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커스] 두번의 헛발질…지금은 난제를 풀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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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랜드 ABCP부도 '자금 경색'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번복
부동산 PF 부실 차단
한전채 발행 축소 등 난제
위기 막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 번복
부동산 PF 부실 차단
한전채 발행 축소 등 난제
위기 막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 10월 5일 레고랜드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나며 자금시장 경색이 시작된 지 두 달이 됐다. 그간 정부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 두 차례와 금융위원회의 금융시장 현황 점검회의 등을 통해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을 숨 가쁘게 내놨다. 현재 상황을 보면 채권시장은 다소 안정됐으나 단기자금시장은 여전히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 모두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다. 주요한 차이라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가 보통 3년 만기인데, 단기자금시장의 대표 상품인 기업어음(CP)은 1년 이내 만기이고 발행 절차가 회사채에 비해 간소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있지만 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합쳐 갚는다는 약속이 거래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CP의 문제가 채권시장까지 얼어붙게 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약속에 대한 믿음이 깨져서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번의 중요한 헛발질과 두 부문의 난제가 깔려 있다.
첫 번째 헛발질은 두말할 것 없이 강원도가 레고랜드 관련 ABCP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최고 신용등급의 CP가 부도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나빴다. 다만 이 헛발질은 나라 안을 혼란스럽게 할 일이었다. 두 번째 헛발질은 국제적 사안이었다. 흥국생명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건이다. 흥국생명이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2017년에 발행해 5억달러를 빌릴 때 5년 뒤 그 증권을 사들여 빚을 갚을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5년이 된 지난 11월 초 사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관련 채권 모두가 난리났다. 옵션이야 행사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시장에서는 콜옵션이 행사될 것으로 믿고 긴 만기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발행되기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후 강원도가 채무 상환을 약속하고 흥국생명도 콜옵션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없었던 일로 치기에는 내상이 깊다. 우선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그 의사결정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국민적·국제적 의심이 생겼다. 특히 흥국생명 사태는 첫 번째 헛발질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 상태인데도 나왔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콜옵션 미이행 발표 후 혼란에 빠진 해외 투자자에게 신속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의심은 불안을 낳는 법이다. 헛발질이 더 나오면 위기 발생의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다행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으나 오는 14일 회의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국내 문제에 집중할 시간을 번 셈이다.
경제의 취약성을 덜기 위해 두 부문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차단과 한전채 발행 축소 및 기존 부채 해결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는 사업 수행 기간에 비해 단기로 자금을 돌리고, 공사를 수행하는 시공사나 PF를 주선한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서는 관행이 있다. 원자재값이 뛰고 집값이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업이 많아졌는데, 그 곤란이 금융권으로 쉽게 옮겨진 것이다. 결국 집을 살 수요나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규제를 덜어내 부동산시장을 해동해야 한다.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된 한전채는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이 발전비용보다 낮아 생긴 문제다. 향후 적자 발생을 통제하려면 전기요금이 더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생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올릴지 구체적인 방안이 빨리 나와야 한다. 이미 쌓여있는 빚은 어떻게 할지 정해 시장을 안심시킬 필요도 있다.
난제를 풀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세계 공급망 경색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가 늘어나면 한국도 다시 불안한 눈길을 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스리랑카, 이집트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았다. 위기를 막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
채권시장과 단기자금시장 모두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통로다. 주요한 차이라면 채권시장에서 거래되는 회사채가 보통 3년 만기인데, 단기자금시장의 대표 상품인 기업어음(CP)은 1년 이내 만기이고 발행 절차가 회사채에 비해 간소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차이가 있지만 자금을 빌리고 이자를 합쳐 갚는다는 약속이 거래된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다. CP의 문제가 채권시장까지 얼어붙게 하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유는 약속에 대한 믿음이 깨져서 복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두 번의 중요한 헛발질과 두 부문의 난제가 깔려 있다.
첫 번째 헛발질은 두말할 것 없이 강원도가 레고랜드 관련 ABCP 지급 보증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증한 최고 신용등급의 CP가 부도나도록 한 것은 그 자체로 매우 나빴다. 다만 이 헛발질은 나라 안을 혼란스럽게 할 일이었다. 두 번째 헛발질은 국제적 사안이었다. 흥국생명이 달러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을 실시하지 않기로 한 건이다. 흥국생명이 30년 만기 신종자본증권을 2017년에 발행해 5억달러를 빌릴 때 5년 뒤 그 증권을 사들여 빚을 갚을 선택권을 가지고 있었는데, 5년이 된 지난 11월 초 사들이지 않겠다고 발표했다가 해외 채권시장에서 한국 관련 채권 모두가 난리났다. 옵션이야 행사되지 않을 수 있지만,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시장에서는 콜옵션이 행사될 것으로 믿고 긴 만기에 비해 낮은 이자율로 발행되기 때문에 신뢰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이후 강원도가 채무 상환을 약속하고 흥국생명도 콜옵션을 이행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없었던 일로 치기에는 내상이 깊다. 우선 지자체든 중앙정부든 그 의사결정 및 문제 해결 능력에 대해 국민적·국제적 의심이 생겼다. 특히 흥국생명 사태는 첫 번째 헛발질 때문에 모두가 긴장한 상태인데도 나왔다는 점에서 좋지 않다. 콜옵션 미이행 발표 후 혼란에 빠진 해외 투자자에게 신속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것도 아쉽다. 의심은 불안을 낳는 법이다. 헛발질이 더 나오면 위기 발생의 임계점을 넘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미국의 금리 인상 속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다행이다. 미 중앙은행(Fed)은 4회 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았으나 오는 14일 회의에서는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국내 문제에 집중할 시간을 번 셈이다.
경제의 취약성을 덜기 위해 두 부문의 난제를 풀어야 한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차단과 한전채 발행 축소 및 기존 부채 해결이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PF는 사업 수행 기간에 비해 단기로 자금을 돌리고, 공사를 수행하는 시공사나 PF를 주선한 증권사 등이 보증을 서는 관행이 있다. 원자재값이 뛰고 집값이 꺾이면서 어려움을 겪는 사업이 많아졌는데, 그 곤란이 금융권으로 쉽게 옮겨진 것이다. 결국 집을 살 수요나 개발 사업의 수익성을 과도하게 통제하는 규제를 덜어내 부동산시장을 해동해야 한다.
채권시장의 블랙홀이 된 한전채는 근본적으로 전기요금이 발전비용보다 낮아 생긴 문제다. 향후 적자 발생을 통제하려면 전기요금이 더 오르는 것은 불가피하다. 민생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떻게 올릴지 구체적인 방안이 빨리 나와야 한다. 이미 쌓여있는 빚은 어떻게 할지 정해 시장을 안심시킬 필요도 있다.
난제를 풀 시간이 얼마나 주어질지는 알 수 없다. 세계 공급망 경색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위기 상황에 놓인 국가가 늘어나면 한국도 다시 불안한 눈길을 받을 수 있다. 아르헨티나, 스리랑카, 이집트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올해 국제통화기금(IMF)의 도움을 받았다. 위기를 막으려면 지금 행동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