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2월 5일) 제59회 무역의날을 맞아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와 바람직한 미래 방향·전략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무엇보다 1200억달러 ‘수출의 탑’ 상을 받는 삼성전자를 비롯해 소리 없이 빛나는 중소기업들까지 1780개 수상 기업에 큰 박수를 보낸다. 한국 경제는 2011년 교역 1조달러의 신기원을 연 이후 지난해에는 수출만 6444억달러에 달했고, 올해도 역대 최대(6900억달러) 실적을 거둘 전망이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만세’를 부르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 위기감이 커진 게 냉엄한 현실이다. 글로벌 복합 경제위기의 와중에도 한국 수출은 세계 6위로 중계무역국 네덜란드(4위)를 빼면 사실상 5위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무역 역조가 심각해지고 있다. 가파른 수입 급증세는 무서울 정도다. 특히 지난달 수출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이면서 무역적자가 8개월째 이어졌다.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산업의 수출 감소세를 보면 긴장감이 생긴다.

내년에는 민관의 총력적 협력으로 무역적자를 줄이고, 가급적 반전시켜야 한다. 미국과 중국의 장기 대립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에너지와 식량, 기타 산업 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비롯해 관세·비관세 영역 구별도 잘 안 되는 보호무역 기류를 보면 곳곳이 지뢰지대인 데다 시계도 매우 불투명하다. 이럴수록 통상외교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시장 다각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 최근 서광이 비치는 원전·방산·건설에서 성과 내기는 물론 반도체·2차전지·조선 등 주력 산업의 초격차 유지도 절실하다.

국내 현실을 보면 안타깝기만 하다. 석 달째 제자리인 반도체특별법은 실기하고 있고, 정부가 몇 차례나 수출확대회의를 열었지만 규제 혁파는커녕 글로벌 스탠더드와 반대로 가는 규제입법이 국회에 쌓여 있다. 자해적 파업으로 산업의 혈맥인 물류를 뒤엎는 현실에 인공지능(AI)·바이오 등 미래 산업을 수출의 새 견인차로 육성하자는 주장은 묻혀버린다. 어두운 국내외 내년도 경제 전망을 보면, 돌파구는 역시 수출뿐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