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화성 간다"… 맘카페 들썩인 테슬라 공장 유치전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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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한국공장 벌써 ‘지자체 유치전’
尹대통령-머스크 화상면담 후 뜨거운 관심
고양 "기가상하이·베를린, 대도시 인근" 도전
강원 "테슬라코리아와 충전사업 등 사전교감"
포항 "2차전지·부품 공급망 완벽 구축" 자신
尹대통령-머스크 화상면담 후 뜨거운 관심
고양 "기가상하이·베를린, 대도시 인근" 도전
강원 "테슬라코리아와 충전사업 등 사전교감"
포항 "2차전지·부품 공급망 완벽 구축" 자신
“테슬라 기가 팩토리가 한국에 진짜 들어올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화상 면담을 한 지난달 23일. 국내 테슬라 커뮤니티는 ‘깜짝 뉴스’에 술렁였습니다. 테슬라 기가 팩토리를 한국에 지어달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머스크는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한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겁니다. 이 뉴스는 외신까지 타며 국내외 테슬라 투자자 및 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10~12개의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테슬라는 연간 100만~1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 제2 공장을 검토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중국의 기가 상하이 생산 능력이 연간 100만대임을 감안하면 신공장 역시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는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국이 유력합니다. 이들 국가 모두 테슬라 공장 유치에 관심이 큽니다. 지난 5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 발사장까지 찾아가 머스크를 직접 만났습니다. 지난달 머스크가 화상 연설을 한 ‘B20 서밋’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역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거듭 강력한 유치 의지를 밝혔습니다.
고양시가 내세우는 장점은 전기차 수요가 가장 큰 수도권 도시라는 점입니다. 고양시 인구 100만명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 2000만명이 배후 수요입니다. 머스크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도 수월합니다.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등 대도시 인근에 기가 팩토리가 있듯이 서울 인근인 고양에 기가 팩토리가 들어서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고양은 인천·김포공항, 인천항·평택항 등과 인접해 수출입 교통망도 편리합니다.
그러나 수도권이기에 발목을 잡는 것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과 규제입니다. 기가 상하이 부지만 25만7000평에 달합니다. 다른 지방과 비교할 때 비용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시의 대안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은 해외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혜택을 부여합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테슬라 유치를 함께 이루겠다는 게 고양시의 전략입니다.
고양시 관계자는 “테슬라 공장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조성을 추진 중”이라며 “부지 후보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기가 팩토리가 워낙 대단지이기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빈 땅은 고양시 전체 부지의 2~3%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실제 강원도는 테슬라코리아와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와 만나 도내 11개 시·군 34개소에 테슬라 전용 충전시설 슈퍼차저와 범용 충전시설을 갖춘 충전스테이션을 내년 말까지 준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언론을 포함한 대외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는 김 대표가 강원대서 ‘테슬라 혁신의 비결’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테슬라코리아가 본사의 신공장 부지 선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강원도 에너지관리팀 관계자는 “기가 팩토리를 강원에 짓는다면 도내 풍부한 풍력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며 “100%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공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청정에너지를 무기로 ‘친환경 기업’ 테슬라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기가 팩토리 후보지에 대해선 이 관계자 역시 말을 아꼈습니다. 그는 “부지는 아직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공장을 산속에 지을 순 없고, 상하이나 베를린처럼 도내 도시 인근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지자체의 과열 경쟁을 우려한 걸까요. 정부는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30일 이틀간 광역자치단체를 상대로 유치 제안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 설명회엔 부산, 울산, 인천, 경기, 전북, 전남, 강원, 경북 등 지자체 10곳이 참석했습니다. 