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VC가 70% 장악…120조 몰린 '애즈 어 서비스' 시장 커진다[긱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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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즈 어 서비스(As a Service)’는 어느덧 정보기술(IT) 분야에 깊이 침투했습니다. 저마다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한다, 서비스형 플랫폼(PaaS)을 지원한다며 다양한 용어 속에 스며들었지만 정확한 개념을 톺아볼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기업의 동영상 서비스를 돕는 기업 간 거래(B2B) SaaS 스타트업 카테노이드의 김형석 대표는 경력 대부분을 통신과 네트워크 영역에서 쌓아온 인물입니다. 그가 미국‧중국 시장과의 비교를 통한 국내 As a Service의 전망을 한경 긱스(Geeks)에 보내왔습니다. 국가 간 진출이 용이하고 선점 사업자의 영향력이 큰 분야인 만큼, '토종' 업체들이 성장할 시간은 많이 남지 않았다는 진단입니다.
IT업계는 새로운 사업모델과 개념이 쉼 없이 만들어지는 역동적인 산업이다. IT산업에서 상당 기간 종사한 사람도 최신 정보와 조금만 떨어지면, 새롭게 등장한 개념과 용어를 이해하기 어렵다. 구시대인으로 도태되지 않을까 하는 공포가 들 정도다. 다행히도 그렇게 만들어지는 개념과 용어의 대부분은 생각보다 수명이 짧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라지거나 아주 일부만이 생명력을 유지한다. 일부만이 한 시대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메가 트렌드'로 자리 잡게 된다.
그런 용어 중 ‘As a Service’가 있다. As a Service는 Infrastructure As a Service(IaaS), Platform As a Service(PaaS), Software As a Service(SaaS)와 같이 주로 다른 단어와 결합해 사용되곤 하는데, 한글로는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쳐’, ‘서비스형 플랫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번역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IT 관련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As a Service 사업모델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사업모델이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진화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모델로서의 ‘As a Service’는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닷컴 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초창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본적인 인터넷 회선(네트워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프라(공간‧전기시설‧공조시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구축, 개발하고 직접 운영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많은 설비투자와 고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자본이 부족한 인터넷 벤처들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IDC(Internet Data Center) 및 코로케이션 (Co-location)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이 등장했다. 지금은 너무 일반적인 서비스라 아무도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다. 당시 IDC 사업모델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통신사업자가 고객의 설비까지 회선을 끌어 가서 설치한다’는 수십 년간의 패러다임에서, ‘고객이 IDC사업자가 소유한 대규모 직접 시설로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온다’는 개념으로 일순간에 진화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 IDC사업자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획기적으로 낮아진 인터넷 회선비용과 함께 공간임대비용‧대용량 전기시설‧냉난방‧항온 및 항습 비용 등 수많은 설비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IDC 이후, IDC/서버임대 그리고 기본적인 서버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호스팅 서비스가 등장한다. 호스팅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IDC와 금융서비스업을 결합한 모델인데, 비로소 인터넷 사업자는 서버 등 하드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비용 역시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 월 임대료만 내면 네트워크 회선과 서버 운영 공간‧서버 등 하드웨어와 기본적인 시스템 운영까지 월 임대 형식으로 아웃소싱 받을 수 있게 된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고화질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나온 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야기된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CDN서비스가 등장하면서 ‘As a Service’는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확장됐다. 사용량 기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콘텐츠 서버와 관련된 물리적인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및 관련 운영 인력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획기적인 'TCO(Total Cost Ownership)' 절감으로 이어진다. 2010년 전후 본격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IT 아웃소싱 서비스의 지평을 콘텐츠 서버를 넘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으로 확장 추세다.
가끔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150년 전을 상상해보고는 한다. 정보기술혁명 직전의 가장 큰 기술혁명이 전기 혁명이고, 정보기술이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이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라는 문명의 이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전기 생태계와는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사실상의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로 받아들이고 있는 전기 생태계는 그냥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화과정’을 거쳐 국가마다 소수의 거대 전력회사가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에 맞게 전기를 이용하되 전력회사에 사용량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가령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창업하려면, 우선 프랑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개업 장소도 결정해야 하고 관련 설비도 구비해야 하고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한다. 음식점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주어져 신경 쓰지 않을 뿐,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다. 하지만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전기기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진화의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된 국가의 모든 개인과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각자가 필요한 만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사용량에 따라 월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은 컴퓨팅 파워를 직접 소유할 필요도 없고, 전기 기술자의 도움도 필요 없으며, 전기기술을 배울 필요도 없다. IT산업의 미래다.
