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점거 시위를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기로 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9일 “전장연 시위자들이 소수자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사법적 대응의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서울 시민들의 피해가 방치돼왔는데 이런 피해를 더 이상 두고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도 전장연 시위에 대해 법과 원칙을 기준으로 엄정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전장연은 장애인 관련 복지예산을 추가 배정할 것을 요구하면서 작년 말부터 지하철 점거 시위를 하고 있다. 출퇴근길 불편을 겪은 상당수 시민이 불만을 제기하면서 정부와 여권 지도부도 강경 대응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다음주부터 전장연 시위가 벌어지는 일부 지하철역을 무정차 통과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위 규모나 운행 지연 시간 등 무정차 통과 시행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전장연 불법 시위가 지속되면 법적 조치도 검토한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는 법과 원칙에 기반해 강제 연행, 손해배상 소송 등 최후의 조치를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8일 페이스북에 “불법시위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등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게시글을 올린 것도 이런 대통령실의 분위기가 반영됐다는 관측이다.

전장연에 대한 정부와 여당의 입장은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와 비교해 다소 강경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전장연의 시위 방식을 비판하자, 인수위 사회복지문화 분과 간사였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나서서 양측을 중재했다. 임 의원은 당시 전장연과의 면담에서 “장애인 삶의 질이 개선되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 태도가 바뀐 것은 전장연 시위가 1년째 지속되며 여론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에 대해 윤 대통령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한 뒤 국정운영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