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8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미국 CNN 방송이 5일 보도했다.

CNN은 아랍권 외교 소식통과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이틀 일정으로 사우디를 찾는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 기간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도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아랍권 소식통은 중국-아랍 정상회의에 아랍 14개국 정상이 참석할 것으로 전망되며 시 주석의 이번 방문이 아랍과 중국의 관계에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외교가에선 몇달 전부터 시 주석이 미국의 중동 내 최대 우방국인 사우디를 방문할 것이란 소문이 돌았다. 사우디와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사우디 정부는 지난주 회담 취재 신청서를 배부했으나 정확한 날짜는 공개하지 않았다. CNN은 사우디 정부가 시 주석의 방문이나 회담 계획 등과 관련한 정보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작년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계기로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해 왔다. CNN은 아랍의 맹주 사우디가 중동 내 경쟁국인 이란과,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의 위협에 시달렸지만 미국의 역내 영향력이 줄어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에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우크라이나 전쟁 대응, 석유 감산 문제 등으로 80년 가까이 동맹 관계를 유지해 온 두 나라가 노골적인 갈등을 표출해 왔다. 사우디는 서방과 달리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를 방문해 석유 증산을 요청했을 때도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았다.

미국과 '신냉전'에 돌입한 중국은 최근 사우디와 장관급 회담을 잇달아 개최하며 협력을 강화하는 등 중동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가 소원해진 틈을 노려 중국이 사우디를 적극 공략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