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포르투갈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이 세리머니 후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일 포르투갈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황희찬의 역전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이 세리머니 후 뜨겁게 포옹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022 카타르 월드컵 직전 큰 부상을 입고도 ‘마스크 투혼’을 펼치며 한국 대표팀 승리와 극적인 16강 진출을 견인한 캡틴(주장) 손흥민(사진)에게 외신들이 평점 최고점을 부여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뛰는 손흥민의 경기를 자주 다룬 영국 BBC는 “한국이 경기 초반 부진을 딛고 해피엔딩으로 조별리그를 마감했다”고 전했다. 우리 대표팀은 3일 열린 조별리그 H조 3차전 포르투갈과의 경기에서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줬지만 곧바로 동점을 만든 뒤 후반 추가시간 터진 골로 2-1 역전승을 거뒀다.

BBC가 주목한 장면은 EPL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합작한 극장골이었다.

후반 추가시간에 접어든 1-1 동점 상황, 그대로 끝나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대 코너킥을 끊어내자 손흥민은 상대 진영까지 드리블로 몰고 간 뒤 킬패스를 내줬다. 자신을 에워싼 상대 수비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한 공이 침투하는 황희찬에게 정확히 배달됐고, 황희찬이 침착하게 차넣어 포르투갈 골망을 흔들었다.

BBC는 “토트넘 스타이자 한국 축구의 영웅인 손흥민은 경기 내내 너무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는 듯했다. 두 번의 중거리 슛은 모두 상대에게 막혔다”며 “후반 추가시간에는 손흥민이 슈팅 대신 패스를 했고 황희찬이 멋지게 마무리해 이번 월드컵 조별리그의 또 다른 ‘반전’을 선사했다”고 복기했다.
3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슛이 김승규에 막히자 아쉬워하는 호날두. / 사진=뉴스1
3일 한국과의 경기에서 슛이 김승규에 막히자 아쉬워하는 호날두. / 사진=뉴스1
BBC는 결승골을 어시스트한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평점 9.15를 주며 경기 최우수선수(MVP) 격인 ‘플레이어 오브 더 매치’로 선정했다. 반면 포르투갈 선수 중에는 6점 이상 부여한 선수가 없었고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평점 3.77로 양팀 출전 선수 가운데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미국 ESPN 역시 손흥민에게 가장 높은 평점 9점을 줬고 호날두는 가장 낮은 5점에 그쳤다. 호날두는 경기에 선발 출장해 골 욕심을 냈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한 채 교체 아웃됐다.

ESPN은 “손흥민은 압박감이 큰 순간에서도 침착하게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반면 호날두는 (김영권의 동점골 상황에서) 등을 돌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 포르투갈의 실점에 원인을 제공했다”고 평했다. 실제로 전반 27분 코너킥 상황에서 호날두의 등을 맞은 공이 김영권이 차넣기 좋게 흘러 “사실상 호날두의 어시스트”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롤모델 삼아 배번도 호날두와 같은 7번을 달고 뛰는 손흥민으로선 이날 자신의 우상을 완벽하게 뛰어넘으며 잊을 수 없는 경기를 펼쳤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