관심과 열기는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활황이 지나치게 B2C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B2B에는 상대적인 관심이 덜했다. B2B 창업자들의 실력부족이 지적될 수 있지만, 경제 발전의 정도‧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잘못된 관습‧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요인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이 늘었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선 3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국내와의 차이는 지난해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 기업 중에 B2C 기업은 3분의 1이 채 안 되고(32%), 전체의 3분의 2는(68%) B2B 기업이란 점이다. 특히 B2B 유니콘 기업 중에서 SaaS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이른다.
B2B SaaS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투자된 2960억달러(약 400조원)의 스타트업 투자자금 중 64.5%에 해당하는 1910억달러(258조원)가 B2B 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 SaaS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무려 900억달러(120조원)에 달한다.
자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2B SaaS산업의 강세는 중국‧인도 등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소위 선진국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전체 글로벌 SaaS 투자규모의 70.1%를 차지하여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B2C 투자 중심에 SaaS기업 투자는 매우 미미하다.
차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아직 소프트웨어 등의 IT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소유하는 비용이 낮은 데서 발생한다. 선진국은 높은 개발자 인건비로 인해 IT기술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SaaS기업과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As a Service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선진국에 진입한 국내 IT산업의 향방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국내 SaaS 시장은 관련 통계도 거의 없을 만큼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추산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1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은 2018년 570개에서 2020년 780개로 연평균 100개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대로 연평균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한 해에 창업되고 있는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중에 SaaS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의 수가 1%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적고, 국내 SaaS기업의 매출 총액이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이미 해외 SaaS기업이 관련 시장을 선점 중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As a Service가 다른 IT분야와 비슷한 점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시장 선점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차이는 국가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 B2C에 비해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이다. 즉 B2C에 비해 시장 선점효과가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이며,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SaaS는 기업고객의 내부 업무프로세스와 결합되고 있다. 개별 기업이 특정한 SaaS를 도입하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든 작든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와 결합되고, 반대 급부로 'Churning Cost(사업자 이동 비용)'는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수는 689만 개, 개인 기업을 제외한 법인 기업의 수만 75만개에 이르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상당수 기업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공급자 측면에서나 수요기업측면에서 As a Service형태가 대세가 될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시장을 선점한 분야별 SaaS기업은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자국산만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해질 글로벌 As a Service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력이면 적어도 수 개의 글로벌 기업은 나올만한 충분한 IT역량이 있다는 의미다. 역량이 뛰어난 관련 스타트업의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졸업
△ 데이콤(현 LG유플러스) 근무
△ 前 씨디네트웍스 부사장
△ 現 카테노이드 대표
그런 용어 중 ‘As a Service’가 있다. As a Service는 Infrastructure As a Service(IaaS), Platform As a Service(PaaS), Software As a Service(SaaS)와 같이 주로 다른 단어와 결합해 사용되곤 하는데, 한글로는 ‘서비스형 인프라스트럭쳐’, ‘서비스형 플랫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번역된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IT 관련 기술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빌려 쓰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런 As a Service 사업모델이 어떻게 진화해왔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그리고 이 사업모델이 국내 IT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는 것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소유'의 종말과 함께 온 As a Service
자체 구축(In house) 또는 소유(On premise)와 상대되는 개념인 As a Service는 지난 수십 년간 일련의 혁신적인 서비스가 등장하며, 직접 소유하는 것이 당연시되던 영역을 바꾸며 발전해왔다. 새로운 ‘As a Service’는 항상 시장 환경의 변화와 함께 등장하며, 이전에 존재하던 서비스와 상호 경쟁과 협력을 하면서 자리 잡았다. 과정을 통시적으로 살펴보면 일정한 경향성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전의 서비스에 비해 보다 통합적이고(More Integrated), 고객이 보다 사용하기에 편리하며(More Convenient), 보다 비용 효율적인(More Cost-Effective) 방향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대개 이러한 혁신 과정에선 새로운 기술이 가장 중요하고 선행된다는 통념과 달리, 새로운 사업모델이 먼저 등장한다. 이후 개념을 사업화하기 위해 기존 기술이 재조합되거나, 부족할 경우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진화과정을 구체적으로 보면, 사업모델로서의 ‘As a Service’는 1990년대 후반 등장한 닷컴 산업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장에 등장했다. 초창기 인터넷 사업자들은 기본적인 인터넷 회선(네트워크)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인프라(공간‧전기시설‧공조시설‧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체 구축, 개발하고 직접 운영해야 했다. 필연적으로 많은 설비투자와 고비용 구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고, 자본이 부족한 인터넷 벤처들에겐 엄청난 진입장벽으로 작용했다.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IDC(Internet Data Center) 및 코로케이션 (Co-location)이라는 혁신적인 개념이 등장했다. 지금은 너무 일반적인 서비스라 아무도 혁신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들이다. 당시 IDC 사업모델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통신사업자가 고객의 설비까지 회선을 끌어 가서 설치한다’는 수십 년간의 패러다임에서, ‘고객이 IDC사업자가 소유한 대규모 직접 시설로 자신의 시스템을 가져온다’는 개념으로 일순간에 진화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게 된 IDC사업자는 요금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었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획기적으로 낮아진 인터넷 회선비용과 함께 공간임대비용‧대용량 전기시설‧냉난방‧항온 및 항습 비용 등 수많은 설비 구축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IDC 이후, IDC/서버임대 그리고 기본적인 서버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호스팅 서비스가 등장한다. 호스팅 서비스는 본질적으로 IDC와 금융서비스업을 결합한 모델인데, 비로소 인터넷 사업자는 서버 등 하드웨어에 대한 대규모 투자비용 역시 지불할 필요가 없어졌다. 월 임대료만 내면 네트워크 회선과 서버 운영 공간‧서버 등 하드웨어와 기본적인 시스템 운영까지 월 임대 형식으로 아웃소싱 받을 수 있게 된다.
