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수험생처럼 책상에 콕 박혀 시만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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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시집 낸 원태연
'사랑 詩' 엮은 <너에게 전화가 왔다>
"한 장도 허투루 안 쓴다" 각오
'사랑 詩' 엮은 <너에게 전화가 왔다>
"한 장도 허투루 안 쓴다" 각오
![[책마을] "수험생처럼 책상에 콕 박혀 시만 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AA.32007609.1.jpg)
20년 만에 새 시집 <너에게 전화가 왔다>로 돌아온 원태연 시인(사진)은 “시를 어떻게 쓰는지 까먹었을 정도였다”며 “수험생처럼 화장실 가는 시간이 아까워 물도 잘 안 마시고 책상 앞을 지킨 끝에 다시 시를 썼다”고 했다. 그가 13개월간 쓰고 고친 초고는 한글 프로그램 파일로 1300페이지에 달한다.
![[책마을] "수험생처럼 책상에 콕 박혀 시만 썼죠"](https://img.hankyung.com/photo/202212/AA.32005529.1.jpg)
그는 2000년대 이후 작사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등으로 활동해왔다. 외면했던 시를 20년 만에 다시 마주한 건 어느 독자와의 약속 때문이다. 사인회에서 만났는데 옛 연인과 이름이 같은 걸 인연으로 친해진 독자였다. 원 시인은 3년 전 옛 시와 새로운 시를 섞어 책을 내면서 독자들의 반응이 걱정돼 그에게 전화로 생각을 물었다.
100% 사랑 시만 모았다. 원태연표 감성은 그대로지만, 표현은 담백해졌다. 그는 “어느 순간 ‘쓸 때가 아니라 들어낼 때구나’ 깨달았다”고 했다. 예컨대 ‘버퍼링’ 시는 숱한 퇴고 끝에 일곱 글자만 남았다. “끊어진다//마음/이”
‘감수성 끝판왕’으로 불리는 원 시인은 “요새 언어가 참 살벌해졌다”고 느낀다. 직접적인 표현을 선호하고, 감성을 조금만 드러내면 ‘(손발이) 오그라든다’고 타박한다. 그는 “세상이 워낙 빠르게 돌아가니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다”며 “아마 대부분은 자기만의 감성을 잃었다는 것조차 깨닫지 못하고 살 것”이라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