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나무 줄기로부터 잔가지들이 춤을 추듯 뻗어 나왔다. 줄기의 주변엔 붉은 단풍이 곱게 매달렸다. 캔버스에 물감으로 그려 놓은 듯한 이 장면은 사진가 이만우가 중국 네이멍구에서 단풍이 물들어가는 자작나무숲을 촬영한 것이다.

많은 예술가가 사물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나간다. 대상을 탐구하고, 그들로부터 영감을 얻고 작품으로 재탄생시켜 미적 성취감을 얻는다. 사진가 이만우는 ‘자작나무 작가’다. 작가는 10여 년 전, 강원도에서 우연히 자작나무 숲을 만났다. 흰 표피, 곧고 단단한 줄기의 자작나무는 한국의 다른 수목과는 사뭇 다른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 자태에 끌린 이 작가는 대규모 자작나무 서식지를 찾아 러시아 시베리아, 중국 네이멍구 등지를 찾아다녔다.

영하 40도의 혹한과 거센 눈보라 속에서 군락을 이룬 자작나무들을 카메라에 담으며, 작가는 일종의 ‘깨달음’을 경험했다고 한다. 긴 세월 모든 것을 견디며 우아하게 뻗어나간 나무들을 통해 생명과 자연의 위대함을 느꼈다. 피사체와의 오랜 시간의 교감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갔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