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지원대책…공휴일-야간-고난도 수술 수가 높이고 추가보상
중증 소아진료 적자, 국가가 보상…광역시 외 全지자체 분만수가 3배로
근본 해결책 부족…"단편적 접근,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지적
의료기관 보상늘려 중증·응급의료 강화…의사 확충계획은 빠져
정부는 8일 중증·응급 등 필수의료를 확충하기 위해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대책을 내놨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가 뇌출혈로 쓰러진 뒤 제대로 처치를 받지 못해 숨진 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 의료 확충의 필요성이 대두된 바 있다.

이날 공청회를 통해 공개된 '필수의료 지원대책'에는 응급 수술·시술에 대한 가산율을 인상하고 고난도 수술에는 추가 보상을 하는 등 공공정책수가를 도입해 보상을 강화하는 내용이 대거 담겼다.

그러나 의사 공급이 부족하고 지역별·과목별 의료인력 격차가 큰 상황에서 단기적인 보상책만으로 의료 환경이 크게 개선되기는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기관 보상늘려 중증·응급의료 강화…의사 확충계획은 빠져
◇ 공휴일 야간 응급수술 가산율 175%…고난도 수술엔 추가 보상
야간·공휴일 등 의료인력의 업무 부담이 큰 상황에서의 필수의료 행위에 대해 보상을 대폭 강화한다.

뇌동맥류, 중증외상 등의 야간·공휴일 응급수술·시술에 대한 가산율이 현행 100%에서 최대 175%까지 순차적으로 확대된다.

응급실에 내원한 중증 환자가 응급전용 중환자실에 입원할 때만 적용되던 관리료를 응급전용 입원실에 입원하는 경우에도 지급하기로 했다.

신속한 후속진료 연계를 위한 조치다.

응급 심뇌혈관질환자의 증상발현 후 최종치료 시간을 단축하는 등의 실적을 평가해 사후보상을 지급하는 시범사업도 내년부터 시행한다.

수술·처치 등 행위 대비 수가가 저평가된 항목에 종별 가산을 확대하고, 난이도나 자원투입 수준을 반영해 수가 기준을 더욱 세분화한다.

이를 통해 고난도·고위험 행위에는 추가 보상이 이뤄지게 되는데, 같은 질환에 대한 수술이라도 고난도 수술방법을 적용할 경우 추가 보상이 이뤄지게 된다.

이는 먼저 심뇌혈관질환 분야 수술·처치에 우선 적용되고 이후 확대된다.

◇ 분만의료기관에 '취약지역수가'…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적자 국가가 보상
복지부는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분만의료기관 부족으로 분만 안전성이 하락하고 있다고 보고 '취약지역수가' 지급 대상 지역을 광역시를 제외한 전체 시군구로 확대, 현재 분만수가의 100%를 추가 지급하기로 했다.

또 불가항력적 의료 사고와 관련한 분만의료 기관의 부담을 완화하는 측면에서 '인적·안전 정책수가'로 현 분만수가 100%를 추가 지급한다.

이에 따라 광역시가 아닌 전국 지자체에 위치한 분만의료기관은 현행 분만수가의 3배에 해당하는 수가를 지급받게 된다.

의료기관 보상늘려 중증·응급의료 강화…의사 확충계획은 빠져
고위험 산모·신생아 진료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에 따라 진료권을 재설정하고,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 신생아 집중치료 지역센터를 권역-지역 모자의료센터로 개편해 중증도에 따른 역할을 분담토록 하기로 했다.

아울러 내년부터 2025년까지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 사후 보상 시범사업'을 추진해 발생손실 중 의료비용에 해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성과평가 결과에 따라 일괄 사후 보상한다.

이같은 지원책은 출산율 감소와 함께 급속히 붕괴 중인 소아의료 의료체계를 유지·회복하기 위한 조치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각각 지난 2018년, 2020년 미달로 돌아선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의 작년 전공의 지원율은 37.3%로 최하위권이다.

◇ 권역응급의료센터→중증응급의료센터 개편…지정기준 정비
지원대책에는 중증 응급 상황에서의 신속한 대응과 수술·시술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조치들이 주요하게 포함됐다.

응급의료체계 내에서 중증응급 환자의 최종 치료까지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현재 응급처치·검사 등 응급실 진료 역량을 기준으로 지정된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중증응급의료센터로 전면 개편하고, 지정 기준에 중증질환의 수술·시술 가능 여부 등을 추가한다.

또 행정구역 중심으로 지정된 권역심뇌혈관질환센터를 실제 수요·자원 분포를 반영한 진료권에 따라 재지정하는 한편 권역별 심뇌센터·외상센터·소아응급의료센터의 기준을 강화하는 동시에 센터 운영비와 전공의 지원을 늘린다.

지역별로 운영되는 응급전원협진망을 활성화하고, 지역별 응급의료자원을 조사해 주요 응급질환별 최종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공유한다.

필수의료 분야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도한 당직 근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질환별 전문의가 지역내 당직을 맡는 순환교대 당직체계를 제시했다.

◇ "반창고 붙여놓고 병 치료했다는 식" 근본 해결책 필요 지적
다만 이날 공개된 대책과 관련해 전문가와 의료단체는 '단기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필수의료 분야 의사 수 부족이 근본적인 문제임에도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대 정원 확대 추진 등을 논의한다는 의정협의를 이유로 의사 확충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2020년 국내 임상의사 수는 인구 1천명당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멕시코(2.4명) 다음으로 낮고 평균(3.7)보다는 1.3명이나 적다.

오선영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정책국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필수의료 공백은 절대적인 의사 수가 부족에서 기인하는데 의사 수 확대에 대한 중장기적인 계획도,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며 "당장 문제가 됐던 부분만 막기에 급급한 대책으로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전공 과목별 쏠림 해소 방안도 이번 대책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차전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의료기관에서 과목별 필수인력 비율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아이디어 차원에서 제시되기는 했으나 오히려 수도권 쏠림 등이 더 심화될 수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분만수가 인상 등에 대해서도 분만 특성상 의료의 질을 중시하는 수요가 무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 국장은 "(분만) 행위 자체가 줄고 있는데 행위 수가, 가산을 아무리 올려봐야 효과가 안 난다"며 "필수의료에는 공익적 적자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부분은 국가가 책임진다는 정책이 연계돼야 하는데 이번 대책은 단편적인 접근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분만 취약지를 시군구 단위로 지정하는데, 현재 상황은 적어도 3개군 정도는 묶여야 분만 환자 수요가 일정 수준 이상이 되고 그래야 그 병원이 환자가 찾을 만한 '분만병원'이 된다"며 "그런 현실에 대한 대책은 없이 분만 수가만 이야기하고 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전체 시스템의 비효율, 의료의 질, 인력 부족 등이 계속해서 드러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한 처방은 없다"며 "당장 긁힌 데에 반창고 붙여놓고 병 치료했다고 이야기하는 수준"이라고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