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화웨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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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제재 미온적이던 서구 유럽
시진핑의 反민주적 행보에
경제적 실리보다 안보 우선시
신냉전·경제안보 일상화한 시대
정부·기업 머리 맞대 해법 찾아야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시진핑의 反민주적 행보에
경제적 실리보다 안보 우선시
신냉전·경제안보 일상화한 시대
정부·기업 머리 맞대 해법 찾아야
최병일 이화여대 교수·한국고등교육재단 사무총장
화웨이 드라마가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2018년 12월 1일 캐나다 밴쿠버 공항에서 화웨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멍완저우의 체포로 시작된 드라마는 이달 초, 그녀에 대한 소송을 미국 법원이 기각하면서 4년간에 걸친 대장정에 종지부를 찍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 위반 혐의를 받고 있던 멍완저우는 미국의 요청을 받은 캐나다 당국에 의해 밴쿠버 공항에서 체포됐다. 미국은 멍완저우를 그들의 법정에 세우기 위해 미국으로 송환할 것을 요구했고, 멍완저우는 미국으로의 범죄인 인도를 막아 달라고 맞서면서 공방이 시작됐다. 법리 다툼의 무대는 캐나다 법정이었지만, 더 큰 무대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었다.
2018년 그때로 돌아가 보자. 화웨이의 기세는 대단했다.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해온 통신장비 시장이 아니던가. 더구나 디지털 대변혁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의 핵심 기반이 될 5G에서 공산주의 체제 중국의 후발주자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한 사실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화웨이, ZTE가 중국 정부와 당의 지시를 따르며 산업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 리스크를 감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금지령을 내렸다.
이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의 딸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런정페이는 은둔의 정적을 깨고 등장해 미국을 비방했다.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면서 화웨이 드라마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로 떠올랐다.
2019년 말,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휴전하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멍완저우의 운명은 정해지지 않았다. 2020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도 지나갔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의 집권 첫해인 2021년에 와서야 멍완저우 사태는 출구를 찾았다. 멍완저우가 이란 사업 관련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은 기소를 미뤘다. 피고인이 합의 조건을 지킨다면, 일정 기간 경과 후에는 소송을 기각한다는 합의도 도출했다. 이 타협안을 근거로 멍완저우는 2021년 9월 캐나다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합의에서 예정한 대로 이달 초 미국 법원이 멍완저우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다. 4년에 걸친 드라마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멍완저우는 미국으로의 송환과 법적 처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그러나 멍완저우가 이끌게 된 화웨이의 운명은 먹구름 속에 가려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 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화웨이는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금지령에 서구국가들은 미온적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화웨이의 가격이냐, 잠재적인 안보 리스크냐를 두고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런던, 베를린, 파리 등 자유 진영의 수도에서는 눈앞의 경제적 실리를 마땅히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과 트로이 목마를 들여놓는 위험한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실리 논리가 안보 논리보다 앞서던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도 태도를 바꿨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중국의 강경 진압, 코로나 팬데믹과 중국의 위선적인 대처가 계기였다.
통신 강국,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어떠했나. 경제적 실리가 동맹의 안보 우려보다 더 앞서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등장하고 반(反)화웨이 깃발을 흔들 때 한국 정부는 기업들 뒤로 숨었다. 실리 계산에 능숙해야 살아남는 기업에 그들의 전문성과 무관하고 판단 영역을 초월하는 국가적 안보 리스크를 계산해서, 처신하라는 요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2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신냉전. 일상적 단어가 된 ‘경제안보’의 시대. 경제적 실리와 안보 우려의 경중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등장했다. 멍완저우 주연의 화웨이 드라마가 한국에 던지는 숙제다.
2018년 그때로 돌아가 보자. 화웨이의 기세는 대단했다. 5세대(5G) 통신장비 시장에서 파격적인 가격 경쟁력으로 선진국 시장을 공략하면서 세계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미국, 유럽, 한국 등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주도해온 통신장비 시장이 아니던가. 더구나 디지털 대변혁이 가져올 새로운 세상의 핵심 기반이 될 5G에서 공산주의 체제 중국의 후발주자 기업이 경쟁 우위를 점한 사실은 놀라움과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는 2012년 화웨이, ZTE가 중국 정부와 당의 지시를 따르며 산업기밀을 훔치고 지식재산권을 침해하고 적성국과 수상한 거래를 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화웨이 장비의 보안 리스크를 감지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 금지령을 내렸다.
이젠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멍완저우는 화웨이의 창업자이자 회장인 런정페이의 딸이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런정페이는 은둔의 정적을 깨고 등장해 미국을 비방했다. 시진핑 주석까지 나서면서 화웨이 드라마는 미·중 패권 경쟁의 한가운데로 떠올랐다.
2019년 말,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휴전하는 합의에 도달했지만, 멍완저우의 운명은 정해지지 않았다. 2020년 말 미국 대통령 선거도 지나갔다.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된 조 바이든의 집권 첫해인 2021년에 와서야 멍완저우 사태는 출구를 찾았다. 멍완저우가 이란 사업 관련 허위 진술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미국은 기소를 미뤘다. 피고인이 합의 조건을 지킨다면, 일정 기간 경과 후에는 소송을 기각한다는 합의도 도출했다. 이 타협안을 근거로 멍완저우는 2021년 9월 캐나다를 떠나 중국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합의에서 예정한 대로 이달 초 미국 법원이 멍완저우에 대한 소송을 기각했다. 4년에 걸친 드라마가 막을 내린 순간이었다.
멍완저우는 미국으로의 송환과 법적 처벌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했다. 그러나 멍완저우가 이끌게 된 화웨이의 운명은 먹구름 속에 가려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화웨이의 공급망 마비를 겨냥한 제재는 바이든 행정부에 와서 더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반도체 부품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화웨이는 내몰리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화웨이 금지령에 서구국가들은 미온적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화웨이의 가격이냐, 잠재적인 안보 리스크냐를 두고 정책담당자들 사이에 치열한 논쟁이 있었다. 런던, 베를린, 파리 등 자유 진영의 수도에서는 눈앞의 경제적 실리를 마땅히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과 트로이 목마를 들여놓는 위험한 도박을 하면 안 된다는 주장이 맞섰다. 실리 논리가 안보 논리보다 앞서던 그들이었다. 그런 그들도 태도를 바꿨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와 중국의 강경 진압, 코로나 팬데믹과 중국의 위선적인 대처가 계기였다.
통신 강국,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은 어떠했나. 경제적 실리가 동맹의 안보 우려보다 더 앞서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미·중 패권 경쟁이 노골화한 것은 아니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등장하고 반(反)화웨이 깃발을 흔들 때 한국 정부는 기업들 뒤로 숨었다. 실리 계산에 능숙해야 살아남는 기업에 그들의 전문성과 무관하고 판단 영역을 초월하는 국가적 안보 리스크를 계산해서, 처신하라는 요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2022년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시작된 신냉전. 일상적 단어가 된 ‘경제안보’의 시대. 경제적 실리와 안보 우려의 경중을 비교하고 판단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가 함께 풀어야 할 문제로 등장했다. 멍완저우 주연의 화웨이 드라마가 한국에 던지는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