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왜 예금금리를 못 올리게 할까? [슬기로운 금융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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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금리 과당경쟁 자제해라"
예금금리 연 4%대로 떨어져
'역머니무브' 우려에 당국 개입
예금금리 연 4%대로 떨어져
'역머니무브' 우려에 당국 개입
김주현 금융위원장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경쟁은 금융시장 안정에 교란요인으로 작용…업권간·업권내 과당경쟁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회사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금리 과당경쟁에 따른 자금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치솟던 금융권 예금금리가 갑자기 멈춰섰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수신금리 과당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금리가 얼어붙은 겁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금리 인상을 자제시킨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금리 인상의 '명과 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연 7% 향해 가던 예금금리…연 4%대로 '뚝'
지난 달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주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 후반으로 모두 내려갔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빠른 금리 인상으로 연 7%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달 현재 연 5%대로 주저 앉은 모습입니다.
현재도 업계 최고수준의 금리를 나타내던 금융사들은 금리 조정을 통해 예금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모습이죠.
저축성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이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면서 연 6%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었는데,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연 5%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근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채권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던 금융사들은 일제히 '유동성 위기'와 맞닥뜨렸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도 고객들에게 빌려줄 자금이나, 투자자금이 넉넉히 있어야 하는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수신성 상품, 즉 예금이나 적금의 금리를 올려 가입자를 늘리는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겠죠. 예금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확보하던 금융사들이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자, 금융당국이 "과도한 경쟁은 안 된다"며 브레이크를 겁니다. ◆ 시중은행 자금 쏠림에 제2금융권 '비명'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왜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을까요? 바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역머니무브' 때문입니다. 역머니무브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시중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의 예금금리가 더 높습니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금확보 경쟁으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상하자, "저축은행과 금리 차이도 별로 없는데…이왕이면 시중은행에 돈 넣는게 낫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게 됩니다. 그 결과, 지난 11월말 기준 은행권의 수신잔액은 2,258조6,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6조5,000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많은 돈이 은행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은, 그 만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중은행의 금리 경쟁으로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잇따라 올리며 빠듯하게 따라는 갔지만, 결국 '적은 금리 차이'를 이유로 은행으로의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입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많이 받아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돈들이 모두 은행으로 돌아가니 '유동성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의 주력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만큼 자금 확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위기설'이 도는 이유입니다.
◆ "당국 개입 효과적" vs "과도한 개입"
그렇다면 이 같은 예금금리 인상 멈춤 현상이 꼭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일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의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했습니다. 장기금리 하락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입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당국의 개입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경쟁으로 책정이 돼야 하는데 인위적인 개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예금금리 인상 억제를 통해 은행으로 흘러갈 자금들이 저축은행이나 회사채로 유입되길 바라고 있지만, 두 시장 모두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 '약발'이 제대로 먹힐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히려 안전자산에 돈을 맡기려는 예금자들의 이자수익을 줄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죠.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란 기대감 섞인 시각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예금금리를 올리면 예대마진을 내기 위해 대출금리도 함께 인상합니다. 이 경우 예금 가입자들은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높아집니다.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부실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예금금리 인상 억제가 대출금리 인상을 자연스레 억제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25~7.36%로, 지난 달보다 금리 상단이 0.35%p 낮아졌습니다.
★ 슬기로운 TIP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교묘하게 올리는 얄미운 금융회사가 있다고요?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대금리차를 이달부터 매달 공시하기로 했습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각 은행별 금리차를 월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회사 유동성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금리 과당경쟁에 따른 자금쏠림이 최소화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해 달라"
기준금리 인상과 함께 치솟던 금융권 예금금리가 갑자기 멈춰섰습니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연이어 "수신금리 과당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사실상 경고 메시지를 날리면서 금리가 얼어붙은 겁니다. 예금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자 입장에서는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왜 정부가 직접 나서서 금리 인상을 자제시킨 걸까요?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금리 인상의 '명과 암'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연 7% 향해 가던 예금금리…연 4%대로 '뚝'
지난 달 연 5%대까지 치솟았던 주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4%대 후반으로 모두 내려갔습니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빠른 금리 인상으로 연 7%를 내다보고 있었는데, 이달 현재 연 5%대로 주저 앉은 모습입니다.
