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연초 '바이오 대목'을 내년에도 기대하지 않는 이유는…"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블라인드 인터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가 자체로 호재’이던 때도
“올해 초 행사 때도 행사에 앞선 선행매매 나서지 않아”
“데이터 좋은 기업 주가 하락하면 매수 기회 삼을 것” “내년 초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할 준비는 하고 있지만, 과거 계절적으로 나타나던 행사 개막 전의 주가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식 시장에 자금이 많지 않은 데다, 바이오 섹터로 자금이 들어오기도 힘든 환경입니다.”
연초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한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중견 바이오기업 IR담당 임원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내년 1월9일(현지시간) 개막할 예정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매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투자행사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모이기에 기술을 사고파는 큰 장이 열린다. 이에 행사 개막을 앞두고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현장 발표가 예정된 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기대감에 랠리를 보이기도 하면서 ‘참가 자체가 호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참가 기업이 확정돼 주식시장에 알려지더라도 이번에는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중이라 기관도 여력이 없을 거고,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예금으로 옮기고 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설령 행사를 앞두고 미리 종목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영향력은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A씨 생각이다. 그는 “이벤트를 앞두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 매매의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바이오 종목에 대해서는 보수적 잣대로 신용거래의 담보 비율을 인정해준다. 또 미수 거래의 경우 바이오 종목은 2~3달 전부터 증권사들이 막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았을 때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비롯한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 매매에 나서기도 했다는 펀드매니저 B씨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앞두고서도 선행적으로 참가 기업의 주식을 바스켓으로 담는 매매는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좋은 데이터를 발표한 기업이 있는지 살펴보고, 후행적으로 매매할 기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통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참가 기업들은 행사 종료 전후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지만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인 이후로는 이벤트 전의 오름폭은 작아지고, 이후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B씨는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음 글로벌 학회·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대감이 많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기술 거래라든지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역시 “투자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며 “예전엔 차익실현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이 행사 종료 직후 시작됐지만, 이를 간파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는 시점을 점점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투자자가 기대하는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가 나올 가능성도 과거보다는 작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작년엔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별로 없었다”며 “올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이 작년 대비 줄었고, 미국에서의 기술거래도 과거 수준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의 재무 불확실성이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C씨는 “내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 섹터 주가가 좋을 때 발행됐던 전환사채(CB)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아무리 리픽싱(전환 가격 재조정)을 해도 현재 주가보다 비싸다 보니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점이 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B씨도 “자금조달 이슈가 없는 기업들은 발표하는 데이터를 좀 볼 수 있겠지만, 재무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기업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에 나선다고 해도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블라인드 인터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 ‘참가 자체로 호재’이던 때도
“올해 초 행사 때도 행사에 앞선 선행매매 나서지 않아”
“데이터 좋은 기업 주가 하락하면 매수 기회 삼을 것” “내년 초 개최되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할 준비는 하고 있지만, 과거 계절적으로 나타나던 행사 개막 전의 주가 랠리를 기대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주식 시장에 자금이 많지 않은 데다, 바이오 섹터로 자금이 들어오기도 힘든 환경입니다.”
연초 제약·바이오 업계의 대목으로 꼽히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한달 남짓 앞둔 시점에서 중견 바이오기업 IR담당 임원 A씨는 이 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내년 1월9일(현지시간) 개막할 예정인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매년 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제약·바이오 투자행사다. 글로벌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투자자들까지 모이기에 기술을 사고파는 큰 장이 열린다. 이에 행사 개막을 앞두고 연구·개발(R&D) 성과에 대한 현장 발표가 예정된 바이오 종목의 주가가 기대감에 랠리를 보이기도 하면서 ‘참가 자체가 호재’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A씨는 “참가 기업이 확정돼 주식시장에 알려지더라도 이번에는 랠리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중이라 기관도 여력이 없을 거고, 고금리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있는 개인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예금으로 옮기고 있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설령 행사를 앞두고 미리 종목을 사두려는 투자자가 있다고 해도 영향력은 예전만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A씨 생각이다. 그는 “이벤트를 앞두고 시세 차익을 노리는 단기 매매의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야 수익률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최근 증권사들이 바이오 종목에 대해서는 보수적 잣대로 신용거래의 담보 비율을 인정해준다. 또 미수 거래의 경우 바이오 종목은 2~3달 전부터 증권사들이 막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좋았을 때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비롯한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 매매에 나서기도 했다는 펀드매니저 B씨는 “올해 초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앞두고서도 선행적으로 참가 기업의 주식을 바스켓으로 담는 매매는 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 좋은 데이터를 발표한 기업이 있는지 살펴보고, 후행적으로 매매할 기회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보통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이벤트를 앞두고 기대감에 주가가 오른 참가 기업들은 행사 종료 전후로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주가가 조정을 받는다. 하지만 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인 이후로는 이벤트 전의 오름폭은 작아지고, 이후의 낙폭이 더 크게 나타나는 일이 잦았다.
B씨는 “과거 우리나라 기업들이 처음 글로벌 학회·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기 시작했을 때는 기대감이 많이 올라왔지만, 지금은 기술 거래라든지 대규모 투자 계획 발표가 이뤄지지 않으면 시장이 크게 반응하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역시 “투자자들이 똑똑해지고 있다”며 “예전엔 차익실현 매물로 인한 주가 하락이 행사 종료 직후 시작됐지만, 이를 간파한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매물을 내놓는 시점을 점점 앞당기고 있다”고 전했다.
글로벌 학회·컨퍼런스 컨퍼런스에서 R&D 결과를 발표하더라도 투자자가 기대하는 기술수출과 같은 호재가 나올 가능성도 과거보다는 작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B씨는 “작년엔 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임상시험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주목할 만한 데이터가 별로 없었다”며 “올해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승인이 작년 대비 줄었고, 미국에서의 기술거래도 과거 수준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더 큰 문제는 신약개발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오기업들의 재무 불확실성이다. 제약·바이오 담당 애널리스트 C씨는 “내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문제가 아니다. 바이오 섹터 주가가 좋을 때 발행됐던 전환사채(CB)의 만기가 돌아오고 있는데, 아무리 리픽싱(전환 가격 재조정)을 해도 현재 주가보다 비싸다 보니 채권자들이 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점이 바이오 섹터의 투자심리를 짓누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B씨도 “자금조달 이슈가 없는 기업들은 발표하는 데이터를 좀 볼 수 있겠지만, 재무 불확실성이 해결되지 않은 기업들은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 발표에 나선다고 해도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