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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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광산업이 흥국생명에 4000억원 유상증자를 해줄 것이라는 소식에 증권업계가 시끄럽습니다. 흥국생명의 지분을 단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은 태광산업은 왜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겠다고 나선 것일까요?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오는 13일 이사회를 열어 흥국생명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약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안건을 의결할 예정입니다. 흥국생명은 지난달 8일 5억달러(약 5600억원) 규모의 외화 신종자본증권 중도상환(콜옵션)을 거부했다가 번복하면서 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적이 있죠.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환매조건부채권(RP)을 발행해 위기는 넘겼지만 '대주주 책임론'이 커지는 상황에서 나온 고육지책입니다.

태광산업과 흥국생명의 대주주는 같습니다.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입니다. 이 전 회장은 흥국생명 지분을 56.3% 가지고 있고 우호지분까지 합하면 100% 지분을 독식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의 태광산업의 지분율은 29.48%로 일가의 지분까지 합하면 54.53%를 확보하고 있죠.

그러나 문제는 흥국생명은 태광산업의 자회사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대주주만 같을 뿐 태광산업은 흥국생명의 지분을 1주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그리고 태광산업은 비상장이 아닌 상장사입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흥국생명에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지원한 4000억원이라는 부담은 태광산업 주주들이 오롯이 져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태광산업의 소액 주주 비율은 99.66%에 달합니다.

주주들은 반기를 들고 나섰습니다. 태광산업 지분 5.80%를 보유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태광산업이 흥국생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면 이는 대주주를 위해 태광산업 소액주주의 권리를 희생하는 결정이라는 점에서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힌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최근 흥국생명의 유동성 리스크는 흥국생명 주주가 해결해야할 문제"라며 "유증 참여는 흥국생명 대주주인 이호진 회장을 위해 태광산업과 태광산업 주주의 희생을 강요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성과는 대주주가 독식하면서 위기 상황만 소액주주들과 공유하겠다는 발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틀린 말은 아닌 듯 합니다.

한국거래소의 유상증자 참여 여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태광산업은 이날 오후 "당사는 흥국생명보험주식회사 유상증자 참여에 관하여 검토중이나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하겠다"고 답변한 상황입니다.

13일 이사회를 앞두고 태광산업의 사외이사진에도 시장의 눈길이 쏠립니다. 사내이사 2명을 제외한 사외이사는 총 3명입니다. 김대근 단국대 기계공학과 부교수, 나정인 회계사, 최원준 고려대 기계공학과 부교수 등입니다. 이들이 실제로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을지, 지분이 없는 흥국생명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결정 한다면 어떤 근거를 내세울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