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입법은 국내 기업 옥좨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사업자나 대량의 데이터를 취급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화재 등 천재지변이나 자연재해 등으로부터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실시간 백업을 하는 등 안전성 조치를 취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일이다. 하지만 서비스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물리적, 기술적 조치를 선택할 것인지는 기업의 자율적 영역이고 경영적 판단이다. 이를 법률로 규정해 강제하는 것은 영업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 법안이 공개되자 주한 미국상공회의소는 당장 ‘영업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통상마찰 우려를 제기했다.
그러자 법안소위는 데이터센터 관련 법안 중 하나인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서 ‘데이터센터 임차사업자’를 제외했다.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 대부분이 임차사업자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될 경우 자체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국내 클라우드 사업자에 대한 규제만 강화되고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는 법 적용에서 제외되는 심각한 역차별이 초래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를 제외한 해외 클라우드 사업자(AWS, GCP, IBM, 오라클, 알리바바, 텐센트)는 국내에서 데이터센터를 임차하는 형태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런 비판 여론을 의식했는지 지난 2일 국회 과방위는 법안에 데이터센터 임차사업자를 다시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에도 과방위가 이와 비슷한 법안의 제정을 추진했으나 중복 규제 등 법리상 문제가 많아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카카오 사태로 인해 조성된 규제 강화 분위기를 틈타 입법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2년 전에 있었던 법안의 법리적 문제점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재난 대비 보호 조치 의무가 규정돼 있음에도 주파수를 할당받아 영업하는 통신사나 방송사를 규제하는 법률에 인터넷 플랫폼을 굳이 포함시켜 규제하는 것은 법체계와도 맞지 않고 중복 규제의 부작용만을 초래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글로벌 클라우드 사업자에 비해 국내 사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과도하고 중복적인 규제로 경쟁력을 더욱 하락시켜 우리나라 대부분 기업 데이터가 글로벌 클라우드로 이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안전성 조치를 부실하게 한 인터넷 플랫폼은 이용자와 시장이 판단해 외면할 것이다. 우리는 ‘착하게 살아야 한다’. 하지만 굳이 법률로 ‘착하게 살아야 하는 방법’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착하게 사는 방법을 너무나 구체적으로 규정할 경우 개인의 행동 자유권을 침해할 수 있다. 마찬가지 이치다. 어설픈 입법은 만만한 국내 기업만 규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