현재도 업계 최고수준의 금리를 나타내던 금융사들은 금리 조정을 통해 예금금리를 잇따라 낮추고 있습니다. 지난 주 기준금리 인상이 이뤄졌는데도 불구하고 이례적인 모습이죠.
저축성보험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생명보험사들이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면서 연 6%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었는데, 현재는 소강상태에 접어들어 연 5%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최근 채권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채권을 통해 자금조달을 하던 금융사들은 일제히 '유동성 위기'와 맞닥뜨렸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금융사 입장에서도 고객들에게 빌려줄 자금이나, 투자자금이 넉넉히 있어야 하는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는 의미입니다.
이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수신성 상품, 즉 예금이나 적금의 금리를 올려 가입자를 늘리는 방안을 택할 수밖에 없겠죠. 예금금리 인상으로 자금을 확보하던 금융사들이 치열한 금리 경쟁을 벌이자, 금융당국이 "과도한 경쟁은 안 된다"며 브레이크를 겁니다. ◆ 시중은행 자금 쏠림에 제2금융권 '비명'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왜 예금금리 인상에 제동을 걸었을까요? 바로 과도한 경쟁에 따른 '역머니무브' 때문입니다. 역머니무브란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시중자금이 은행에 몰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은행보다는 저축은행, 상호금융사 등 제2금융권의 예금금리가 더 높습니다. 대출금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자금확보 경쟁으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예금금리를 인상하자, "저축은행과 금리 차이도 별로 없는데…이왕이면 시중은행에 돈 넣는게 낫지"라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늘게 됩니다. 그 결과, 지난 11월말 기준 은행권의 수신잔액은 2,258조6,000억 원으로 전월보다 6조5,000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많은 돈이 은행으로 빠져나갔다는 것은, 그 만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의 유동성은 더욱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시중은행의 금리 경쟁으로 저축은행들도 예금금리를 잇따라 올리며 빠듯하게 따라는 갔지만, 결국 '적은 금리 차이'를 이유로 은행으로의 쏠림현상이 더 심화된 것입니다.
저축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을 많이 받아서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그 돈들이 모두 은행으로 돌아가니 '유동성 위기'가 올 수밖에 없는 겁니다. 특히 최근에는 저축은행들의 주력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커진 만큼 자금 확보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위기설'이 도는 이유입니다.
◆ "당국 개입 효과적" vs "과도한 개입"
그렇다면 이 같은 예금금리 인상 멈춤 현상이 꼭 금융당국의 입김 때문일까요? 그렇지만은 않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미국 물가상승률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면서, 시장의 장기 국채금리가 하락했습니다. 장기금리 하락이 시장에 영향을 준 것이란 분석입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당국의 개입은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금리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경쟁으로 책정이 돼야 하는데 인위적인 개입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국은 예금금리 인상 억제를 통해 은행으로 흘러갈 자금들이 저축은행이나 회사채로 유입되길 바라고 있지만, 두 시장 모두 리스크가 커진 상황이라 '약발'이 제대로 먹힐 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오히려 안전자산에 돈을 맡기려는 예금자들의 이자수익을 줄인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죠.
반대로 금리 인상기에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효과까지 있을 것이란 기대감 섞인 시각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금융사들은 예금금리를 올리면 예대마진을 내기 위해 대출금리도 함께 인상합니다. 이 경우 예금 가입자들은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은 높아집니다.
최근 경기 상황이 좋지 않고 부실 취약차주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만큼, 예금금리 인상 억제가 대출금리 인상을 자연스레 억제한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5대 시중은행의 지난 7일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5.25~7.36%로, 지난 달보다 금리 상단이 0.35%p 낮아졌습니다.
★ 슬기로운 TIP
예금금리는 낮추고, 대출금리는 교묘하게 올리는 얄미운 금융회사가 있다고요?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도한 이자장사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대금리차를 이달부터 매달 공시하기로 했습니다.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 각 은행별 금리차를 월별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