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직후 '위기대응' 나선 JY…"비용 줄이고 미래 투자 늘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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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환율에 경영환경 악화
완제품 실적 급감, 재고자산 급증
출장·컨설팅비 등 절반 줄이지만
"미래 투자는 늘리겠다" 강조
연구개발·M&A는 적극 나설 듯
완제품 실적 급감, 재고자산 급증
출장·컨설팅비 등 절반 줄이지만
"미래 투자는 늘리겠다" 강조
연구개발·M&A는 적극 나설 듯
고금리, 고환율, 공급망 혼란, 소비시장 위축. 삼성전자가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공식화하면서 열거한 이유다.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하면서 산전수전 다 겪은 삼성전자 최고위 경영진마저 ‘초긴장’ 상태다. 빠르게 증가하는 금융비용과 재고자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미래 투자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삼성전자를 짓누르고 있다. 이번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동시에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신속한 위기대응 조치로 분석된다.
부사장급 인사에선 1964~1965년생을 기준으로 주요 사업부 2인자로 불리는 개발실장, 전략마케팅실장 중 다수가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삼성 내부에선 세대교체와 함께 ‘인건비 절감’ 목적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7일 DX(디바이스경험)부문 임직원에게 공식 통보된 비상경영체제 운영 계획도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 등 글로벌 이벤트 운영비·출장자 50% 축소,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활용 50% 축소, 해외출장 화상회의 대체로 출장비 50% 효율화, 프린터 용지 등 사무용품 절약, 사무실 점등 시간 단축 등까지 ‘새마을 운동’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TV, 가전 관련 소비시장은 얼어붙었다. 올 들어 3분기 말까지 삼성전자 DX부문(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등 합산)의 누적 영업이익은 11조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9300억원) 대비 20.4%(2조8400억원)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 시장은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환율(달러 강세), 고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도 삼성전자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14조2658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2억원) 대비 137.5% 급증했다. 금융비용엔 파생상품손실, 외화환산손실, 이자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증가할수록 기업의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감소한다.
달러 강세와 고금리 여파로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신흥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지난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27조974억원으로 1년 새 5조6485억원 불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금융수익이 15조6330억원으로 금융비용(14조2658억원) 보다 1조 3672억원 많다"며 "금융비용과 금융수익이 동시에 급증한 것은 올해 환율이 요동치며 외화거래 및 환산으로 발생한 외환차이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수가 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전쟁 등 영향으로 날로 악화하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내년 경영 환경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DX부문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해외 S급 인재 유치,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한 투자엔 자금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신사업 발굴에 도움이 되는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호황기를 대비해 적극 투자하는 건 반도체, 세트 구분 없이 적용되는 삼성전자의 DNA이자 성공 방정식”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부사장 대폭 교체 이후 비상경영 선포
8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1주일 새 ‘부사장급 임원 대거 교체’ ‘비상 경영체제 선포’로 이어지는 일련의 위기 대응 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했다. 비상 경영체제로의 전환 분위기는 지난 5일 단행한 ‘정기 사장단 인사’ 때부터 감지됐다. 한종희·경계현 최고경영자(CEO) 체제를 유지하며 삼성전자는 “엄중한 경영 현실을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부사장급 인사에선 1964~1965년생을 기준으로 주요 사업부 2인자로 불리는 개발실장, 전략마케팅실장 중 다수가 경영 2선으로 물러났다. 삼성 내부에선 세대교체와 함께 ‘인건비 절감’ 목적이 강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지난 7일 DX(디바이스경험)부문 임직원에게 공식 통보된 비상경영체제 운영 계획도 비용 절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CES),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IFA) 등 글로벌 이벤트 운영비·출장자 50% 축소, 시장조사·컨설팅 업체 활용 50% 축소, 해외출장 화상회의 대체로 출장비 50% 효율화, 프린터 용지 등 사무용품 절약, 사무실 점등 시간 단축 등까지 ‘새마을 운동’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전방위적이다.
○DX부문 재고자산 5조6485억원 급증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환경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로의 전환을 단순히 비용을 줄이려는 고위 경영진의 ‘오버 액션’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인플레이션, 지정학적 위기 등으로 삼성전자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 TV, 가전 관련 소비시장은 얼어붙었다. 올 들어 3분기 말까지 삼성전자 DX부문(스마트폰, TV, 가전, 네트워크 등 합산)의 누적 영업이익은 11조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조9300억원) 대비 20.4%(2조8400억원) 급감했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내년 시장은 올해보다 더 안 좋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고환율(달러 강세), 고금리 등 거시경제 지표도 삼성전자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의 올 3분기 누적 금융비용은 14조2658억원으로, 전년 동기(6조72억원) 대비 137.5% 급증했다. 금융비용엔 파생상품손실, 외화환산손실, 이자비용 등이 포함되는데, 증가할수록 기업의 이익과 현금창출력이 감소한다.
달러 강세와 고금리 여파로 삼성전자의 주요 시장인 신흥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하는 것도 우려되는 점이다. 삼성전자 DX부문의 지난 9월 말 기준 재고자산은 27조974억원으로 1년 새 5조6485억원 불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금융수익이 15조6330억원으로 금융비용(14조2658억원) 보다 1조 3672억원 많다"며 "금융비용과 금융수익이 동시에 급증한 것은 올해 환율이 요동치며 외화거래 및 환산으로 발생한 외환차이가 워낙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상수가 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전쟁 등 영향으로 날로 악화하고 있다.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내년 경영 환경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전자의 비상경영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래 투자는 확대할 것” 강조
삼성전자는 경비 절감분을 미래 사업에 투자하는 데 활용할 계획이다. 비상경영 계획 공지에도 ‘미래를 대비한 투자는 확대할 것’이라며 투자액을 줄이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이재용 회장에게 “위기일수록 신사업 투자는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장 역시 “다양한 사업 기회를 찾고 미래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삼성전자 DX부문은 신사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 해외 S급 인재 유치,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한 투자엔 자금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거나 신사업 발굴에 도움이 되는 인수합병(M&A)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위기에도 호황기를 대비해 적극 투자하는 건 반도체, 세트 구분 없이 적용되는 삼성전자의 DNA이자 성공 방정식”이라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