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로슈, 각국 보건당국에 티쎈트릭 피하주사 제형 허가신청
로슈가 항PD-L1 면역관문억제제 '티쎈트릭'의 피하주사(SC) 제형에 대한 허가신청을 각국 보건당국에 제출했다.

로슈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3상(IMscin001)에서 SC제형 티쎈트릭이 기존 정맥주사 제형 티쎈트릭 대비 열등하지 않음을 확인했으며 이를 근거로 SC제형에 대한 승인허가를 신청했다고 1일(미국 시간) 발표했다.

로슈 관계자는 “제형을 바꿔 실시한 임상 3상 결과가 SC제형의 승인을 뒷받침할 만큼 충분히 강력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제약사가 출시한 면역관문억제제 중 SC제형으로 허가 받은 의약품은 아직 없다. 허가당국의 승인을 받으면 티쎈트릭은 피하주사 사용이 가능한 첫번째 면역관문억제제가 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판매되는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미국 MSD)를 비롯해 면역관문억제제는 정맥주사를 통해 투약하고 있다. 정맥주사는 항체 기반 약물을 투약하는 가장 일반적인 투약법인 데다, 약물을 분해하는 간을 거치지 않고 환자에게 필요한 양의 약물을 전신으로 빠르게 확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장기간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오랜 정맥주사로 정맥이 손상되는 것은 물론 투약부위에 흉터가 생기고 환자들 삶의 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었다. 이 때문에 글로벌 제약업계에서는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약하기 편한 피하주사로 제형을 바꾸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피하주사는 의료진 대신 일반인이 놓을 수 있을 만큼 투약하기가 간편하고 시간도 적게 걸린다. 당뇨 환자들이 자택에서 스스로 놓는 인슐린 주사가 대표적인 피하주사다.

MSD, BMS 등도 SC제형 임상 중

로슈에 이어 미국 머크(MSD),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도 SC제형 면역관문억제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이 한창이다. MSD는 국내 기업 알테오젠과 SC제형 항체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CDMO(위탁개발생산)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MSD는 키트루다 SC제형에 대한 임상 3상을 내년 초 완료를 목표로 진행 중이다. BMS는 내년 말을 목표로 '옵디보'의 피하제형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SC제형 개발에 이같이 ‘진심인’ 배경에는 특허만료 문제도 깔려있다. 티쎈트릭은 비교적 최근(2016년) 승인을 받아 특허 만료까지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남아있지만, MSD의 키트루다는 2028년 물질 특허가 만료된다. 제형특허를 새롭게 등록하게 되면 최장 20년 동안 해당 제형에 대한 특허를 장기간 보호받을 수 있게 된다.

김정현 아이피센트 변리사는 “제형 특허 등록을 통해 최소 10년만 더 바이오시밀러의 접근을 막아도 그로 인해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는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다만 제형특허 등록은 보건당국의 새로운 제형 허가에 비해 더 까다롭기 때문에 제형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기존 정맥투약형 약물을 SC형으로 바꾼 바이오시밀러 ‘렘시마SC’로 글로벌 특허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SC제형 비열등성 입증한 임상3상

로슈가 진행한 임상 3상(IMscin001)은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SC제형으로 변경한 티쎈트릭이 기존 티쎈트릭(정맥주사 제형)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이었다. 환자 중 3분의 1에는 기존 정맥주사 제형의 티쎈트릭을, 나머지 3분의 2에는 피하주사제로 변경한 티쎈트릭을 주사했다.

체내에서 약물이 대사되는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약동학 분석에서 로슈는 SC제형 티쎈트릭이 기존 정맥주사 제형 티쎈트릭 대비 열등하지 않다고 밝혔다. 투약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30~60분에서 7분으로 줄어들었다.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SC 제형에서 2.8개월, 정맥주사 제형에서 2.9개월이었다. 객관적반응률(ORR)은 SC 제형에서 11.8%, 정맥주사 제형에서 9.7%였다. 안전성과 면역원성은 양쪽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다.

로슈는 오는 8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유럽종양학회 구두 세션에서 상세한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