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보물창고' 열리자…45일 만에 10만명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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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 '오픈런' 부른
합스부르크 600년展
'입장객 시간당 300명' 제한에도
코로나 이후 열린 전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0만명 돌파
"폐막까지 30만명 육박할 것"
합스부르크 열풍의 3가지 이유
(1) 국내서 보기 힘든 명작 가득
(2)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 구성
(3) 고급문화에 대한 수요 급증
합스부르크 600년展
'입장객 시간당 300명' 제한에도
코로나 이후 열린 전시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10만명 돌파
"폐막까지 30만명 육박할 것"
합스부르크 열풍의 3가지 이유
(1) 국내서 보기 힘든 명작 가득
(2) 한눈에 들어오는 전시 구성
(3) 고급문화에 대한 수요 급증
8일 오전 9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영하 1도까지 떨어진 쌀쌀한 날씨에도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 인터넷 예매 가능 티켓이 다 팔리자, 현장 판매 표를 손에 넣으려고 박물관 문이 열리기도 전에 도착한 이들이다.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커플 룩’을 입은 연인, 흰머리가 성성한 노부부 등 남녀노소를 박물관으로 이끈 것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다. 10월 25일 개막한 이 전시의 관람객은 이날 1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코로나19 상륙 이후 열린 모든 전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만 명 벽’을 깼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준으로 보면 2016년 ‘이집트 보물전’(31일) 이후 가장 빠르다. 쾌적한 관람과 사고 방지를 위해 입장객을 시간당 300명(하루 2400~3200명)으로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관람 수요는 훨씬 많았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이런 추세가 폐막(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지면 총관람객은 30만 명에 육박한다. ‘합스부르크 600년전’이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열광할까. 미술 전문가들이 분석한 흥행 비결을 정리했다.
왕족이 입었던 갑옷들, 라파엘로의 태피스트리, 세상에 6점밖에 없는 야자열매 주전자와 잔 등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왔다. “최고의 전시를 만들 테니 작품을 더 달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끈질긴 요청에 당초 70점만 빌려주려던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26점을 더 내줬다.
양뿐 아니라 질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작인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그를 그린 여러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그림이다. 당초 빈미술사박물관은 공주가 3세였을 때 그린 그림을 보내려고 했지만, 전시 담당인 양승미 학예연구사의 끈질긴 설득에 5세 무렵에 그린 ‘가장 귀한 공주님’을 대여 리스트에 올렸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78) 그림도 이런 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둘러싸였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안 오겠느냐”(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이 관장은 “요즘 명화 전시회에 가보면 유명 작가 작품은 거의 없고 미디어아트, 판화 등으로 채우는 게 많다”며 “이런 걸 감안하면 합스부르크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전시”라고 말했다.
주역은 양 학예사와 이현숙 디자인전문 경력관이다. 이들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배치했다. 관객들이 600년에 이르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에 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양 학예사는 1년 넘게 서양미술사를 다시 공부했고, 빈을 두 차례 방문했다. 이 경력관은 그때마다 동행했다. 이들은 다른 박물관에 있는 작품 한 점을 보기 위해 왕복 10시간 기차를 타기도 했다.
영상과 음악 등 시청각 자료를 만들고 전시장을 꾸미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루돌프 2세의 컬렉션이 놓인 곳에는 루돌프 2세의 궁정 악장(樂長)이던 필리프 드 몽테의 곡이 나오도록 꾸몄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보니, 이번 전시 평균 관람 시간은 한 시간이 넘는다. 일반 전시회 관람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전원경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며 지적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요즘 관람객의 눈높이를 합스부르크 전시회가 만족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에 걸맞은 전시는 많지 않다”며 “합스부르크처럼 수준 높은 전시회라면 전시장을 채우는 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아이 손을 잡은 엄마, ‘커플 룩’을 입은 연인, 흰머리가 성성한 노부부 등 남녀노소를 박물관으로 이끈 것은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회다. 10월 25일 개막한 이 전시의 관람객은 이날 10만 명을 돌파했다. 2020년 코로나19 상륙 이후 열린 모든 전시 중 가장 빠른 속도로 ‘10만 명 벽’을 깼다.
