호하는 편인데, 올해는 게임 업종 주가가 비트코인 시세와 연동돼 움직이는 등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공매도로는 2차전지가 수익률을 깎아먹었습니다. 소비침체로 자동차가 안팔리면 2차전지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당장은 실적이 잘 나오면서 주가도 괜찮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매크로에만 집중하다 보면 틀린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다만 지금도 2차전지를 살 생각은 별로 없습니다. 이미 밸류에이션이 높기 때문에 업사이드가 제한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최근 시장은 매크로 이슈에 의해 움직이는 측면이 많습니다. 향후 거시경제 환경은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많은 사람들이 물가 하락에 따른 금리 인하를 전망합니다. 그런데 저는 반대로 중국의 리오프닝과 물가 둔화가 결국 다시 물가와 금리를 끌어올릴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실업률도 덜 하락할 테고 중국의 원자재가격도 다시 오를 테니까요. 그래서 시장이 바라는 금리 하락은 생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가장 눈여겨 보는 지표가 있다면요?
"저는 미국의 유동성지표(M2)를 가장 중요하게 봅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M2 증가율의 몇 개월 후행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지금 M2 지표가 나빠지고 있어서 시장도 V자 반등은 어려울 것 같고 박스권이 오래갈 것으로 봅니다. 실제로 한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 시장은 2년 강세를 띄면 10년은 박스권을 유지하는 속성을 보인다고 하더군요."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가시면서 안도랠리가 나오고 있는데 일시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최근 안도랠리엔 쇼트커버도 작용한 것 같습니다. 공매도 잔고가 실제로 감소하기도 했고요. 쇼트커버가 한 번 유발되면 공매도 투자자의 로스컷이 나오면서 계속적으로 쇼트커버가 발생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움직임도 일단락 됐고 변동성 지표도 하단에 있어서 다시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특히 한국 시장의 경우 강세장의 추억에 젖어서 못 빠져 나오고 있는 개인 자금이 여전히 많습니다. 박스권이 이어지다 보면 해당 자금들의 유출도 일어날 수 있어서 시장의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그렇다면 어려운 상황에서도 유망하다고 생각하시는 업종이 있다면요?
"음식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4년 화장품 섹터의 상승과 같은 움직임이 있을 수 있다고 봅니다. 당시 화장품업종은 내수가 안좋다 보니 실적도 안좋고 주가도 부진했지만, 수출만큼은 2~3년 이상 지속적으로 좋았었거든요. 지속성이 쌓이다 보면 어느순간 티핑포인트가 확 발생하곤 합니다. 마찬가지로 현재 음식료업종은 가공식품 수출이 몇 년 이상 성장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당장 실적은 곡물가격 상승에 영향을 받아 좋지 않지만 곧 완화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그동안 시장에서 소외받아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업종이 있으십니까?
"반도체 업종입니다. 최근 다들 매수 타이밍이라고 보지 않습니까? 반도체 업황을 최근 5년으로 봤을 때 PBR 1배에서 사면 실패한 적이 별로 없으니까요. 내년 2분기에 디램 가격이 오를 테니 반 년 선행해서 사면 된다고 쉽게들 얘기하고 있죠. 그런데 굉장히 긴 시계열로 반도체를 봐 온 시니어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5년으로 보면 저점일 수 있으나 20년 사이클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도 얘기합니다. 실제 IT버블 이후 수요불황이 굉장히 장기적으로 왔다는 것이죠. 특히 지금은 SK하이닉스의 재무여력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 반도체 치킨게임으로 인한 불황이 오래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시장은 좋게 보는데 엄 부장님은 안좋게 보는 업종이 있다면요?
"2차전지 업종의 경우 시장과 달리 부정적으로 전망합니다. 과거 한국 기업을 보면 중국과의 경쟁을 통해 지속가능하게 돈을 잘 벌었던 기업이 없습니다. LCD와 폴리실리콘이 대표적 예죠. 물론 중국과의 경쟁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긴 합니다. 그런데 이를 떠나 일단 2차전지 마진 자체가 너무 낮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만 보더라도 3분기 매출 서프라이즈가 10% 났는데 영업이익 서프라이즈도 10%밖에 안났습니다. 반도체라면 매출 서프라이즈가 10% 나면 영업이익은 100%씩 나거든요. 설비투자를 마구 확대해서 리스크를 질 정도의 산업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반대로 시장에서 주목하지 않지만 긍정적으로 보시는 업종은 있으신가요?
"헬스케어입니다. 헬스케어의 경우 인구구조상 구조적 성장에 놓여있고,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비용 이슈가 없어 상대적으로 선호됩니다.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크게 빠져있는 업종이기도 하고요. 그러나 내년을 바라봤을 때 바이오시밀러 회사나 미용기기 회사엔 기회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내년 오리지널 의약품들의 특허만료가 많아서 바이오 시밀러의 2차상승 사이클이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마침 해외 경쟁사들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것도 한국 기업엔 긍정적입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