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회선진화법 10년…정치 후진 벗어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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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화와 타협 사라지고
고성·삿대질 '언어폭력' 일상화
주요 법안 다수당이 일방 처리
안건조정제·필리버스터도 악용
의회주의자 중진들이 목소리 내
팬덤에 빠진 초·재선 견제해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고성·삿대질 '언어폭력' 일상화
주요 법안 다수당이 일방 처리
안건조정제·필리버스터도 악용
의회주의자 중진들이 목소리 내
팬덤에 빠진 초·재선 견제해야
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18대 국회는 마지막 날인 2012년 5월 2일 ‘국회선진화법’을 통과시켰다. ‘동물국회’를 없애겠다는 목적 때문에 ‘국회 몸싸움 방지법’이라는 별칭으로 불렸지만 실은 국회 운영 방식 개정이다. 19대 국회 임기 개시일인 2012년 5월 30일부터 시행해 이제 10년이 됐다. 하지만 지금 국회를 보면 선진화법이 도리어 정치를 후진시켰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여야 대화와 타협이 우선하는 국회를 만들어 몸싸움을 방지하겠다고 한 법이 오히려 대화와 타협을 없애버리고, ‘꼼수 운영 국회’로 변화시켰다. 물론 국회 내 물리적 폭력은 사라졌지만 ‘언어폭력’이 그 자리를 대신해 변한 것이 없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 고성, 막말은 기본이고 악다구니와 삿대질을 하거나 달려들어 몸으로 대치하는 육탄 겁박이 일상이 됐다.
의원 간에 오가는 언어폭력을 보면 한동훈 장관이나 이상민 장관을 향한 질의는 질문이 아니라 질타이고 혐오가 기저에 깔려 있다. 인간 존엄조차 부정하는 질의 내용과 허황된 의혹, ‘가짜 뉴스’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언어폭력은 당사자에게 물리적 폭력을 넘어서는 트라우마를 가져온다.
국회선진화법은 원래 여야가 타협한 법안만 통과 가능하게 제도화했다. 하지만 다수 민주당은 ‘타협 통과’를 ‘꼼수 통과’로 무력화시켰다. 각종 상임위에서 여야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법안을 논의하고 타협할 시간을 주려는 목적으로 ‘안건조정제’를 도입했지만 자당 성향 ‘무늬만 무소속’ 의원들을 임명해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본회의로 직진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을 ‘위장탈당’해 무소속으로 ‘검수완박’ 처리에 기여했고, 김의겸 의원은 열린민주당 몫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일조했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의원은 무소속으로 상임위를 넘나들며 탄소중립기본법, 양곡관리법 일방 통과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5월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민주당 주도 방송법개정안 조정위 통과에 크게 기여했다. 선진화법 ‘안건조정제’의 기본 취지를 꼼수로 목적 전도시킨 것이다.
종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은 국회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 강화, 안건조정제, 안건신속처리제, 필리버스터인데 모두 목적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비상사태, 그리고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시켜 법안 상정을 국익이 아니라 정당 이익으로 바뀌게 했다. 국회선진화법의 백미는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이었다. 의회의 소수파가 ‘반대 토론’으로 다수파의 표결을 지연시키는 민주주의 최후의 절차다. 그런데 다수당 민주당은 더 긴 ‘찬성 토론’으로 소수당의 반대 토론을 무력화시켰다.
경기지표는 ‘침체’를 경고하고 ‘내년 초까지 5% 고물가’를 예고하며 화물연대는 파업 중인데 국회는 어떤 해법 제시에도 관심이 없다. 국회가 사회갈등 해결이라는 본래 임무를 제치고 갈등 유발자, 국민 스트레스 주범이 됐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피할 꼼수를 만들어내니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해답이다. ‘중진 역할론’을 제안한다. 정치 팬덤이 초·재선 의원에게 자신들이 ‘숭배’하는 정치인을 위한 격렬한 투쟁에 나설 것을 강요해도 제어 장치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회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할 원로, 중견 여야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과거 ‘3김 보스’ 정치를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그래도 3김 보스는 의회주의자임을 자임하며 소속 의원들이 선량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했었다. 지금은 그런 자칭 의회주의자 중진의원조차 없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국회 내 여야 중진, 다선 의회주의 의원들이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야 한국 정치가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여야 중진, 다선의 ‘깨인’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여야가 타협해야 함을, 정치 팬덤들은 환상에서 깨어나야 함을, ‘친윤’ 세력 집결은 자제돼야 함을, 여야는 국익에 기반을 둔 바른 정치로 나아가야 함을 목소리 높여 국회 내 공기를 전환해야 한다. 팬덤을 등에 업은 초선의 막말을 제어하고, 초선 당대표와 정치 신인 대통령의 대결을 자제시켜야 한다. 한국 정치에 더 이상 후진은 없어야 한다. 여야의 의회주의 다선, 중진, 원로 의원들이 정치 후진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
의원 간에 오가는 언어폭력을 보면 한동훈 장관이나 이상민 장관을 향한 질의는 질문이 아니라 질타이고 혐오가 기저에 깔려 있다. 인간 존엄조차 부정하는 질의 내용과 허황된 의혹, ‘가짜 뉴스’는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런 언어폭력은 당사자에게 물리적 폭력을 넘어서는 트라우마를 가져온다.
