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2024년부터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을 생산한다. 현지 전기차 생산 시기와 차종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아는 5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진행한 콘퍼런스콜에서 “조지아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전환해 2024년 EV9을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를 바탕으로 총 7500달러의 세액공제 가운데 절반을 받겠다는 설명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에 적용되는 배터리 광물과 부품의 요건을 충족하면 절반씩인 3750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한다. 현대자동차는 이달부터 앨라배마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테슬라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도 내년과 후년엔 보조금의 절반인 3750달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에서 배터리를 조달할 수 있지만, 광물 규정을 맞추기 힘들어서다. 기아는 이들 기업보다 보조금 수령 시기가 1년 느리다.

현대차·기아는 11월 미국에서 전기차 3069대를 파는 데 그쳤다. 지난 6월 이후 전월 대비 5개월 연속 줄었다. 기아는 이에 대해 “독일 인피니온 반도체 결함으로 생산이 줄어 8월부터 국내에서 선적되는 물량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IRA 때문에 판매량이 감소한 게 아니라는 해명이다.

기아는 자동차 할부 금리 상승 등 외부 여건에도 불구하고 국내외 수요가 견조하다고 강조했다. 기아는 “미국 재고는 1.1개월분으로 기존 1.0개월분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미국에서의 판촉비(인센티브) 역시 낮은 수준이어서 수요 위축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지난 3분기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중국법인에 대해 “본사의 유상증자 없이 차입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