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친 위메이드 삼총사…"미래도 불투명"
위메이드 "본안 소송" VS 닥사 "시장자정 지속"
[황석진 /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 :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겠지만 유통량은 투자자를 보호하는데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 됐습니다. ]
[위정현 / 중앙대 다빈치가상대학 학장 : P2E 게임이 상당한 타격을 입는 것은 결국 불가피하고 디지털자산법 등 규제가 훨씬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
<앵커>
앞서 오후 3시에 위믹스(WEMIX)가 결국 상장폐지 됐습니다. 위메이드 그룹주들 급락을 면치 못했죠?
<정호진 기자>
네, 법원 판결에 따라 위메이드 그룹주는 모두 급락세를 보이며 52주 신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위메이드는 전일 대비 20.29% 하락한 3만 50 원에 장을 마쳤습니다.
위메이드의 계열사인 위메이드맥스는 20.50% 내린 9,460원, 위메이드플레이는 4.29% 내린 13,400 원에 오늘 장을 마감했습니다.
<앵커>
이미 한차례 하한가를 맞았은 뒤에 추가로 20%가 더 빠진 겁니다.
위메이드는 게임사잖아요. 위믹스가 위메이드 사업에 얼마나 큰 영향을 차지했던 겁니까?
<정호진 기자>
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추진해온 블록체인 사업의 핵심 자산이었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위메이드의 '미르4'는 게임으로 코인을 번다는 'P2E'(Play to Earn)를 표방하며,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미르4의 월 평균 600만 명의 접속자를 기록했습니다.
또한 위메이드는 '위믹스 생태계의 장기적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명분 아래 위믹스를 시장에 매도하며, 사업을 키워왔는데요.
올해 3분기까지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팔아 사용한 현금은 3,200억 원에 달하는데요. 이 자금을 활용해 마케팅 분야에도 사용했고, 위메이드플레이를 인수했던 것처럼 지분 투자에도 활용해 왔습니다.
이렇게 위메이드 사업을 이끌어 온 핵심 자산인 '위믹스'가 흔들리니 위메이드 그룹주 역시 함께 흔들린 겁니다.
<앵커>
위믹스 시세도 크게 떨어졌지 않습니까?
<이민재 기자>
올 한 해 위믹스 가격은 내리막길이었니다. 업비트 기준으로 보면 올해 초에 9,600원대 수준이었는데, 오늘 오후 3시 거래 종료 체결 가격은 209원 입니다.
마이너스 98%, 46분의 1토막이 났습니다.
상폐 결정 나기 직전 가격인 2,350원과 비교해도 11분의 1토막입니다. 최저로는 167원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위믹스 홀더들은 이번 상폐로 큰 손실이 예상되는데 수억 원이 증발했다는 투자자들의 성토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들 투자자 입장에서는 위메이드의 다음 행보까지 버티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책은 없어 보입니다.
해당 거래소가 아닌 개인 지갑으로 위믹스를 옮기는 홀더들이 많은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위믹스 거래가 종료된다고 해서 관련 출금까지 동시에 막힌 것은 아닙니다.
거래소 별로 시기는 차이가 있지만 코인원은 오는 22일, 코빗은 31일, 업비트는 7일까지 출금이 가능합니다.
<앵커>
법원의 결국 위메이드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는데, 판결문이 공개가 됐습니다.
당초 가상자산 거래소들 주장처럼, 위믹스 유통량에 의심할만한 부분이 많다라는 판결이었죠?
<정호진 기자>
법원은 위메이드가 가처분 신청 사유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위메이드는 크게 세 가지 이유를 들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는데요. 하나씩 살펴보면요.
먼저 위메이드는 '거래소가 상폐 사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법원은 위믹스의 유통량이 계획량보다 많았다고 판단하고, 이는 상장계약에서 정한 종료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두 번째로 위믹스는 '닥사의 회원사가 같은 이유로 상폐를 결정한 건 공정거래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는데요. 이에 대해 법원은 '닥사 내부의 결정이 소속사 모두를 구속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담합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메이드는 '상폐 결정 전 사유 등을 통지하지 않았으니 절차적으로 위법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사전에 결과를 통지하면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크고,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판결문에 보면 상장심사를 할 때 거래소의 재량을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던데, 다만 거래소가 부당한 이유로 상폐를 결정했느냐.
이 부분이 여전히 쟁점입니다. 위메이드 측은 싸움을 계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인데, 승산이 있을까요?
<정호진 기자>
법원 판결을 예단하긴 어렵습니다. 하지만 재판부의 이번 판단을 고려한다면 가능성이 크진 않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인데요.
앞서 말씀드린 것 이외에도 재판부는 위믹스가 제기한 주장들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를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하지만 위메이드는 계속해서 이번 사안에 대해 정당성을 가리겠다는 입장입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는 사내 메일을 통해 "위메이드와 위믹스 생태계는 건재하다"며 "위메이드가 가야할 길에 이번 일이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힘을 얻은 닥사(DAXA)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시장 자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앵커>
앞으로 본안소송에서도, 재판부가 이번 가처분신청의 판결 내용을 참고할 수 있기 때문에 위메이드의 상황이 다소 불리해졌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이번 문제의 핵심 쟁점은 결국 유통량입니다. 위메이드가 당초 거래소에 알린 것보다 더 많은 양을 유통했다는 게 상장 폐지의 이유였는데 유통량을 맞추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정호진 기자>
그렇습니다. 위메이드의 주장처럼 코인의 유통량을 명확히 정한 규정이 없는 것은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거래소와 플랫폼마다 표기된 유통량이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이번 위믹스 유통량 문제의 쟁점이 됐던 두 가지 사건을 살펴보면요.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맡기면 이자(보상)를 주거나, 다른 코인으로 교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하는 과정에서, 초기 유동성 공급을 위해 위믹스 159만개 가량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위메이드는 3,580만개의 위믹스를 담보로 다른 코인(KSD)을 대출 받았는데, 담보로 맡긴 코인도 유통량으로 볼 수 있느냐는 쟁점도 일었고요.