산자부는 테슬라 공장 입지 조건인 항만시설과 부지 등에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테슬라 유치 선언을 한 일부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선 주민들의 응원과 기대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야 공무원들이 일 좀 한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공장 지어주나” “화성 가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지만 테슬라 유치만 하면 집값 화성 갈 듯” “동네에 기가 팩토리가 있으면 위엄이 넘칠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아직 테슬라가 한국 투자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지대해 보입니다. 물론 "머스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김칫국 마시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은 게 테슬라 유치에 불리한 점”이라며 “과거 GM과 르노도 한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삼으려 했지만, 현재는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강력한 2차전지 및 부품사 생태계는 다른 국가에서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 규제 또한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테슬라 공장이 시위대에 점거돼 셧다운되는 상황을 ‘무노조 경영’만 해본 머스크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강성 노조는 심각한 문제이고 엄정 대응 할 것”이라며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를 짓는다면 정부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요하면 규제를 뜯어고쳐서라도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화상 면담을 한 지난달 23일. 국내 테슬라 커뮤니티는 ‘깜짝 뉴스’에 술렁였습니다. 테슬라 기가 팩토리를 한국에 지어달라는 윤 대통령의 요청에 머스크는 “최우선 투자 후보지 중 하나로 한국을 고려하고 있다”고 답한 겁니다. 이 뉴스는 외신까지 타며 국내외 테슬라 투자자 및 팬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머스크는 지난 8월 주주총회에서 “2030년까지 10~12개의 신규 공장을 세울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테슬라는 연간 100만~1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아시아 제2 공장을 검토 중이며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중국의 기가 상하이 생산 능력이 연간 100만대임을 감안하면 신공장 역시 비슷한 규모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시아 제2 공장, 내년 상반기 결정”
테슬라의 리스크 중 하나는 과도한 중국 의존입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중국 시장은 테슬라 매출의 30%, 수익의 50% 이상을 차지합니다. 미·중 갈등이 갈수록 심화하면서 테슬라는 이 리스크를 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아시아 제2 공장 후보지는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국이 유력합니다. 이들 국가 모두 테슬라 공장 유치에 관심이 큽니다. 지난 5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미국 텍사스 스페이스X 발사장까지 찾아가 머스크를 직접 만났습니다. 지난달 머스크가 화상 연설을 한 ‘B20 서밋’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렸습니다. 한국 역시 윤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맞춤형 지원을 하겠다”고 거듭 강력한 유치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루 만에 유치전 나선 고양
대통령까지 발 벗고 ‘기가 코리아’ 유치전에 뛰어들자 국내 지자체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경기도 고양시가 선수를 쳤습니다. 시는 윤 대통령과 머스크의 화상 면담 하루 만에 기다렸다는 듯, “고양시가 기가 팩토리 최적지”라며 홍보전에 돌입했습니다. 고양시 기업유치팀 관계자는 “베드타운 고양시가 자족도시로 성장하려면 기업 유치가 절실하다”며 “테슬라는 글로벌 혁신 전기차 기업으로 상징성이 크기에 이번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고 설명했습니다.고양시가 내세우는 장점은 전기차 수요가 가장 큰 수도권 도시라는 점입니다. 고양시 인구 100만명에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 2000만명이 배후 수요입니다. 머스크가 원하는 ‘최고의 인재’를 채용하기도 수월합니다.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 등 대도시 인근에 기가 팩토리가 있듯이 서울 인근인 고양에 기가 팩토리가 들어서는 게 타당하다는 논리입니다. 고양은 인천·김포공항, 인천항·평택항 등과 인접해 수출입 교통망도 편리합니다.
그러나 수도권이기에 발목을 잡는 것도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비싼 땅값과 규제입니다. 기가 상하이 부지만 25만7000평에 달합니다. 다른 지방과 비교할 때 비용 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고양시의 대안은 경제자유구역 지정입니다. 경제자유구역은 해외 투자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특정 지역에 세제 감면과 규제 완화 혜택을 부여합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과 테슬라 유치를 함께 이루겠다는 게 고양시의 전략입니다.
