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중국)의 국가 주석인 시진핑이 세계 최대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7일(현지시간) 국빈 방문했다. 시 주석은 10일까지 사우디아라비아에 머물며 아랍국가 정상과 회담을 개최할 계획이다. 미국에 맞서려 아랍과의 관계를 공고히 구축한다는 분석이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성명을 통해 시 주석이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이날부터 사흘간 리야드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이 사우디를 방문한 것은 2016년 1월 이후 처음이다.

시 주석은 제1차 중국·아랍 국가 정상회의와 중국·걸프협력회의(GCC) 콘퍼런스에 참석하고,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과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를 내방한다. 중국은 이번 방문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미국과 사우디 관계가 멀어지는 틈을 중국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다. 2013년 이후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사우디의 최대 교역국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과 사우디의 교역액은 2012년 760억달러에서 지난해 290억달러로 줄었다. 셰일가스 확대로 인해 사우디의 원유 수요가 감소해서다.

중국은 미국이 떠난 자리를 메웠다. 같은 기간 중국은 746억달러(2012년)에서 지난해 875억달러로 증가했다. 사우디에 중국은 최대 석유 수입국이 됐다. 올해 양국의 교역 규모도 800억 달러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사우디도 중국 투자를 늘리고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중국 북동부 정유·석유 화학 단지에 100억 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샤오진 차이 아랍에미리트 샤르자대 교수는 “1992년 수교 이후 양국 관계가 절정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사우디 현지 매체인 SPA통신에 따르면 양국은 이번 방문 기간 290억 달러(약 38조30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의 경제 교류는 안보 협력까지 이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중국은 최근 사우디에 드론을 수출하고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원했다. 사우디는 2020년에 중국의 도움을 받아 우라늄 추출시설을 건설하기도 했다. 세계 주요 항로인 홍해에 해군기지 건설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라시아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연구팀장인 아이함 카멜은 "최근 몇 년간 사우디는 중국과 국방 협력을 단계적으로 확대해왔다"며 "이번 방문도 안보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과정의 일부다"라고 설명했다.

중국은 아랍 국가와의 연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시 주석은 사상 처음으로 GCC 참석한다. GCC는 1981년 사우디를 중심으로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 만든 경제·안보 협력체다. 이번 방문으로 아랍 국가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CNN은 “시 주석이 이번 순방에서 GCC 회원국을 포함해 최소 14개국 정상들과 회담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중동 지역의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여 타국 정상과 회담을 여는 사례는 미국을 제외하면 드문 일이다. 올해 7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사우디를 방문했을 때도 9개국 정상만 모였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