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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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가구와 외벌이 가구의 소득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맞벌이하는 집은 외벌이 부부보다 월소득이 50% 이상 많은 것은 물론 가계 살림의 흑자 규모도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났다.

7일 NH투자증권이 통계청 자료를 분석해 펴낸 '맞벌이 가구, 두 개의 통장'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맞벌이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761만원, 외벌이 가구는 483만원이었다. 두 집단의 소득 격차는 1.57배(월 278만원)였다. 2005년에는 1.34배였지만 갈수록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노동의 대가인 근로·사업소득만 떼어서 보면 맞벌이 가구가 월 664만원, 외벌이 가구는 월 350만원으로 격차(1.89배)가 더 컸다. 남녀 임금 차가 줄면서 '남편과 비슷하게 버는 아내'가 많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반면 정부 지원금이 포함된 이전소득은 외벌이 가구(월 113만원)가 맞벌이 가구(월 85만원)보다 많았다.

가처분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맞벌이 가구가 월 251만원, 외벌이 가구는 월 107만원으로 집계됐다. 맞벌이의 흑자율은 40.7%로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지만 외벌이의 흑자율은 27.0%에 그쳤다.
"맞벌이 부부, 부자되고 싶다면 통장 합쳐야"
맞벌이 가구는 많이 버는 만큼 쓰는 돈도 많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을 자주 이용하고, 여행을 즐기고, 자녀 사교육에 많은 돈을 쓰는 경향이 뚜렷했다. 맞벌이 가구의 음식·숙박 지출액은 월 57만8000원으로 외벌이 가구(월 41만원)를 40% 이상 웃돌았다. 교육비 지출액 역시 외벌이 가구(월 19만원)에 비해 80% 이상 많은 월 34만5000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맞벌이 가구의 자산관리 전략으로 네 가지를 꼽았다. ①두 사람의 급여를 한 계좌로 모으고 ②가구소득의 50%를 저축하고 ③합의를 거쳐 투자하고 ④저축액의 30%는 연금에 배분해 노후에 대비하라는 것이다.

한세연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맞벌이 부부는 통장을 따로 관리하면서 생활비를 반씩 부담하고, 남은 돈으로 각자 저축과 투자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우자의 월급이 정확하게 얼마인지, 그 중 얼마를 저축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돈을 관리하게 될 확률이 높다"고 지적했다.

맞벌이 부부가 '새는 돈'을 막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으로는 '통장 합치기'를 제안했다. 월급이 들어오면 일단 파킹 통장(고금리 수시입출식예금)에 두 사람 소득을 합친 다음 저축, 소비, 비상자금 등 용도에 맞게 나눠 다른 통장으로 이체하는 방식이다. 한 연구원은 "경제 주도권을 한 사람에 전적으로 맡기기보다 부부가 함께 갖는 것이 좋다"며 "통장을 하나로 합치게 되면 부부는 '경제 공동체'가 되어 같은 목표를 갖고 자산을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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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배우자에게 월소득을 속속들이 공개하고 통장을 공유한다는 게 말처럼 쉬운 결정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남편이나 아내 중 한 사람이 투자를 전담하다가 큰 손실을 보게 돼 부부관계 자체가 흔들리는 '최악의 상황'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투자를 결정하기 전에 충분한 대화를 통해 합의하고 실행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며 "투자 자산을 선정할 때는 한 가지 자산에 집중하기보다 부동산, 주식, 예금 등 다양한 자산군에 나눠서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NH투자증권은 일정 수준의 자산이 쌓이기 전까지 '가구소득의 50%는 무조건 저축한다'는 목표를 세울 것도 제안했다. 자녀가 청소년기에 접어들면 사교육비가 불어나 돈을 모으기가 어려워진다. 신혼 때부터 자녀의 중학교 진학 이전까지 약 15년 정도가 종잣돈을 모으는 '골든 타임'이라는 것이다.
"맞벌이 부부, 부자되고 싶다면 통장 합쳐야"
또 저축액의 30%는 연금에 배분할 것을 권했다. 한 연구원은 "맞벌이 가구는 평소 지출 성향이 높아 은퇴 후 갑자기 지출을 줄이기 어렵다"며 "소득이 있는 기간에 부부가 각각 연금저축과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에 추가 납입하면 국민연금을 받기 전 '소득 공백기'를 메울 노후자산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