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서점가, 투자서 '외면'…소설책 '환영'
올 한 해 가장 많이 팔린 책은 김호연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사진)으로 집계됐다. 교보문고와 예스24가 5일 각각 발표한 2022년 베스트셀러 순위와 도서 판매 동향 결과다. 올해 서점가는 베스트셀러 10위 가운데 절반이 한국 소설로 채워질 만큼 소설책이 강세를 보였다. 반면 금리 인상으로 재테크 시장이 주춤하면서 경제경영서 판매량은 줄었다.

올해 두 서점이 공개한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모두 <불편한 편의점>이었다. 지난해 4월 출간된 이 소설은 최근 누적 판매량 100만 부를 돌파했다. 이 소설은 서울 청파동 골목의 작은 편의점을 배경으로, 서울역 노숙인 출신 주인공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며 동네 이웃들과 희로애락을 나누는 과정을 그려냈다. 일상적 공간에서 평범한 인물들이 위로를 주고받는 이야기를 따뜻하고 유쾌하게 그려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소설이 인기를 끌면서 올해 8월 후속편인 2권도 출간됐다.

전반적으로 책 판매량은 쪼그라들었다. ‘코로나 족쇄’가 풀리면서 야외 활동이 점차 늘어나서다. 교보문고의 올해 전체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2.1% 증가했다. 지난해 판매권수가 전년 대비 6.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폭이 줄었다. 올해 예스24의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0%가량 뒷걸음질쳤다.

경제·경영분야 서적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교보문고의 경제·경영분야 판매권수는 전년보다 22.1% 늘었지만, 올해는 13.7% 감소했다. 주식·증권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보다 43.8% 급감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금리 인상 등으로 얼어붙은 증시 시장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열기도 따라 식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 정세를 둘러싼 불안이 고조되면서 교보문고의 국방·군사 도서 판매권수는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

경제·정치가 혼란한 가운데 독자들은 한국 소설에서 위안을 찾았다. 교보문고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중 절반을 한국 소설이 차지했다. 김훈의 <하얼빈>, 김영하의 <작별인사> 등 유명 작가들의 신작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았다.

올해 2월 세상을 떠난 고(故) 이어령 선생의 목소리를 책으로나마 접하려는 독자가 많았다. 교보문고와 예스24의 올해 인문 분야 베스트셀러 1위는 이어령 선생의 생전 인터뷰를 정리한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대본집, 포토에세이 등 흥행 영화나 드라마와 관련된 책이 인기를 끈 것도 올해의 특징 중 하나다. 예스24 관계자는 “올해 예술분야 베스트셀러 10위권 중 1~8위는 모두 영화·드라마 대본집이 차지했다”며 “좋아하는 콘텐츠 관련 소비에 적극적인 2030대 여성 독자를 중심으로 책을 통해 영상 작품의 초기 설정, 뒷이야기까지 깊이 있게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고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