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 여파로 전국 주요 산업단지의 석유화학 공장들이 이번주부터 ‘셧다운’될 위기에 처했다.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 하루평균 1238억원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석유화학공장 특성상 셧다운 후 재가동까지는 최소 2주가 소요되는 만큼 가동 중단 시 산업 전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협회는 지난 2일 기준 울산 여수 대산 등 전국 주요 산단의 파업 대응 가능 일수를 3.9일로 추산했다.

산단별 재고 상황과 보관 여력 등을 고려할 때 최대 4일까지 버틸 수 있다는 얘기다. 주요 산단을 제외한 인천 군산 광양 포항 등 전국 산단의 대응일수는 3.4일로 더 짧다.

이미 울산·여수·대산산단 석유화학 공장들은 각각 하루평균 433억원, 330억원, 220억원어치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평상시 대비 제품 출하량이 84%나 줄어든 탓이다. 재고는 많게는 보관 여력의 여덟 배까지 불어났다.

석유화학기업들은 기존 창고의 적재량을 최고 수준으로 늘리고, 공장 내 유휴 공간에 제품을 야적하는 등 가능 수단을 총동원해 재고량을 소화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가동률을 추가로 낮추는 공장도 생기고 있다. 석유화학기업은 지속된 시황 악화와 정기 보수 등의 요인으로 공장 가동률을 이미 한계점까지 낮춰 둔 상황이었다.

협회는 석유화학기업들의 ‘데드라인’은 이미 지났다고 판단하고 있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부산항에서 일부 출하가 이뤄지면서 잠시 숨통이 트였지만, 이번 주말 전에 문을 닫는 기업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연구조사본부장은 “파업이 예고돼 있었다지만 대비한 기간은 기껏해야 7~10일”이라며 “한계점이 임박한 상황”이라고 했다.

석유화학 공장은 그 특성상 멈춘 뒤 재가동까지 최소 2주가 걸린다. 원료 공급부터 제품 생산에 이르기까지 여러 기업이 수직으로 묶여 있어 파급 영향도 상당할 것이란 우려다. 정부는 이번주부터 석유화학 부문에서 감산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피해 상황 점검을 위한 긴급회의를 열어 “출하 차질에 국한됐던 피해가 생산 차질로 연결될 수 있어 산업계 위기가 엄중하다”며 “이번주 정유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 선제적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산업부는 석유화학 철강 정유 시멘트 자동차 등 5개 업종에서 발생한 누적 출하 차질 규모를 이날까지 3조5000억원으로 집계했다.

장서우/김소현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