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특별자치도가 전기차 3만 대 시대를 열며 ‘전기차 천국’으로 부상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전기차 전환이 가장 빠르다. 전기차를 빌려 타는 관광객이 많고 충전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제주도는 어떻게 전기차 '천국'이 됐나…"내년 '시즌 2' 예고"

최고의 ‘테스트 베드’ 부상

4일 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등록된 제주도 내 전기차는 누적 3만696대다. 전체 차량(40만8386대)의 7.52%를 차지해 전국 지자체 중 비중이 가장 높다. 대구(1.91%), 서울(1.73%), 인천(1.43%), 부산(1.41%), 경기(1.14%) 등 다른 지자체의 전기차 비율이 1%대인 것과 비교된다.

업계에선 제주도가 시장이 형성되는 초창기와 본격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는 확산기의 경계선인 ‘점유율 5%’의 벽을 뚫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차량 10대 중 1대가 전기차로 바뀌는 내년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주도의 전기차 전환이 빠른 것은 렌터카 업체 등 법인의 구매 수요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관광객이 제주에서 렌터카를 통해 전기차를 경험하고 싶어 한다는 점에 착안해 넉넉한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도 불편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잘 갖춰져 있다. 10월 기준 제주도 내 전기차 충전기는 2만2268기로, 1기당 전기차 1.38대를 충전하는 수준이다.

제주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전기차 사업을 하는 기업은 SK렌터카다. 이 회사는 제주에서 올해만 1000여 대의 차량을 전기차로 바꿨다. 2025년까지 현재 운영 중인 3000여 대를 모두 전기차로 교체할 예정이다. SK렌터카는 제주도에서 다양한 실증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내륙에서도 같은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롯데렌탈도 전기차 전환에 시동을 걸었다. 제주에서 운영 중인 2000여 대 차량 중 120대를 전기차로 전환했다. 3분기 기준 롯데렌탈의 전국 전기차 보유 대수는 약 1만8500대다.

다음 스텝은 ‘카니발’ 대체

제주도에 등록된 전기차는 아직 소형과 준중형 차량이 많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신형 전기차 보급이 지연된 영향이다. 10월까지 누적 기준으로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일렉트릭(4830대)과 같은 회사의 코나 전기차(4772대)가 1~2위를 달리고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5(2979대), 기아 니로 전기차(2259대), 르노코리아 SM3 전기차(2192대), 기아 EV6(1343대) 등이 그 뒤를 쫓고 있다.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출시되는 내년부터는 전기차 대전 ‘시즌 2’가 펼쳐질 전망이다. 내년 4월 출시되는 기아 EV9같이 큰 덩치와 상품성을 갖춘 전기차들이 출격하면 카니발이 독식해온 ‘패밀리카’ 시장도 전기차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는 포르쉐 타이칸, 벤츠 EQS, 아우디 e-트론 등 프리미엄 전기차를 선제적으로 갖춰 다양한 고객 수요를 흡수할 계획이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