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5.0% 상승했다. 지난 4월(4.8%)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지난 10월(5.7%) 대비 0.7%포인트, 지난 7월(6.3%)과 비교하면 1.3%포인트 낮아졌다. 물가 상승 정점은 지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은 여전히 13년 만의 최고 수준이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지난해 11월과 비교하면 5.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하다 지난 7월 6.3%까지 치솟았다. 1998년 11월(6.8%) 이후 최고치였다. 이후에도 △8월 5.7% △9월 5.6% △10월 5.7% 등 5%대 후반을 유지했지만, 지난달 큰 폭으로 떨어졌다.

물가 상승세가 그나마 안정을 찾은 것은 최근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폭이 둔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농축수산물 가격의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0.3%로 지난 10월(5.2%) 대비 크게 둔화됐다. 농축수산물 가격의 물가 상승률 기여도는 10월 0.46%포인트에서 11월 0.03%포인트로 줄었다.

석유류 가격 상승세도 꺾였다. 지난달 상승률은 5.6%로, 지난 10월(10.7%) 대비 5.1%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6월(39.6%)와 비교하면 8분의 1 수준이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10%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해 3월(1.2%) 이후 처음이다. 김희재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배추와 무 등 채소류 중심의 농산물 수급 여건 개선으로 물가 상승 폭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서민 생활과 직결된 생활물가지수의 가격 오름세가 큰 폭 둔화한 것이 긍정적인 신호"고 평가했다.

문제는 근원물가라는 분석도 나온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과 같은 4.8%였다. 2009년 2월(5.2%) 이후 최고 수준이다. 공업제품(5.9%), 개인서비스(6.2%) 등이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어서다. 전기·가스·수도 가격 상승률은 23.1%로 지난 10월과 같다.

또 5% 안팎의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달 이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어 물가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등락하지 않을까 한다"고 전망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도 "경기 둔화 폭 확대 가능성 등이 하방 리스크(위험)로, 에너지요금 인상 폭 확대 가능성 등은 상방리스크로 각각 잠재해 있다"며 "소비자물가는 내년 초까지 5% 수준의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