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과 MZ세대(20·30대)의 표심을 이끌 사람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거론되는 당권 주자를 모두 하나하나 거론하며 “(당원들) 성에 차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3일 대구 수성대에서 열린 대구·경북 언론인 모임 ‘아시아포럼21’ 초청 토론회에서 “지역구 의석의 절반이 수도권인 만큼 (차기 당대표는) 수도권에서 (총선) 대처가 되는 대표여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는 “수도권에서 이길 수 있고 MZ세대에 인기가 있으며 공천 잡음을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당권 주자로 분류되는 권성동 김기현 안철수 윤상현 조경태 의원과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황교안 전 대표, 권영세 통일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의 이름을 거론하며 “당대표에 출마했거나 출마가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확신이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주 원내대표가 공개 석상에서 당권 주자들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으로 차기 당대표의 조건으로 ‘수도권 확장성’을 꼽는 당내 목소리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2일 한 라디오에서 “수도권을 이기지 못하는 정당은 국회를 장악할 수 없다”며 “(수도권 선거를) 어떻게 다시 만회할 것인지 노력하는 게 국민의힘이 기울여야 할 최대 관심사”라고 말했다. 수도권 의석은 전체 지역구 253석 중 121석에 이른다.

주 원내대표의 발언에 ‘윤심(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당내에선 윤 대통령이 지난달 말 친윤계, 당 지도부와 만찬을 한 뒤로 전당대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대구에서 5선을 한 주 원내대표가 수도권 출신의 당대표를 강조한 것도 이례적이란 해석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과의 교감 없이 주 원내대표가 일방적으로 당권 주자들을 비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제3의 당대표 후보가 언제든 나올 수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