고양시 관계자는 “테슬라 공장은 경제자유구역 내에 조성을 추진 중”이라며 “부지 후보는 절대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는 “기가 팩토리가 워낙 대단지이기에 공장이 들어설 수 있는 빈 땅은 고양시 전체 부지의 2~3%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강원 “테슬라와 사업은 우리가 하는데”
발 빠른 고양시의 유치 선언이 내심 불편해 보이는 지자체도 있습니다. 강원도입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달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테슬라 공장을 도내에 유치하기 위해 나서겠다”며 “테슬라코리아에 강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달라는 의견을 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우리 도는 몇 달 전부터 (유치전을) 뛰었기 때문에 이제 나서는 지자체하고는 상황이 다르다”고 견제구성 발언까지 했습니다.실제 강원도는 테슬라코리아와 전기차 충전소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김 지사는 지난 7월 김경호 테슬라코리아 대표와 만나 도내 11개 시·군 34개소에 테슬라 전용 충전시설 슈퍼차저와 범용 충전시설을 갖춘 충전스테이션을 내년 말까지 준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언론을 포함한 대외활동에 거의 나서지 않는 김 대표가 강원대서 ‘테슬라 혁신의 비결’이라는 주제의 특강을 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테슬라코리아가 본사의 신공장 부지 선정에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강원도 에너지관리팀 관계자는 “기가 팩토리를 강원에 짓는다면 도내 풍부한 풍력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다”며 “100% 재생에너지로 돌리는 공장이 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청정에너지를 무기로 ‘친환경 기업’ 테슬라를 설득하겠다는 전략입니다. 기가 팩토리 후보지에 대해선 이 관계자 역시 말을 아꼈습니다. 그는 “부지는 아직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공장을 산속에 지을 순 없고, 상하이나 베를린처럼 도내 도시 인근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물밑에서 지자체 설명회 연 정부
포항시도 유치 도전장을 던졌습니다. 시는 테슬라 공장 유치팀을 만들어 지난달 30일 정부에 유치 의향서를 전달했습니다. 사업 제안서에 따르면 포항이 내세우는 장점은 철강 및 2차 전지와 연계한 산업적 측면입니다. 포스코에서 안정적인 자동차용 철판을 공급받을 수 있는 데다, 전기차의 핵심인 2차전지 클러스터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배터리 셀 및 소재 회사인 포스코케미칼, 에코프로,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이 모두 포항에 집결해 있습니다. 공장 부지는 영일만배후산업단지와 블루밸리산단 일대 50만평을 준비 중입니다.지자체의 과열 경쟁을 우려한 걸까요. 정부는 물밑에서 조용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일부 언론보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30일 이틀간 광역자치단체를 상대로 유치 제안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이 설명회엔 부산, 울산, 인천, 경기, 전북, 전남, 강원, 경북 등 지자체 10곳이 참석했습니다. 산자부는 테슬라 공장 입지 조건인 항만시설과 부지 등에 질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테슬라 유치 선언을 한 일부 지역 커뮤니티 카페에선 주민들의 응원과 기대 글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제야 공무원들이 일 좀 한다” “가만히 있으면 누가 공장 지어주나” “화성 가는 것보다 어려울 것 같지만 테슬라 유치만 하면 집값 화성 갈 듯” “동네에 기가 팩토리가 있으면 위엄이 넘칠 것 같다” 등의 긍정적인 반응입니다. 아직 테슬라가 한국 투자와 관련된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지만, 지역 주민들의 관심은 지대해 보입니다. 물론 "머스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김칫국 마시는 것 아닌가"하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전문가들은 테슬라 한국공장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경쟁국인 동남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공장 부지·건설 비용 및 인건비를 맞추기가 녹록지 않다는 겁니다. 일각에선 한국이 머스크의 ‘립서비스’만 받고 다른 후보 국가들의 들러리로 서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합니다.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은 게 테슬라 유치에 불리한 점”이라며 “과거 GM과 르노도 한국 공장을 수출 거점으로 삼으려 했지만, 현재는 규모를 줄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그는 “강력한 2차전지 및 부품사 생태계는 다른 국가에서 따라올 수 없는 한국의 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성 노조와 경직된 노동 규제 또한 발목을 잡는 요인입니다. 테슬라 공장이 시위대에 점거돼 셧다운되는 상황을 ‘무노조 경영’만 해본 머스크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입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의 강성 노조는 심각한 문제이고 엄정 대응 할 것”이라며 “테슬라가 기가 팩토리를 짓는다면 정부는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필요하면 규제를 뜯어고쳐서라도 유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테슬람이 간다’는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