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가 별다른 소득 없이 정부에 ‘백기’를 들면서 파업을 무리하게 이끈 집행부는 타격을 입게 됐다. 야당의 지원 속에 안전운임제 영구화 법안이 통과될 것이라고 오판했던 만큼 책임론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화물연대는 이미 내부 균열이 심각한 상태였다는 게 노조 안팎의 전언이다. 9일 노동계에 따르면 전날 열린 화물연대 중앙집행위원회에선 간부들 사이에서 고성이 오가는 등 분열 양상을 보였다. 조합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생각했던 더불어민주당이 배신했다”, “지도부가 민주당만 믿고 무리하게 파업을 시작했다. 책임져야 한다”는 등의 성토가 이어졌다. 민주당이 전날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대신 기한 3년 연장안을 처리키로 정부·여당과 합의한 직후였다.

노동계 관계자는 “화물연대는 민주당이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 법안을 통과시켜줄 것으로 생각하고 이를 지렛대 삼아 파업 수위를 유지해왔다”며 “(일몰제 폐지란) 대전제가 깨지면서 파업이 동력을 얻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파업 장기화에 생계가 어려워진 조합원들이 조기 업무 복귀는 물론 찬반 투표에서 찬성표를 던진 주요 세력이란 분석이다. 일부 노조원은 운행개시명령에도 파업을 이어가면서 자격 정지 등의 불이익을 받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한 조합원은 “불법 행위를 저지른 조합원은 줄줄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고 금전적 피해도 이만저만이 아닌데,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파업이 끝났다”며 “파업을 결정한 간부들이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역시 동투(冬鬪)의 투쟁 동력에 큰 내상을 입었다. 이날 민주노총은 오는 14일 예정됐던 총파업을 전격 취소했다. 노동계 관계자는 “민주노총은 화물연대 파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노란봉투법과 노동시장 개혁 등의 대응 수위를 높일 예정이었다”며 “대정부 투쟁의 일환으로 파업을 시작했지만 오히려 역풍을 맞게 됐다”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