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감축 로드맵 '성공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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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CHO Insight
지난달 30일 고용노동부가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다. 노사가 함께 위험요인을 진단하는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안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만드는 것이 핵심으로, 규제와 처벌에 중점을 둔 기존의 정책으로는 중대재해를 줄이는데 한계가 명확한 만큼 주요 선진국의 중대재해 예방 체계를 참고해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줄여 ‘산업재해 후진국’에서 벗어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에 대해서는 ‘위험성평가의 적정한 실시, 재발방지대책 수립·시행 등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사항 중심으로 처벌요건을 명확화’할 것이고, 이를 위해 산업안전보건법과 중처법 정비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법령 개선 TF'를 구성해 운영할 계획임을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로드맵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행법의 합리적 개선 없이 위험성평가 의무화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옥상옥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중복규제 정비, 자의적 법 집행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할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현재 대기업 위주로 시행되고 있는 위험성평가조차도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류상으로 위험성평가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이고 수용가능한 대책인지, 그리고 위험성평가를 하면서 노동자와 노조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중처법은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이 있는 법률인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위 의견들 모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처법 대응 관련 자문 및 중대재해 사건의 대응 실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고용노동부가 밝힌 ‘중처법상 처벌요건의 명확화’라는 방향에 적극 찬성한다.
중처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 및 보건확보에 관한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고 이로 인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면 사망사고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필요한 조치로 규정되어 있는 것들 중 ① 안전보건전담조직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지, ②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는 어느 범위로 어느 정도까지 하여야 하는지, ③ 필요한 예산은 어디까지이며 그 편성과 집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④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도급이나 위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여러 범죄구성요건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명확하지 않은 범죄 구성요건 때문에, 그것도 무언가를 ‘하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안 했는데 결과가 발생하면’ 처벌한다는 특이한 구조 때문에, 기업들은 중처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아마 수사기관도 아직 확립된 사례나 판례가 없어 범죄구성요건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할지 어려워할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으로서는 해당 기업이 중처법상의 특정한 어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할 것인데, 중처법상 범죄구성요건 자체가 명확하지 않으니 이러한 측면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중처법상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중심으로 처벌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디 앞으로 구성될 법령 개선 TF가 노사 양쪽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하면서 최대한 중처법상의 범죄구성요건을 명확히 해 주길 기대한다.
단, 여기서 고용노동부의 발표 내용 중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하여 검찰·법원의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앞으로 중처법상 위험성평가의 적정한 실시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게 되면,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은 적어도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이 된다. 예상 가능한 공정이나 기계 등의 위험 요인에 대해 위험성평가 등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충실히’ 수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기업은 중처법상 범죄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단순히 구형이나 양형 판단시 고려되도록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점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도록 산업안전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고용노동부의 로드맵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현행법의 합리적 개선 없이 위험성평가 의무화가 도입되면 기업에 대한 옥상옥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고,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중복규제 정비, 자의적 법 집행 방지를 위한 명확한 기준 마련 등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규제에 불과할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노동계는 현재 대기업 위주로 시행되고 있는 위험성평가조차도 현장 근로자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있는 현실에서, 서류상으로 위험성평가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현실적이고 수용가능한 대책인지, 그리고 위험성평가를 하면서 노동자와 노조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하고 있다.
중처법은 도입 당시부터 현재까지도 많은 논란이 있는 법률인데, 경영계와 노동계의 위 의견들 모두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처법 대응 관련 자문 및 중대재해 사건의 대응 실무를 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적어도 고용노동부가 밝힌 ‘중처법상 처벌요건의 명확화’라는 방향에 적극 찬성한다.
중처법은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등이 안전 및 보건확보에 관한 조치들을 이행하지 않고 이로 인해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면 사망사고의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데, 필요한 조치로 규정되어 있는 것들 중 ① 안전보건전담조직은 어느 정도의 규모로, 어떤 범위의 업무를 수행하여야 하는지, ② 유해·위험 요인을 확인해 개선하는 절차는 어느 범위로 어느 정도까지 하여야 하는지, ③ 필요한 예산은 어디까지이며 그 편성과 집행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④ 실질적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도급이나 위탁의 범위는 어디까지인지 등 여러 범죄구성요건의 내용이 명확하지 않다. 이런 명확하지 않은 범죄 구성요건 때문에, 그것도 무언가를 ‘하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안 했는데 결과가 발생하면’ 처벌한다는 특이한 구조 때문에, 기업들은 중처법상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몰라 여전히 혼란을 겪고 있다. 그리고 아마 수사기관도 아직 확립된 사례나 판례가 없어 범죄구성요건을 어떻게 적용하여야 할지 어려워할 것이다. 특히 수사기관으로서는 해당 기업이 중처법상의 특정한 어떤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대재해가 발생했다는 인과관계를 증명해야 할 것인데, 중처법상 범죄구성요건 자체가 명확하지 않으니 이러한 측면에서도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중처법상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핵심 사항 중심으로 처벌요건을 명확히 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부디 앞으로 구성될 법령 개선 TF가 노사 양쪽의 합리적인 의견을 수용하면서 최대한 중처법상의 범죄구성요건을 명확히 해 주길 기대한다.
단, 여기서 고용노동부의 발표 내용 중 한 가지는 짚고 넘어가고 싶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자체 노력 사항을 수사자료에 적시하여 검찰·법원의 구형‧양형 판단 시 고려될 수 있도록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앞으로 중처법상 위험성평가의 적정한 실시에 관한 규정을 명확히 하게 되면, ‘위험성평가를 충실히 수행한 기업’은 적어도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 발생에 대비한 위험성평가를 실시하고 그에 대한 예방 조치를 취한 것이 된다. 예상 가능한 공정이나 기계 등의 위험 요인에 대해 위험성평가 등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면 ‘충실히’ 수행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당 기업은 중처법상 범죄구성요건 자체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을 것인데, 이러한 사정을 단순히 구형이나 양형 판단시 고려되도록 하겠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점이 있어 보인다. 이러한 우려가 불식되도록 산업안전 관련 법령의 정비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