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방문·中-아랍정상회의 통해 중동 영향력 확대 추진
시진핑, 美-사우디 '틈새' 파고들며 중동에 동조세 확산 시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은 전 세계적 미중 전략경쟁의 맥락에서 볼 때 중국의 의미 있는 대중동 접근 시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과 사우디 양측 발표를 종합하면 시 주석은 7일부터 10일까지 사우디를 국빈 방문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할 예정이며 방문 기간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석할 예정이다.

시 주석의 이번 사우디 방문은 미국의 중동 내 영향력 약화와 중동의 맹주인 사우디와 미국의 관계 악화로 생긴 중동에서의 전략적 공간을 공략하는 양상이다.

미국이 근년 들어 중동에서 발을 빼는 동시에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 견제에 역점을 두면서 중동에는 전략적 공백이 생겼다.

더욱이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였던 카슈끄지 암살 사건과 원유 생산 정책 등으로 인해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는 껄끄럽다.

지난 7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글로벌 에너지 위기 타개 차원에서 석유 증산 등을 설득하기 위해 사우디를 찾았다가 '빈 손'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사우디는 서로 일치하는 경제 및 안보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만 해협 유사시 서방의 전면적 제재에 봉착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안정적인 에너지 수급 채널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시 주석이 9월에 석유, 가스, 우라늄 생산국인 중앙아시아의 카자흐스탄을 국빈 방문한 것도 유사한 전략적 행보였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또 사우디로서는 중동의 불안정한 정세 속에 미국이 해온 역할을 대신할 새로운 '역외 균형자'로 중국을 끌어들일 필요를 느끼고 있을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미국과 껄끄러운 사우디는 최근 중국 신장의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위구르족에 대한 대응, 홍콩국가보안법 시행 등 문제에서 중국을 옹호하며 중국에 러브콜을 보냈었다.

사우디는 중국이 좌장 격인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확대가 추진되는 가운데, 추가 멤버로 참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시 주석은 사우디에서 9일 열리는 제1회 중국-아랍 정상회의를 통해 사우디 뿐 아니라 아랍권 전체에 한 걸음 더 다가선다.

미중 전략경쟁 측면에서 우군 확대의 의미가 있어 보인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이 회의에 대해 "중국-아랍 국가 관계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며 양측의 협력을 완전히 새로운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기대를 피력했다.

이 매체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 민주화 운동 물결을 의미하는 '아랍의 봄'을 경험한 아랍국가들이 안정적 경제 성장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혼란을 피하길 원하고 있어 중국의 경험에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고 평가하고, 양측간 협력의 잠재력이 크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