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현의 시각] 노란봉투법 개명 '뭣이 중헌디'
“‘노란봉투법’이 불법파업을 보호하는 것으로 알려진 탓에 반대 여론도 적지 않다. 법안에 대한 오해를 풀고 법 취지를 명확히 하기 위해 ‘합법파업 보장법’으로 부르는 게 어떨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일부다. 노란봉투법은 “한쪽(경영계)으로 기울어진 힘의 균형추를 맞추는 노력의 일환”인데, 국민들이 마치 불법파업을 조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이름을, 즉 ‘프레임’을 바꾸겠다는 얘기였다. 이 대표의 언급 이후 민주당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단독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했다.

'프레임 변경' 시도하는 민주당

2015년의 일이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장외에 있던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을 설득해 노사정위원회에 복귀시켰고, 1년 넘게 공을 들여 ‘9·15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당시에는 이런저런 비판이 있었지만 돌이켜보면 근로자 상위 10%의 임금 인상 자제, 파견과 도급 기준 명확화,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구분 방안 마련,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 등 지금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고농도 합의’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회 입법 작업이 꼬이면서 정부와 여당은 고육지책으로 정책 방향을 이른바 ‘양대 지침’으로 전환했다. 양대 지침이란 교육 훈련과 배치 전환 등 고용 유지 노력을 했음에도 계속고용이 어려운 근로자에 대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고(공정인사 지침), 사회통념상 합리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취업규칙 변경 요건을 완화하도록 한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을 말한다. 양대 지침이 발표되자마자 한국노총은 9·15 대타협 파기를 선언했고 노정관계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바로 이 대목, 노동계의 ‘파토 선언’에 정부가 전혀 손을 쓸 수 없었던 데는 ‘공정인사 지침=쉬운 해고’라는 강력한 프레임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포장 바꾼다고 내용 안 달라져

화물연대 파업이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계속되고 있다. 엄밀히 말하면 파업이 아니라 ‘집단 운송거부’다. 화물연대는 근로자가 아니라 자영업자 연합이기 때문이다. 쟁점은 안전운임제, 여기에도 프레임 논란이 있다. 화물기사들의 소득을 보전해 안전 운행을 지원함으로써 이른바 ‘자기착취’를 줄이겠다는 취지지만, 국토교통부 연구용역 결과를 보면 제도 시행 이후 되레 사고가 늘어나는 등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달린다.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안전운임제가 아니라 ‘표준운임제’ 등으로 이름을 바꿔 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시 돌아가 이 대표가 제안한 ‘합법파업 보장법’, 중요한 것은 이름을 바꾼다고 해도 알맹이는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다. 불법행위를 해도 노조가 계획한 것이라면 책임을 물을 수 없고, 나아가 노조가 아닌 개별 조합원에게는 손해배상 청구를 못하도록 하며, 노조의 재정 상태를 고려해 손해배상액을 정하자는 게 발의된 법안들의 주요 내용이다. 재산권 침해 등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상식에 반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행위를 면책할 것이라는 국회 검토보고서도 있다. ‘폭탄’에 선물 포장을 한다고 해서 선물이 되는 게 아니다. 과한 포장은 (사회적) 비용만 더 들 뿐 (노사관계) 환경에도 좋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