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0원.’

기초생활수급권자 등 의료급여 환자가 입원했을 때 병원이 받는 한 끼 밥값이다. 6454원인 자장면 단품 가격(10월 기준 서울지역 평균 가격)보다 낮다. 하지만 병원이 밥값을 마음대로 높여 받을 수 없다. 현행 건강보험제도에 따라 ‘병원 식대 수가’로 정해져 있어서다. 내년도 건강보험 항목의 비용을 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집이 가까워지면서 수가 조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병원 영양팀 직원들은 환자식을 준비하기 위해 매일 새벽 4시30분에 하루를 연다. 오전 7시부터 환자 특성에 맞춰 아침 식사를 병실 앞까지 전달하려면 이 시간도 빠듯하다. 식단은 반드시 밥과 국, 네 가지 반찬으로 짜야 한다. 환자들이기 때문에 한국인 섭취 기준에 따라 영양 균형도 잘 맞춰야 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현행 병원 식대 수가는 치솟는 물가를 반영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의료계에선 평가했다. 병원식 원가의 50%를 차지하는 게 식재료비다. 인건비는 40% 남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탓에 식자재 비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다. 최저시급도 1만원을 바라보고 있다.

하지만 병원 식대 수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의료급여 환자들의 식대 수가 4130원은 2019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인상돼 정해진 금액이다. 지난해까지 의료급여 환자의 한 끼 식대는 3900원이었다. 올 들어 5.9% 오른 것이다. 하지만 자장면 가격은 1년 전에 비해 15% 넘게 올랐다.

의료급여가 아닌 일반 환자의 종합병원 식대 수가는 5860원이다. 의료급여에 비해 사정이 낫지만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기엔 여전히 낮다고 병원들은 토로한다. 환자들이 병원식을 외면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는 보험 혜택 종류와 상관없이 같은 식사를 한다. 정부가 같은 병원식에 다른 밥값을 책정하는 바람에 병원들이 ‘의료급여’ 환자를 꺼리도록 부추기고 있는 셈이다.

병원 밥값 조정이 절실하다는 지적은 수십년째 이어지고 있지만 건강보험 지출 논의에서 늘 뒷전으로 밀렸다. 한정된 예산에서 모든 걸 해결하려다 보니 신약 등 다른 분야에 우선순위를 뺏겼다. 병원 밥값까지 정부가 통제하는 방식으론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이제는 현실적 대안을 찾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