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6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화물연대 불법 파업 등 노조발(發) 경제위기 확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6일 서울 대흥동 경총회관에서 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화물연대 불법 파업 등 노조발(發) 경제위기 확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임대철 한경디지털랩 기자
“외환위기, 금융위기 땐 노사가 사회적 합의를 맺고 경제 안정에 기여했습니다. 지금은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오히려 위기가 증폭되고 있습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당이 불법 파업을 조장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까지 추진하고 있어 매우 걱정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를 경영 현장에서 직접 겪은 손 회장은 인터뷰 내내 최근 노사 갈등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말을 반복했다.

손 회장은 한국 경제의 어려움이 내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비, 투자, 수출이 모두 좋지 않다”며 “가계부채 부담, 기업의 실적 둔화와 자금경색도 불안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내년 경제성장률은 2%에 못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손 회장은 “부도 기업이 속출했던 과거 위기 땐 지금보다 더 심각했다”며 “그러나 그땐 노사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했다”고 지적했다. 1998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과 2009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민정 합의’가 경제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이번 위기의 경우 화물연대 파업 등 노조에 의해 증폭되고 있다는 게 과거 위기 때보다 더 우려스러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야당이 노동조합법까지 개정하려는 것은 ‘불난 데 기름 붓는 격’이라는 것이다. 노동계가 ‘노란봉투법’이라고 부르는 이번 개정안은 노조의 불법 파업에 대해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조에 ‘불법 파업 특권’을 주는 것과 같다는 게 경영계의 지적이다. 경총이 최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약 80%가 개정에 반대했다. 손 회장은 “헌법상 기본권인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것으로, 시장경제 질서가 심각하게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윤석열 대통령과의 화상 면담에서 ‘한국을 공장 건설 최우선 후보지로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노조의 최근 불법 파업을 보고도 한국에 오려고 하겠냐”고 되물었다. 윤석열 정부가 시멘트 화물차 기사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등 엄정하게 법을 집행하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게 손 회장의 얘기다.

손 회장은 노조 불법 파업 외 반드시 해결해야 할 노동 현안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근로시간 유연화’를 꼽았다. 그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에 대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며 임금 개혁을 과제로 제시했다.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해 기업 규모 및 고용 형태에 따른 불합리한 임금 격차를 줄여야 한다는 게 손 회장의 해법이다.

현행 근로시간제도에 대해선 “1950년대 만들어져 현재 산업구조에 적합하지 않은 낡은 제도”라고 평가했다. 일이 몰릴 땐 더 하고, 없을 땐 쉬는 게 자연스러운데 현행 제도는 너무 획일적으로 규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손 회장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운용에 유연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대안도 제시했다. 현행 주 12시간 연장근로는 월 또는 연 단위로 관리할 수 있게 개선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법 개정안은 국회가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회장은 “주요 국가가 경쟁적으로 법인세율을 낮출 때 우리는 오히려 최고세율을 25%로 인상했다”며 “지금은 국제 경쟁의 시대인 만큼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일규/이상은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