국립중앙박물관 기준으로 보면 2016년 ‘이집트 보물전’(31일) 이후 가장 빠르다. 쾌적한 관람과 사고 방지를 위해 입장객을 시간당 300명(하루 2400~3200명)으로 제한한 것을 감안하면 실제 관람 수요는 훨씬 많았다는 게 박물관 측의 설명이다. 이런 추세가 폐막(내년 3월 1일)까지 이어지면 총관람객은 30만 명에 육박한다. ‘합스부르크 600년전’이 어떤 매력을 가졌길래, 이렇게 많은 사람이 열광할까. 미술 전문가들이 분석한 흥행 비결을 정리했다.
(1) 국내에서 보기 힘든 명작의 향연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총 96점이다. 600년간 유럽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가문이 세계 전역에서 긁어모은 걸작들이다. 페테르 파울 루벤스, 디에고 벨라스케스, 틴토레토, 안토니 반 다이크 등 서양미술사 거장들의 작품이 한국행(行) 비행기에 올랐다.왕족이 입었던 갑옷들, 라파엘로의 태피스트리, 세상에 6점밖에 없는 야자열매 주전자와 잔 등 그림뿐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작품이 왔다. “최고의 전시를 만들 테니 작품을 더 달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끈질긴 요청에 당초 70점만 빌려주려던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26점을 더 내줬다.
양뿐 아니라 질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작인 ‘흰옷을 입은 마르가리타 테레사 공주’는 그를 그린 여러 작품 중 최고로 꼽히는 그림이다. 당초 빈미술사박물관은 공주가 3세였을 때 그린 그림을 보내려고 했지만, 전시 담당인 양승미 학예연구사의 끈질긴 설득에 5세 무렵에 그린 ‘가장 귀한 공주님’을 대여 리스트에 올렸다. ‘프랑스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1778) 그림도 이런 식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둘러싸였는데, 어떻게 사람들이 안 오겠느냐”(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는 평가는 이래서 나온다. 이 관장은 “요즘 명화 전시회에 가보면 유명 작가 작품은 거의 없고 미디어아트, 판화 등으로 채우는 게 많다”며 “이런 걸 감안하면 합스부르크는 ‘가뭄에 단비’와 같은 전시”라고 말했다.
(2) 탁월한 전시 구성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걸작들을 기막히게 꿰었다. 개막일 전시장을 둘러본 사비나 하그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장이 “빈미술사박물관 소장품을 해외에 전시한 것 중 역대 최고”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을 정도다.주역은 양 학예사와 이현숙 디자인전문 경력관이다. 이들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수집가들을 중심으로 작품들을 재해석하고 배치했다. 관객들이 600년에 이르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에 질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양 학예사는 1년 넘게 서양미술사를 다시 공부했고, 빈을 두 차례 방문했다. 이 경력관은 그때마다 동행했다. 이들은 다른 박물관에 있는 작품 한 점을 보기 위해 왕복 10시간 기차를 타기도 했다.
영상과 음악 등 시청각 자료를 만들고 전시장을 꾸미는 데도 심혈을 기울였다. 그림에 어울리는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한 게 대표적이다. 신성로마제국 황제였던 루돌프 2세의 컬렉션이 놓인 곳에는 루돌프 2세의 궁정 악장(樂長)이던 필리프 드 몽테의 곡이 나오도록 꾸몄다.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다 보니, 이번 전시 평균 관람 시간은 한 시간이 넘는다. 일반 전시회 관람시간의 두 배에 달한다.
(3) 명작에 대한 갈증
전문가들은 ‘합스부르크 열풍’의 이유 중 하나로 관람객의 높아진 눈높이를 꼽는다.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지면서 고급문화를 찾는 사람이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3만5000달러였다.전원경 세종사이버대 교수는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며 지적 자극을 받고 싶어 하는 요즘 관람객의 눈높이를 합스부르크 전시회가 만족시켰다”고 평가했다. 그는 “국민의 미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지만, 그에 걸맞은 전시는 많지 않다”며 “합스부르크처럼 수준 높은 전시회라면 전시장을 채우는 건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