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에서 사상 두 번째로 원정 16강을 달성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사진)이 카타르월드컵을 끝으로 결별을 택했다.

벤투 감독은 6일 브라질과의 카타르월드컵 16강전에서 1-4로 패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대표팀의 감독직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팀을 떠나는) 결정은 지난 9월에 내렸다”며 “선수들과 대한체육협회에 이런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로써 벤투 감독과 축구 대표팀의 ‘빌드업’은 4년으로 끝나게 됐다.

벤투 감독은 러시아월드컵 직후인 2018년 8월 부임해 4년 넘게 팀을 이끌어왔다. 단일 임기 기준으로 한국 축구대표팀 역사상 최장수 사령탑 기록이다. 그는 부임 이후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뤄냈다.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1승 1무 1패를 거두며 16강 진출을 지휘했다.

벤투 감독이 들고 온 전술은 ‘빌드업 축구’다. 수비진에서부터 패스를 이어가며 공 점유율을 높여 골문으로 전진하는 방식이다. 무게중심을 뒤에 두고 역습을 노리며 승부 타이밍을 재는 기존의 한국 축구 전술과는 달랐다.

강팀을 상대하려면 한국이 수비 위주로 임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지만, 벤투 감독은 빌드업 축구를 통해 대표팀의 체질을 바꿨다. 카타르월드컵에서 벤투호는 이 전술로 16강행을 확정하며 ‘월드컵에서는 무조건 선수비 후역습을 해야 한다’는 한국 축구의 고정관념을 깨부쉈다.

그동안 벤투 감독의 제한적인 선수 선발과 활용은 꾸준히 도마에 올랐다. 경기마다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점이 축구 팬들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이번 카타르월드컵에선 이강인을 깜짝 엔트리에 발탁하는 등 유연성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강인은 첫 경기였던 우루과이전에서 교체 투입되며 특급 조커로 활약했다. 이어 가나전에서는 후반에 투입되자마자 조규성의 골을 합작했다. 포르투갈과의 3차전에선 선발로 그라운드에 나서며 대표팀의 16강 진출에 기여했다.

한국과의 4년 동행을 끝낸 벤투 감독은 “처음부터 감독으로 봐 온 한국 선수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내가 함께한 선수들 중에서도 최고다. 이번 경기는 아쉽지만 만족한다”고 했다. 그는 “포르투갈로 돌아가 재충전하고 향후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