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스프링스CC 안에는 생김새는 한옥인데, 이름은 영어인 건물이 한 채 있다. 코스 설계자 짐 파지오의 이름을 딴 게스트하우스 ‘파지오 하우스’다. 골프장 건물에 설계자 이름을 붙인 건 국내에선 매우 드문 일이다. 그만큼 사우스스프링스CC가 명문 코스로 인정받는 데 파지오의 역할이 컸다는 의미다.

짐 파지오는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골프장 설계의 명문 집안 출신이다. 그의 삼촌인 조지 파지오는 1940~1950년대 미국프로골프(PGA)투어를 뛰었던 유명 골프선수다. 선수 은퇴 후 골프 코스 설계에 뛰어들었다. 짐 파지오는 삼촌 영향을 받아 19세인 1980년부터 골프 코스 설계 일을 했다.

그가 설계한 가장 유명한 골프장은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 인터내셔널이다. 그는 몇 년 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는 골프장 설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데 주말마다 현장을 방문해 드라마틱한 무언가를 주문했다”며 “골프장에 좋은 주문은 아니었지만 재미있는 경험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동생 톰 파지오는 형보다 더 유명하다. 골프다이제스트가 선정한 미국 200대 골프장 중 46개를 설계한 덕분에 ‘골프장 설계의 피카소’로 불린다. 지난 10월 CJ컵이 열린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리지랜드의 콩가리 골프장도 그의 작품이다. CJ는 3년 연속 톰 파지오가 설계한 코스에서 CJ컵을 열었다. 2020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의 섀도 크릭, 지난해 라스베이거스의 더서밋클럽 등도 톰 파지오의 손을 거쳤다.

국내에서는 한솔그룹이 강원 원주에 지으려던 골프장 설계를 톰 파지오에게 맡겼지만 천문학적인 공사비 탓에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부지에는 베어크리크 포천과 스카이72 하늘코스를 그린 노준택 씨가 설계한 성문안CC가 최근 문을 열었다.

국내 최고급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히는 신세계 산하 트리니티CC를 설계한 톰 파지오 주니어는 사우스스프링스를 설계한 짐 파지오의 아들이다. 톰 파지오 아들인 로건 파지오도 아버지와 함께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