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화제의 순간 모음
'캡틴 조로'의 등장
지난달 2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경기를 뛰던 주장 손흥민의 부상 소식에 한국 대표팀에는 적신호가 켜졌다. 상대 수비수와 공중볼 경합을 하다 상대 선수 어깨에 얼굴을 강하게 부딪쳤고, 이후 '안와골절' 진단을 받아 수술대에 오르면서다.손흥민이 월드컵 경기에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으나, 손흥민은 검은색 보호대를 착용하고 경기에 임했다. '캡틴 조로'의 등장이었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와의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마스크 투혼'을 펼치던 손흥민은 실낱같은 16강 진출 희망이 담긴 포르투갈전에서 보호대를 벗어 손에 들고 뛰는 또 한 번의 투혼을 보여줬다. 손흥민은 당시 포르투갈전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사실 벗으면 안 되지만,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며 "이제 실처럼 살짝 붙었다고 할 수 있는 상황인데, 저는 이렇게 해야 하는 위치고 제가 좋아서, 제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을 16강 진출로 이끈 '황소' 황희찬
포르투갈전에서 승부를 뒤집은 황희찬의 극장골에 한국 팬들의 몸에는 전율이 흘렀다.황희찬은 포르투갈과의 H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1-1로 팽팽하던 후반 20분 이재성과 교체돼 그라운드에 들어갔다. 점점 올라오는 스피드와 폼에 한국 팬들의 기대감은 고조됐다. 날카롭게 상대 왼쪽 측면을 공략하던 황희찬은 예열을 모두 마친 뒤 후반 추가시간 강력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말 그대로 경기 종료 직전 승부를 뒤집는 '극장골'이었다.
승리의 기쁨을 만끽한 황희찬의 세리머니도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바로 황희찬이 입고 있던 정체불명의 '검은색 속옷'에 축구 팬들의 시선이 꽂힌 것이다. 여러 패러디를 만들어낸 이 속옷은 첨단 기술이 녹아있는 웨어러블 기기였다고 한다. 황희찬은 당시 세리머니에 대해 "너무 기뻐서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샛별'에서 '슈퍼스타'로 뜬 조규성
이번 월드컵에서 한국의 '미남 골잡이'로 대번에 슈퍼스타 반열에 오른 선수가 있다. 바로 조규성이다. 얼굴만 잘생긴 게 아니다. 한국 팬들은 조규성이 가나와의 H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보여준 '멀티골'에 매료됐다. 단 3분 만에 두 골을 몰아 넣은 조규성은 미국 ESPN 등 여러 매체로부터 이번 대회 각종 '베스트 11' 콘텐츠에 포함됐다.조규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그 인기를 증명하고 있다. 월드컵 개막 이전 2만 명이었던 팔로워 수는 9일 기준 약 275만명으로 폭증했다. 이번 시즌 K리그 득점왕에 오를 정도의 실력에 외모까지 갖춘 준비된 스타의 등장에 한국 팬들은 즐거워하는 분위기다.
알고보니 '한반두'였어…한국의 12번째 선수?
포르투갈전 승리 이후 한국 팬들이 '한국의 12번째 선수'로 명명한 선수가 있다. 바로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다.호날두는 한국과 포르투갈의 H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자신의 등을 활용한 기가 막힌 '킬패스'로 한국의 16강 진출을 도왔다. 경기 내내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인 호날두가 한국 골키퍼 김승규와 1대1 찬스에서 날린 회심의 헤딩은 한국 팬들이 호날두의 포지션을 '중앙 수비수'로 바꿔 부르게 된 계기가 됐다.
이에 누리꾼들은 '호날두가 한국에 큰 도움을 줬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각종 합성 사진, 패러디 등을 쏟아냈다.
합성 사진으로 '호날두(號捺頭) 재외국민 주민등록증'을 발급하거나, 사용자가 내용을 채우는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 사이트에 호날두의 국적을 '대한민국'으로 수정한 누리꾼도 있었다. 한반도와 호날두를 합친 '한반두'라는 말도 유행했다.
2019년 호날두가 K리그 올스타와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가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던 이른바 '노쇼' 논란을 겨냥해 합성된 방송화면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이미지 속 호날두는 "안녕, 한국 팬들. 이걸로 된 거지?"라고 사과한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