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조기퇴근·男 출산휴가…'Z세대 잡기' 나선 벤처기업들
스마트오피스 구축 업체 에이텐시스템은 직원 80%가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다. 유연 근로제를 도입하고, 업무를 일찍 마치는 직원들에게 상을 주기도 한다. 휴가 종류도 다양하다. 출산 전후 휴가를 주고, 남성들에게도 출산휴가를 주는 등 ‘돌봄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태양기술개발은 마지막 주 금요일 1시간을 조기 퇴근한다. 임직원 자녀 장학금 및 상해보험 가입, 가족사랑의 날 등도 도입했다.

벤처기업이 변하고 있다.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대기업마저 꾸준한 인력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직이 잦은 정보기술(IT) 업종을 중심으로 근무 환경 변화가 요구되면서 젊은 근로자를 보다 오래 회사에 잡아두려는 벤처기업들도 잇따라 근로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벤처기업협회의 주 52시간 근무 관련 설문조사에 따르면 벤처업체 중 컴퓨터·반도체·전자부품 업종에 해당하는 95개사는 유연 근무제 활용 비중(28.4%)이 가장 높았다. 조사는 벤처확인기업 및 청년내일채움공제 참여 기업 301개사를 대상으로 한 달간 진행됐다. 업력에 따른 분류에서는 4~10년 차 기업의 유연 근무 비중이 23.3%로 가장 높았다. 매출 규모별로는 유의미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실시하고 있는 유연 근무제 유형은 탄력적 근로 시간제 비중이 29.6%로 가장 높았다. 근로 시간 단축제를 시행 중인 업체는 20.3%, 계획이 있는 업체는 43.2%에 달했다.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추진하는 복지로는 휴게실 개발(26개), 연차제도 개편(23개), 재택근무 등 근무제도 전환(22개), 교육 및 자기계발 지원(20개) 등이 있었다. 벤처기업협회 측은 “벤처 인적자원 조달은 여전히 쉽지 않다”며 “시대 흐름에 따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존중을 위한 노사의 공동 노력이 필요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은 인사담당자를 중심으로 유연 근무 사례를 모으느라 분주하다. 생존을 위한 절박함의 발로다. 주도적으로 협회에 모여 기업별 현황을 공부하거나, 인적자원(HR) 담당자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전문가를 불러 실무 워크숍도 한다. 공모전에서 수상하거나 연구 보고서로 만들어진 우수 사례는 자사 가이드라인으로 삼는다. 최근 에이텐시스템, 태양기술개발 등 5개 업체도 이런 벤처기업 일·생활 균형 공모전에서 수상한 곳들이다.

전문가들은 한 차원 높은 수준의 근무 제도 마련을 주문하고 있다. 워라밸을 추구하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 출생)를 넘어 ‘워라블(워크-라이프 블렌딩)’을 추구하는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가 신규 근로자의 핵심 축으로 떠오른 결과다. 업체별로 가능한 근무 형태와 복지 제도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퇴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Z세대는 마냥 일을 적게 하겠다는 이들이 아니다”며 “업체와 자신의 가치관이 맞는지 까다롭게 고민하고, 적합하다고 판단할 경우 밤을 새우는 것도 불사하는 세대”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휴가지에서 근무하는 ‘워케이션’ 제도 등 벤처기업별로 소화가 가능한 근로자 보상책을 다양하게 도입해 젊은 인재를 공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