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 과정에서 학생이 교사에게 익명으로 성희롱 문구를 작성해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가 부적절한 용어를 제대로 걸러낼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제도 자체를 즉각 폐지해야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2022년 교원능력개발평가(교원평가) 과정에서 부적절한 서술형 문항 답변으로 교원들이 피해를 보는 사건이 발생한 데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서술형 문항 필터링 시스템 전반을 재점검하고 개선해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2010년부터 매년 11월께 시행되는 교원능력개발평가는 교사의 학습·생활지도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를 5점 척도의 점검표와 자유 서술형으로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번에 논란이 된 발언은 자유 서술형 문항 답변에서 나왔다. 서울교사노조 등 교원단체에 따르면 세종의 한 고등학교 학생이 교사에게 주요 신체 부위를 노골적으로 비하하는 문구를 썼다. 평가의 익명성 때문에 학교와 교육청은 조사와 처벌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교원평가가 문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도 교원단체는 자유 서술식 답변을 통해 교사를 상대로 인권 침해와 성희롱이 자행되고 있다며 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특수기호를 추가하는 등 금칙어를 변형해 우회 저장하는 경우 필터링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점을 확인했다”며 “전반적으로 필터링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교원단체들은 교원평가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은 “교사가 누군지도 모르고 자녀 말을 토대로 일부만 참여하는 학부모 평가, 전문성 신장과 무관한 5점 척도 평가방식, 성희롱과 욕설로 점철된 자유서술식 평가 등의 부작용을 지속 제기해왔다”며 “효과없이 교권 추락만 조장하는 교원평가제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