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안군이 고의로 반정부 시위에 동참한 여성들의 얼굴, 가슴, 주요 부위를 노려 산탄총을 발사했다는 충격적 증언이 나왔다.

영국 일간 가디언의 8일(현지 시각) 보도에서는 당국의 체포를 피해 이란 지역에서 몰래 부상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시위 현장의 참상을 전했다.

매체에 따르면 이란 현직 의사와 간호사들은 시위 현장의 남녀·어린이를 불문하고 눈에 총을 맞은 사람이 많았다. 현지 인터넷은 차단돼 유혈 진압의 살상이 상당 부분 은폐됐지만, 이들이 제공한 사진에는 온몸에 산탄총을 맞은 부상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중부 이스파한 출신의 한 의사는 당국이 여성을 남성과 다르게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주요 부위에 2발의 총상을 입은 20대 초반 여성의 사례를 소개했다. 이 여성은 “군경 약 10명이 나를 둘러싼 채 자신의 주요 부위와 허벅지에 총을 쐈다”고 폭로했다.

의사는 “허벅지 안쪽에 박힌 10개의 파편은 제거했지만 2발은 주요 부위에 끼어 있어 쉽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의사는 “그들은 내 딸일 수도 있었다”며 “목격한 참상에 따른 스트레스와 고통에 대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테헤란의 한 외과 전문의는 얼굴에 총을 맞은 25세 부상자를 치료한 끔찍한 경험을 전했다. 그는 “부상자는 파편이 그의 눈과 머리, 얼굴에 박혀 있었다”며 “양쪽 눈은 거의 실명 상태여서 빛의 밝기 정도만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의료진 진술에 대한 입장을 이란 외교부에 물었으나 응답하지 않았다고 가디언은 덧붙였다.

한편 이란에서는 지난 9월 중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는다는 이유로 붙잡힌 여대생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에 항의하며 여성 중심으로 시작된 시위가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대돼 3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장지민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