국회선진화법은 원래 여야가 타협한 법안만 통과 가능하게 제도화했다. 하지만 다수 민주당은 ‘타협 통과’를 ‘꼼수 통과’로 무력화시켰다. 각종 상임위에서 여야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법안을 논의하고 타협할 시간을 주려는 목적으로 ‘안건조정제’를 도입했지만 자당 성향 ‘무늬만 무소속’ 의원들을 임명해 여야 합의 없이 법안을 본회의로 직진할 수 있게 했다. 이 과정에서 민형배 의원은 민주당을 ‘위장탈당’해 무소속으로 ‘검수완박’ 처리에 기여했고, 김의겸 의원은 열린민주당 몫으로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에 일조했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윤미향 의원은 무소속으로 상임위를 넘나들며 탄소중립기본법, 양곡관리법 일방 통과에 공을 세웠다. 그리고 지난 5월 성비위 의혹으로 제명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은 민주당 주도 방송법개정안 조정위 통과에 크게 기여했다. 선진화법 ‘안건조정제’의 기본 취지를 꼼수로 목적 전도시킨 것이다.
종합하면 국회선진화법의 핵심은 국회의장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 강화, 안건조정제, 안건신속처리제, 필리버스터인데 모두 목적과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천재지변, 전시·사변 또는 비상사태, 그리고 각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한 경우로 제한시켜 법안 상정을 국익이 아니라 정당 이익으로 바뀌게 했다. 국회선진화법의 백미는 필리버스터 제도 도입이었다. 의회의 소수파가 ‘반대 토론’으로 다수파의 표결을 지연시키는 민주주의 최후의 절차다. 그런데 다수당 민주당은 더 긴 ‘찬성 토론’으로 소수당의 반대 토론을 무력화시켰다.
경기지표는 ‘침체’를 경고하고 ‘내년 초까지 5% 고물가’를 예고하며 화물연대는 파업 중인데 국회는 어떤 해법 제시에도 관심이 없다. 국회가 사회갈등 해결이라는 본래 임무를 제치고 갈등 유발자, 국민 스트레스 주범이 됐다.
해결책은 무엇인가. 법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피할 꼼수를 만들어내니 결국 제도가 아니라 사람이 해답이다. ‘중진 역할론’을 제안한다. 정치 팬덤이 초·재선 의원에게 자신들이 ‘숭배’하는 정치인을 위한 격렬한 투쟁에 나설 것을 강요해도 제어 장치가 부재한 상황이다. 국회의 분위기를 주도해야 할 원로, 중견 여야 정치인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다. 과거 ‘3김 보스’ 정치를 민주적이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그래도 3김 보스는 의회주의자임을 자임하며 소속 의원들이 선량으로 행동할 것을 주문했었다. 지금은 그런 자칭 의회주의자 중진의원조차 없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국회 내 여야 중진, 다선 의회주의 의원들이 중심을 잡고 제 역할을 해야 한국 정치가 살 수 있다는 의미다.
여야 중진, 다선의 ‘깨인’ 의원들이 국민을 위해 여야가 타협해야 함을, 정치 팬덤들은 환상에서 깨어나야 함을, ‘친윤’ 세력 집결은 자제돼야 함을, 여야는 국익에 기반을 둔 바른 정치로 나아가야 함을 목소리 높여 국회 내 공기를 전환해야 한다. 팬덤을 등에 업은 초선의 막말을 제어하고, 초선 당대표와 정치 신인 대통령의 대결을 자제시켜야 한다. 한국 정치에 더 이상 후진은 없어야 한다. 여야의 의회주의 다선, 중진, 원로 의원들이 정치 후진을 막는 역할을 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