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필자는 과거 가전회사 대표 부사장으로 근무한 적이 있다. 12월에 입사했는데, 그 해 연간 손익실적이 적자였다. 그래서 다음해 1월초 전직원이 모인 조회에서 내 급여 30%를 깎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전직원들도 모두 10%씩 깎겠다고 했다. 대신에 모두가 열심히 노력해서 12월에 흑자가 나면 전부 다시 돌려주겠다고 약속했다. 이것을 수용하지 못하는 직원은 퇴사해도 좋다고도 했다. 이로인해 실제 퇴사한 직원도 있었지만 나는 그대로 시행했다.

그리고 똘똘 뭉쳐 1년간 열심히 노력해서 12월에 큰 폭의 흑자를 냈다. 특히, 국내 5대 홈쇼핑사의 최대 히트상품을 탄생시켜 회사 분위기를 일신하면서 직원들의 사기와 자신감을 높이고, 단기간에 실적을 크게 향상시켰다. 연말 마감후 1년간 깎았던 급여를 한꺼번에 돌려주고, 추가로 인센티브까지 더 주었다. 직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어려울 때일수록 위기를 돌파하는 방법은 리더가 먼저 솔선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거라는 것을 다시금 확신하게 되었다.

이번에는 필자가 화장품 회사 대표이사 사장을 할 때, 대구 할인마트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판촉여사원이 사고로 허리를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 수술까지 하게 되었다. 이 여사원은 어머니가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고 밑에 어린 동생을 돌봐야하는 가장이었는데, 본인까지 입원하게 되어 생계가 막막했다.

나는 이 소식을 듣고 전 직원 대상으로 십시일반 모금을 하고, 나 또한 별도 돈을 합쳐 영업간부 한명과 함께 대구 병원으로 내려갔다. 입원비는 걱정말고 건강관리만 신경쓰도록 위로하고, 장애자인 어머니도 대구지점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돌보도록 부탁하고 돌아왔다. 그 뒤에도 몇 차례 더 내려가 퇴원시까지 부족했던 비용을 사비로 충당해주며 모든 것을 돌봐주었다.

그 뒤에 나도, 여직원도 퇴사하고,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 여직원은 지금도 매년 연말이면 안부 전화나 문자를 보내온다. "그 당시 안그래도 경제적 어려움으로 힘들게 살았는데, 병원에 입원까지 하게 되어 삶을 포기하려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장님 도움으로 다시 용기를 얻게 되고, 지금은 좋은 사람 만나 결혼까지 해서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면서 "항상 감사하고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내용이다. 특별한 내용은 아니지만 이런 문자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왠지 마음이 뭉클하고 스스로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7년간 직접 사업을 할 때는 직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것 외에 직원들 부모님에게 별도로 30만원의 생활비를 매월 보내드렸다. 그러면 각 직원들 부모님한테서 "감사하다"고 직접 전화가 오기도 하고, 아니면 직원들이 찾아와 "부모님이 감사하다고 전해달라"고 했다며 고마워했다. 본인의 급여보다 이 30만원을 훨씬 더 고맙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직원들의 이직은 거의 없었다.

필자가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몇가지 사례를 언급했지만, 공통적인 것은 직원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인의식을 갖고 열심히 일하게 만드는 방법은 역시 "리더가 먼저 희생하고,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자식에게 효도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신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을 자식에게 보여주는게 더 효과적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순신 장군은 명량해전에서 군사들이 두려움에 앞으로 나서지 않자, "본인이 죽어야 군사들의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며, 대장선을 이끌고 혼자 앞으로 나아가 왜군을 격파한다. 이를 지켜본 수군들도 용기를 얻어 앞으로 나아가 싸우게 된다. 바로 이것이 조직원의 마음을 움직이는 리더의 자기 희생이고 행동이다.

대학교에 근무할 때, 교수회의 주관으로 100여명의 교수가 이메일을 공유하며 소통했다. 주요내용은 "이사장이 물러나야 한다",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 등의 논의와 대책 협의가 많았다. 성명서를 만들어 동의를 구하기도 했다. 근데, 이런 소통과정에서 정작 교수 본인들은 무엇을 희생하고 무엇을 책임질건지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없고, 학교측에 요구사항 뿐이었다.

과거 한동안 컨설팅 일을 한 적이 있었다. 1조원 규모 회사에서 전국 대리점 사장들 워크샵을 1박2일로 하는데, 진행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첫날 시작 전에 회장님이 나와 인사말을 하면서 1박2일 동안 어떻게 하면 회사가 기필코 금년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건지 고민해달라고 강조하고서 다른 일정으로 자리를 뜨셨다. 이어서 내가 나가 워크샵 진행방향을 설명하면서 회사목표보다는 대리점 사장님들이 각자 어떻게하면 금년에 반드시 매출목표를 달성하고 이익을 낼 것인지를 논의해보자고 강조했다. 그랬더니 경영지원실장이 “왜 회장님과 다르게 얘기하냐”고 저한테 항의를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다르지 않다. 전국 대리점이 각자 매출.손익 목표를 달성하면 회사목표는 자연스럽게 저절로 이루어질 것이다”라고 설득했다.

사람들과의 인간관계를 좋게하는 방법은 내가 조금은 손해보는 듯 살아야 한다. 나는 조금도 손해보지 않고 항상 상대에게 요구만 하면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 또한 세상을 살면서 항상 내 입장이 아니라 상대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을 습관해야 결과가 좋게 만들어진다. 즉, ‘내로남불’이 아니라 ‘역지사지’여야 한다.
그래서 양보와 배려는 사람들이 나를 따르게 하는 훌륭한 리더의 핵심 덕목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코로나로 경기가 나빠 사업이 어렵다고 한다. 또 경기가 나빠 영업하기 힘들다고도 한다. 사업이 어려우면 내가 사업하는 방식을 바꿔보고, 영업이 힘들면 내가 영업하는 방식부터 바꿔봐야 하는데, 나는 바꾸지 않고 세상 탓만 하는 경우가 많다.

'여민동락(輿民同樂)'이라는 말이 있다. 백성과 동고동락하는 통치자의 자세를 비유하는 말이다. 기업 경영 CEO도 마찬가지다. 지금 기업환경이 너무 어렵다. 하지만 비대면 시대의 시장 변화에 맞게 리더인 나부터 생각을 바꾸고, 내가 먼저 희생을 감수하고 배려하며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직원들은 물론, 거래처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인의식을 갖고 한마음으로 일하게 만들어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사단법인 한국강소기업협회 나종호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