이에 대해 위메이드는 유통량에 대한 개념이 달랐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는데요. 장현국 대표도 지난 간담회를 통해 "유통량의 기준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가이드라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위메이드는 위 쟁점에 대해, 유동성 공급에 활용된 물량은 계획량에 못 미치는 물량이고, 담보 물량은 현재 정리해 유통량 위반 사유가 해소됐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민재 기자>
그런데 닥사(DAXA)는 유통량이 불투명하다고 계속 강조 했고 이에 대한 근거를 앞서 법원 가처분 소송에서 제출했습니다.
디파이, 그러니까 담보로 맡긴 코인도 당장은 유통은 되지 않지만 청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유통량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닥사도 이런 부분에 대한 지적을 제기했습니다.
닥사는 위메이드가 약 29일 동안 총 16차례 거쳐 소명을 했지만 제출한 자료들의 수치가 달랐다고 강조합니다. 차이에 대해 인정했다가 번복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 신뢰를 하기 어렵다는 설명했습니다.
법원도 이 부분에 대해 동의했는데, 유통량이 투자자 판단에 중요한 정보라고 보고 발행인이 계획된 유통량을 넘어 시장에 형성된 가격으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닥사는 또 이 과정에서 위믹스 측 임직원이 관련된 문제가 있다며 법원에 근거를 제출하겠다고 밝혀 계속해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위믹스가 국내 거래소에 상장 안되더라도 다른 거래소를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이민재 기자>
이번 상폐에 현재 위믹스 홀더들은 망연자실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상장돼 있는 거래소들 외에 향후 유명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 상장 등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서 위믹스가 코인마켓캡에 위믹스 공급량과 유통량을 실시간 연동하고 바이낸스 수탁(커스터디)서비스 이용을 결정하는 등 투명성 강화에 나선 바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위믹스 홀더들은 바이낸스 상장을 내심 기대하고 있습니다.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도 상폐가 결정된 다음 날에 "코인베이스와 바이낸스에 상장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중요할 텐데, 이들 거래소들도 그간 이력을 살펴본다는 게 문제입니다.
루나-테라 사태, FTX 파산 등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에서 이런 부분에 의구심이 있는 위믹스에 이들 거래소가 손을 내어줄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나옵니다 보수적으로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증권형 토큰으로 분류돼 미국 거래소 상장이 어렵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원화마켓 거래소가 아닌 국내 코인마켓 거래소에 위믹스가 상장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오늘 GDAC이라는 클레이튼 기반의 코인마켓에 위믹스가 상장됐습니다. 위믹스 홀더 입장에서 숨통은 트이겠지만 신뢰 회복이 없다면 이전 수준의 가격이 되기 까지는 상당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목소리에 힘이 실립니다.
<앵커>
이번 사태로 코인 시장 전반에 여파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존 코인들 중에는 요건에 안 맞는 곳 없습니까?
<이민재 기자>
유통량 부분에서 문제를 제기할 만한 코인들이 위믹스 말고도 있어서 이 역시 논란이 예상됩니다.
카카오게임즈의 보라 경우를 예로 들면 유통량 계획은 제공했지만 실제 유통량은 계획보다 적다는 문제가 제기됩니다.
위믹스와 비슷한 잣대를 대면 해당 코인도 제동이 걸릴 수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은 실제 유통량이 계획보다 적으면 일종의 품절주가 될 수 있어 투자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이런 우려가 한두 곳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겁니다.
유통량을 제출하지 않거나, 관련 숫자에 차이가 있는 코인들은 최근 상황에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스테픈(GMT), 아이콘(ICON), 디센트럴랜드(MANA) 등은 시가총액, 현재 유통량, 유통량 계획을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휴먼스케이프(HUM), 메디블록(MED), 캐리프로토콜(CRE), 샌드박스(SAND)도 비슷합니다.
<앵커>
새로 상장하는 코인들도 이 부분에 유의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민재 기자>
당분간 시장에서 상장에 대해 보수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도 발행인이 직접 가상자산을 공개하는 ICO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거래소의 심사를 거친 가상자산만 발행하는 IEO만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런 IEO도 위믹스 사태를 볼 때 문제되지 않을 정도의 기준이 나오지 않으면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는 진단이 제기됩니다.
물론 거래소들은 정확한 상장 기준이 모두 공개되면 악용의 위험이 있다며 노출을 꺼리고 있지만, 유통량 등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명시하는 것이 필요해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일단은 디지털자산법, IEO 가이드라인 등이 만들어질 때까지 지켜보겠다는 입장입니다.
<앵커>
당국에서도 이 부분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게 미칠 파장은 어떻습니까? 관련해서 제도 개선 움직임은 없습니까?
<이민재 기자>
위믹스에 대한 법원 판단이 나오기 직전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위믹스 결정에 대해 닥사와 긴밀히 소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전에 어느정도 상폐 관련 영향 등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업계는 관측하고 있니다. 당국은 거래소 자율에 맡기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갈수록 당국의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위믹스 사태라는 선례의 무게감이 크기 때문에 향후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립니다.
지금도 당정에서는 '선 규제 후 지원'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규제 기준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위믹스와 비슷한 문제가 있는 가상자산들이 무더기로 상폐 위험에 노출될 수 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이민재 기자·정호진 기자 tobem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