초고속 인터넷의 확산으로 온라인 게임‧고화질 동영상 같은 대용량 콘텐츠가 나온 점은 또 하나의 분기점이다. 야기된 네트워크 병목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CDN서비스가 등장하면서 ‘As a Service’는 애플리케이션 영역까지 확장됐다. 사용량 기준의 요금제가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기업들은 콘텐츠 서버와 관련된 물리적인 인프라와 애플리케이션 및 관련 운영 인력을 보유할 필요가 없어졌고, 이는 획기적인 'TCO(Total Cost Ownership)' 절감으로 이어진다. 2010년 전후 본격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는 IT 아웃소싱 서비스의 지평을 콘텐츠 서버를 넘어, 데이터베이스‧소프트웨어‧인공지능(AI) 등 전 영역으로 확장 추세다.
As a Service 미래, 150년 전 '전기'와 같다
그렇다면 클라우드 서비스는 궁극의 As a Service일까? 10년 후, 20년 후 새로운 ‘As a Service’가 나타날 가능성은 없을까? 미래 예측은 늘 어렵지만 진화의 방향은 상대적으로 명확해 보인다. 새로운 As a Service모델은 현재에 비해 ‘보다 통합적이고, 보다 편리하며, 보다 저렴한’ 서비스로 진화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가끔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150년 전을 상상해보고는 한다. 정보기술혁명 직전의 가장 큰 기술혁명이 전기 혁명이고, 정보기술이 세상을 바꿔가는 모습이 전기가 세상을 바꿔갔던 모습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전기라는 문명의 이기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는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전기 생태계와는 분명히 달랐을 것이다. ‘사실상의 스탠더드(de facto standard)’로 받아들이고 있는 전기 생태계는 그냥 처음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 우리는 ‘진화과정’을 거쳐 국가마다 소수의 거대 전력회사가 전기를 공급하고, 사용자는 각자의 필요에 맞게 전기를 이용하되 전력회사에 사용량만큼 요금을 지불하는 방식을 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가령 프랑스 요리 전문 레스토랑을 창업하려면, 우선 프랑스 요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개업 장소도 결정해야 하고 관련 설비도 구비해야 하고 인테리어도 신경 써야 한다. 음식점을 해본 경험이 있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주어져 신경 쓰지 않을 뿐,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다. 하지만 전기가 필요하다고 해서 직접 발전소를 만들고 전기기술자가 될 필요는 없다.
진화의 흐름은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된 국가의 모든 개인과 기업은 언제 어디서나 각자가 필요한 만큼 컴퓨팅 파워를 이용할 수 있으며, 그 대가로 사용량에 따라 월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과 개인은 컴퓨팅 파워를 직접 소유할 필요도 없고, 전기 기술자의 도움도 필요 없으며, 전기기술을 배울 필요도 없다. IT산업의 미래다.
