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중앙은행들의 은행' BIS는 무엇을 감추나
경제 뉴스를 보다 보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은행의 자기자본을 위험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뜻하는 말로, 은행의 재무 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다. 하지만 정작 BIS가 뭐하는 곳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 언론인 아담 레보어가 쓴 <바젤탑>은 BIS의 역사와 역할, 영향력 등을 분석한 책이다. BIS는 1930년 스위스 바젤에 설립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 금융기구다. ‘중앙은행들의 은행’ 역할을 하며, 여기서 내리는 온갖 결정이 세계 각국의 부동산 가격과 금융회사 손익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힘이 세다.

저자는 세심한 취재를 기반으로 BIS의 어두운 과거를 파헤친다. BIS가 2차 세계대전 전후로 독일 나치에 적극 협력했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오늘날 BIS에 뒤가 구린 구석이 많다는 주장도 펼친다. “BIS는 각국 금융정책을 거대자본과 부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유도한다. BIS가 회의록이나 상세 거래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도 이런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다.”

책의 가장 큰 장점은 BIS 창립 전인 1920년대부터 현재까지 100여 년간 세계 경제에서 벌어진 주요 사건과 주인공들을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의 뛰어난 필력 덕분에 마치 역사 소설을 보듯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BIS가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공감이 간다. 하지만 유럽연합(EU)과 유로화, 국제금융계 및 관련 전문가들에 대한 저자의 적대감은 지나친 수준이다. 장마다 “BIS는 나쁘고 국제금융 전문가들은 자본의 앞잡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게 단적인 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