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에 사는 '카피즈 조개'
두께 얇아 주얼리 재료로 사용
폐기물 먹으며 환경에도 기여
무분별한 어획에 개체수 급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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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피즈 조개는 미적 가치 외에 바다 환경에도 크게 기여한다. 플랑크톤과 유기 폐기물을 잡아먹어 1시간에 최대 40L의 물을 정화한다. 그런 카피즈 조개의 개체수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자연적인 감소는 물론 어업기술 발달로 무분별하게 어획되고 있어서다. 필리핀에선 연간 수백t의 카피즈 조개가 잡혀 쓸 만한 껍데기는 비싸게 팔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버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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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붐은 2020년 바다 생태계를 지키고 카피즈 조개를 보호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안경을 만들기로 했다. 원래 카피즈 조개가 안경 렌즈로 쓰였던 역사에 착안한 것. 베르붐은 세계 유명 안경 제작사에 협업 제의를 했지만 이를 유일하게 수락한 건 국내 안경 제작 스타트업 브리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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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카피즈 조개껍데기 렌즈와 어울리는 고전적인 골드 컬러의 원형 금속 안경테를 제작하면서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완벽해야 했기 때문이다. 얇은 조개껍데기를 안전하게 붙들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가장 난제였다. 브리즘의 디자인을 총괄하는 조명권 실장은 “티타늄 레이저 커팅 기술로 형태의 한계를 극복했고, 3D 프린팅 기술로 렌즈를 잡아주는 단단한 구조를 갖출 수 있었다”며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2만4000명에 달하는 개인 맞춤형 안경 제작 경험으로 새로운 소재의 안경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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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산품 틈에 살면서 우리는 성공과 이익의 기준을 경제적 가치로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군가는 사람들의 웰빙, 그리고 이와 연결된 환경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끝없이 질문해야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