B2B 중심 美 유니콘…SaaS 투자는 '국가 양극화'
최근 수년간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는 전례 없는 활황을 경험했다. 2019년 한 해에만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창업됐고,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수많은 유니콘 또는 예비 유니콘 기업들이 탄생했다. 투입된 인적, 물적 자본 역시 일부에서 과열이라고 할 만큼의 규모로 이루어졌다.관심과 열기는 반가운 일이지만, 마냥 좋아하기만 할 수 없었던 이유는 활황이 지나치게 B2C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B2B에는 상대적인 관심이 덜했다. B2B 창업자들의 실력부족이 지적될 수 있지만, 경제 발전의 정도‧갑을 관계로 대표되는 잘못된 관습‧소프트웨어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의 요인 역시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이 늘었지만, 선진국과 격차가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미국 내에선 3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국내와의 차이는 지난해 새롭게 탄생한 유니콘 기업 중에 B2C 기업은 3분의 1이 채 안 되고(32%), 전체의 3분의 2는(68%) B2B 기업이란 점이다. 특히 B2B 유니콘 기업 중에서 SaaS 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0%에 이른다.
B2B SaaS기업에 대한 벤처캐피털(VC)의 투자 역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데, 지난해 투자된 2960억달러(약 400조원)의 스타트업 투자자금 중 64.5%에 해당하는 1910억달러(258조원)가 B2B 기업에 투자되고 있고, 이 중 SaaS기업에 투자된 자금만 무려 900억달러(120조원)에 달한다.
자본 시장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2B SaaS산업의 강세는 중국‧인도 등 1인당 GDP가 상대적으로 낮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미국‧영국‧캐나다 등 소위 선진국에서 두드러진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전체 글로벌 SaaS 투자규모의 70.1%를 차지하여 관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인도와 같은 개발도상국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B2C 투자 중심에 SaaS기업 투자는 매우 미미하다.
차이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상대적인 저임금으로 인해 기업들이 아직 소프트웨어 등의 IT기술을 직접 개발하거나 소유하는 비용이 낮은 데서 발생한다. 선진국은 높은 개발자 인건비로 인해 IT기술을 소유하는 것보다는 빌려 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 SaaS기업과의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결론적으로 As a Service 분야에 대한 투자는 선진국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선진국에 진입한 국내 IT산업의 향방에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토종 As a Service, '선발주자' 돼야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의 통계는 현재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시너지리서치그룹은 글로벌 B2B SaaS 시장이 지난 10년간 연평균 39%로 성장했으며, 2019년 기준 전체 소프트웨어 시장의 23%를 차지한 것으로 발표하고 있다. 또 스태티스타는 올해 전 세계 SaaS 시장 규모를 1671억달러(220조원)로 예측하고 있다.국내 SaaS 시장은 관련 통계도 거의 없을 만큼 아직 사회적 관심이 부족하다. 추산은 가능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1 클라우드 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SaaS 기업은 2018년 570개에서 2020년 780개로 연평균 100개씩 증가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액은 2018년 1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000억원대로 연평균 10% 성장한 것으로 나타난다. 통계가 의미하는 바는 한 해에 창업되고 있는 10만개 이상의 스타트업중에 SaaS분야에 도전하는 기업의 수가 1%에 그치고 있을 정도로 적고, 국내 SaaS기업의 매출 총액이 전체 경제규모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는 뜻이다. 이미 해외 SaaS기업이 관련 시장을 선점 중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는 것이다.
상황이 지속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As a Service가 다른 IT분야와 비슷한 점은 규모의 경제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시장 선점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점이다. 차이는 국가간 경계가 거의 무의미하다는 것, B2C에 비해 지속성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점이다. 즉 B2C에 비해 시장 선점효과가 훨씬 더 크고 지속적이며, 파급효과는 글로벌하게 진행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업 내부의 업무 방식은 전세계적으로 점점 유사해지고 있으며, 대부분의 SaaS는 기업고객의 내부 업무프로세스와 결합되고 있다. 개별 기업이 특정한 SaaS를 도입하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크든 작든 기업 내부의 프로세스와 결합되고, 반대 급부로 'Churning Cost(사업자 이동 비용)'는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
중소벤처기업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수는 689만 개, 개인 기업을 제외한 법인 기업의 수만 75만개에 이르는 작지 않은 시장이다. 상당수 기업은 이미 어떤 형태로든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있으며, 공급자 측면에서나 수요기업측면에서 As a Service형태가 대세가 될 것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시장을 선점한 분야별 SaaS기업은 후발주자가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구축할 것이다.
글로벌 경제체제에서 자국산만 쓰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거대해질 글로벌 As a Service 분야에서, 한국의 경제력이면 적어도 수 개의 글로벌 기업은 나올만한 충분한 IT역량이 있다는 의미다. 역량이 뛰어난 관련 스타트업의 수많은 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김형석 카테노이드 대표
△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학사 졸업
△ 데이콤(현 LG유플러스) 근무
△ 前 씨디네트웍스 부사장
△ 現 카테노이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