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최단 무역 항로인 이집트 수에즈운하의 통항료가 급등하면서 HMM 등 해운선사에 비상이 걸렸다. 통항료 인상이 해운 운임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어 선사뿐 아니라 화주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수에즈운하청(SCA)은 내년 1월부터 모든 선종의 통항료를 15% 일괄 인상하겠다고 최근 해운선사들에 통보했다. 수에즈운하청은 지난 2월 기본 통항료 6% 일괄 인상, 3월 5~10%의 할증료 도입에 이어 5월에도 할증료를 다시 7~20% 올리는 등 올 한 해 동안 세 차례 통항료를 인상했다. 글로벌 물가 상승 여파로 운하 운영비가 늘었다는 것이 수에즈운하청의 설명이지만, 이집트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한 외화를 벌어들이기 위해 통항료 인상에 나선 것으로 해운사들은 보고 있다.

수에즈운하는 세계 무역 물동량의 10%, 원유 물동량의 7%가 지나는 주요 길목이다. 지난해 수에즈운하를 이용한 선박은 2만649척으로 1년 전(1만8830척)보다 10%가량 늘었다. 이를 통해 이집트 정부가 번 돈은 63억달러(약 8조2000억원)에 달했다. 올 들어선 통항료 인상으로 외화를 더 벌어들이고 있다. 9월 한 달만 133억이집트파운드(약 7000억원)의 수입을 거뒀는데, 이는 1년 전보다 51% 뛴 것이다.

부산항에서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운항할 때 수에즈운하를 이용하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거치는 우회 항로보다 6000㎞가량 거리가 줄어든다. 시간으론 7~10일을 단축할 수 있는 거리다. 통항료는 선박 규모별 한 척당 10만~30만달러(약 1억3000만~3억9000만원)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수에즈운하 통항료는 우회 항로를 이용할 때 소요되는 유류비 및 선박관리비 등과 비슷한 수준”이라며 “지금보다 더 오르면 손해를 보고 화물을 실어나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글로벌 선사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김영무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운하 이용자들과의 사전 협의나 의견 수렴 없는 일방적인 통항료 인상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해운협회는 수에즈운하청에 공식서한을 전달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