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어지는 부동산 시장 거래절벽에 비교적 가격 방어가 잘되던 ‘서울 강남권 신축’ 단지도 수억원씩 떨어진 급매가 나오고 있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서울 서초구 래미안 리더스원 전용면적 84㎡(29층) 매물이 26억원에 거래됐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32억원(6층)에 신고가를 기록했는데 반년 만에 6억원 내린 것이다. 직거래를 제외하면 2020년 준공 이후 가장 낮은 실거래가다.

래미안 리더스원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도보 10분 이내 역세권으로 2020년 10월 준공한 신축 단지다. 강남역 인근 A공인 관계자는 “84㎡가 26억원에 거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금도 집주인과 조율하면 30억원 이하로 거래가 가능한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울 송파구 9510가구 규모 매머드급 단지인 ‘헬리오시티’(2018년 12월 준공) 매매가도 2년여 전 가격으로 돌아갔다.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24일 17억6000만원(12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 23억8000만원(30층)에 비해 6억2000만원 하락한 것이다. 2020년 5~6월쯤 같은 면적대 가격이 17억원대였다. 송파구 가락동 B공인 관계자는 “현재 전용 84㎡ 호가는 저층을 중심으로 16억원대 초중반”이라고 했다.

거래 동향도 이런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서초구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25건으로 전년 동월(69건) 대비 63% 감소했다. 송파구는 같은 기간 54건에서 36건으로 33% 줄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 최후의 보루로 여겨진 서초구도 예전 같지 않은 분위기”라며 “금리 인상 여파는 지역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